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삶이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by Biracle

걷는 연습을 하면서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배달이었다.

아는 사람 만날까 봐 망설이는 자존심보다

가족들 생계가 어려움을 방관하는 자존심이 더 속상하여

결국 배달을 시작하고 자전거로 장비도 마련하고 제법 배달라이더처럼 익숙해질 무렵

우연한 계기로 대학교 관리실 계약직원이 되었다.

그곳에서 좋은 사수를 만나서 여러 가지 도움을 받으면서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가족들과 떨어진 지 5년의 시간이 흘렀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말 가족들은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떨어져 있어도 가족들의 마음이 하나인 것이 더 중요하겠지만

물리적인 거리의 가까움도 그만큼 중요하다.

대신 아파줄 수는 없어도 밤새 곁에서 간호할 수 있는 거리는 필요하다..

어쩌면 아웃사이더형이고 독자적인 삶을 추구하던 내겐 처음에는 형벌처럼 느껴졌지만

이제야 돌이켜 보면 그것은 소중함이라는 것을 더욱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했던 것을

바쁜 일상이라는 핑계로 놓치고 있었던 것을 깨닫게 해주는 선물이었던 것 같다.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패밀리맨'에서 비록 찰나의 다른 삶을 보여주면서

그 삶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또한 그것이 현실에서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더 늦기 전에 열린 방향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처럼 말이다.

어쩌면 그대로 살았더라면 가족이라는 의미도 점차적으로 멀어지고 놓칠 뻔했던 찰나를

붙잡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불행이라는 것은 쉴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이기도 하고 함부로 단정할 수 없을 만큼 큰 고통.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예전에 거만함에 빠져 살 때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을 비난만 했다.

나약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겪어보니 함부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래도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삶이 지옥 같더라도 살아서 꿈틀거리다 보면 어쩌면 살 기회가 올 수도 있다.

비록 그 터널이 끝날 줄 알고 달리고 기어가고 했을 때 빛이 안 보이는 더 큰 터널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왜냐하면 내 상황에서 바라보지 말고 이렇게 엉망이 되어버린 날 생각하는 누군가 한 명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족이었고 지인이었고 생판 모르는 자전거사장님, 친절을 베푼 당근거래 사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직장 동료들..

실낱같은 희망이 더 괴롭게도 느껴지겠지만 누군가 사랑하는 혹은 사랑해 주는 사람들..

분명 존재한다. 그것을 알고 깨닫게 되는 시기가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정말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러니 구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과거의 모습으로 오늘의 상황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기를 그 길을 경험했던

그리고 경험하고 있는 입장에서 스스로에게 권면하듯이 그런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소치 쳐 주고 싶다.

"아직 삶의 결과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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