새가 날아든다

투명하다고 없는게 아니다

by Biracle

벌써 직접 묻어준게 3번째다.

쓰레기통에 버리기엔 신경이 쓰여 삽을 들고 수목장처럼 나무 아래 묻는다.

이번에는 검지손가락만큼 안되는 크기였다.

아마도 건물외벽 투명 유리에 부딪혀 그 생을 마감한 것일 것이다.

상상이나 했겠는가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날아갔는데

벽. 이라니

투명한 벽.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투명한 유리벽

색깔이 참 곱고 마치 잠든 것처럼 보여서

기절한게 아닌가 싶어서 살살 깨워봤지만 더 이상 움직임은 없었다.

그렇게 허무하게 방금전까지 자유롭게 날던 그 새는 이런 결말을 예상이나 했을까.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새중에는 봉황새 만수문전에 풍년새

산고곡심 무인처 올림 비조

뭇 새들이 농춘하답에 짝을 지어 쌍거쌍래 나라든다.

저 쑥국새가 울음 운다 울어 울어울어 울음운다

이산으로 가며 쑥국 쑥국 저산으로 가며 쑥 쑥꾹 쑥꾹

아하 어히 이히 이히 이히 이히히 이 좌우로 다녀 울음운다

명랑한 새 울음운다 저 꾀꼬리가 울음운다

어디로 가나 이 예쁜 새 어디로 가나 귀여운 새

온갖 소리를 모른다 하여 울어 울어울어 울음운다.


이처럼 상상하지도 못하던 일이 순식간에 일어나는게 인생이라지만

미화직 계약직 노동자들의 삶도 이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 동안 꾸준히 자연감소한 정규직은 이제는 손가락에 뽑힐 숫자로 줄어들고

그 자리에는 계약직, 하청업체 그 안에서도 또 계약직들이 혼합되어져 있다.

뉴스에서도 이제는 익숙한 매년 저출산으로 학생들 숫자가 줄어들어서

학교 운영이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왜 어려워진다고 하면 가장 먼저 줄이려고 하는게 청소노동자일까?

건물이 사라진 것도 아닌데 노동자 숫자는 줄이고 청소강도는 여전히 강하다.

하지만 그걸 결정하는 사람들은 현장의 현실따윈 안중에 없어서 일까?

뭐라고 비판하기전에 이곳에 오기전에 나 역시 청소노동자에 대해서 관심 없었다.

현실을 본다는 것이 안다는 것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참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가장 씁쓸하게 알게 된 것은

같은 구성원으로 일을 하지만 보이진 않는 벽이 가로막고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분위기이다.

그런데 그나마 다른 곳에 비해서는 아직까지 남아 있는 정규직이 있어서 우호적이기는

하지만 10년이 지나면 거의 모두가 자연감소가 될 것이고

취약한 근무환경으로 갈 것 같다.

비단 여기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겠지만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노동조합이 제대로 갖춘 곳은 그나마 나은 환경이지만 대부분 나이가 많은 계약직들이다보니

계약직 노동조합을 구성할 생각을 못하고 있다.

1년 단위로 재계약되는 것도 그런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강요 아닌 강요가 작동하고 있다.

사실 청소노동자들 월급이 200만원이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숫자를 줄인다고 과연 얼마나 절약되는지 모르겠다.

실질적으로 티도 안나는 금액이다.

정말 절약하려면 할 곳이 엄청 많은 곳이 많다.

부서이동, 교수 임용, 퇴직 등으로 소모되는 사무비품들만 제대로 활용해도 버리는 돈이

현저히 낮아질 것이다.

지금도 매일 폐기장에 가보면 멀쩡하다 못해 뜯지도 않은 새제품을 버리는 것이 허다하다.

그러면서 긴축해야 한다. 절약해야 한다면서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계약직 노동자다.

버려지는 프린터보다 더 쉽게 버려지는게 아닌가 싶다.

월급 400원 인상을 거부해서 해고한 모대학의 현실은 치졸해 보이기까지 하다.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노동자에 대한 인식이다.

출근하기전에 나와서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

사람들이 신경쓰지 않는 곳곳에서 청소하는 일

그 일들을 사무실에서 보지 않는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한다고

없는 것처럼 하지 않는 것처럼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결정권자이기 때문이다.

A4용지 박스 옮기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자신들이 마시는 생수묶음 옮기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그들이 왜 청소노동자 일을 쉽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소리 없이 소문 없이 사라지는 동료들을 목도하며

만감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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