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세상을 살아오면서 많이 들었던 말 중에
"좋은 사람이다, 착하다"
이런 말들을 종종 듣는 것이 어떤 감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양심의 가책(?)
혹은 그들에게 숨겨야 하는 나만의 비밀이 쌓여가는 기분이 든다.
예를 들어서 대중교통 이용할 때 양보를 잘하는 것이나
길을 가다가 노약자를 돕는다거나
웬만해서는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한다거나
이런 모든 것은 사실 착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에 최대한 도와주려고 하는 것들 역시 다 목적이 있어서 하는
행동이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아오면서 한 번도 들킨 적이 없는 비밀.
사람들은 엉뚱하게 내게 좋은 평으로 대하는데 사실 초이기적인 행동들이다.
대중교통 이용할 때나 모르는 사람들에게 베푸는 친절은 내가 없는 곳에서 내 가족들이
그런 배려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예를 들어서 예전에 연애할 때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노숙자나 구걸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얼마씩은 꼭 주었던 것은 '내가 보낸 하루가 행복했던 것만큼이나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하는 일종의 평가교환의 법칙을 스스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처럼 이기적인 삶을 지향해서 지금까지 이르다 보니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들은
내가 순수하고 배려심이 있는 사람인 줄 알지만 사실은 참 이기적인 사람이다.
오늘 배달 알바를 하다가 고객집 다 도착해서 가게에서 전화가 왔다. 직원 실수로 영수증을 잘못 붙여서
다른 음식이 전달 중이라는 것이다.
바로 고객집 앞이라서 배달완료를 눌러도 내 잘못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일정시간 동안 몇 건을 배달완료하면
보너스를 받는 미션 중이라서 이것을 다시 갔다 오는 것은 손해가 너무 심했다.
이런 경우는 가게 잘못이라서 내 책임은 없었으니깐 말이다.
일단 가게로 돌아갈 테니 고객에게는 전화해서 사정을 말해달라고 하고 다시 가게로 돌아갔다.
가게 도착하자마자 음식 어서 달라고 했는데.. 말이 없는 것이다.
알고 보니 고객이랑 통화하면서 음식을 다른 것으로 다시 만드는 중이었다.
이제 미션은 성공하기 틀려졌다. 자영업자 요즘 힘들다고 해서 일부러 다시 와서 전달해주려고 했는데
이런 행동이 결국 최악의 결과로 돌아오면서 가게는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배려했겠지만
정작 손해 본 내겐 오히려 대기시간이 더 걸리는 결정을 한 것이다. 여기서 취소하고 다른 것을
받아도 되지만 자칫하면 가게는 더 늦어질 것이다. 나와 상관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 지난 일을 가지고 화만 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기다리는 동안 막내랑 통화를 했다. 마침 학교에서 그린 그림 칭찬을 받았다고 메시지를 받았었는데
배달하느라 축하도 못해줬는데 감사하게도 잘 지내고 있어서 고마웠다.
덕분에 바쁜 시간 중에 막내랑 통화도 마치고 가게로 들어가서 사장님을 찾았다.
사장님은 너무 미안하다면서 계속 사과를 했는데.
'그건 이미 지난 일이니깐. 괜찮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생각해 보니 저 역시 처음
알바를 할 때 실수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니 직원분을 너무 혼내지는 마세요. 그럴 수 있는 거고 고객도 괜찮다고 했으니. 다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 '
그제야 다시 음식을 픽업하고 달려갔다.
이처럼 결국 바빠다는 핑계로 연락을 미루었던 막내랑 통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도
전에 내가 실수할 때 누군가 배려를 해줬던 것처럼..
이번에도 나의 이기심은 이렇게 날 충족시켰다.
언제까지 이런 비밀이 들키지 않을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