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충격의 체력장 시험
초등학교 6학년 새 학기가 되고 모든 것이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시기에 체력장이라는 관문도
새롭게 넘어야 했는데 남녀가 짝꿍이라서 짝꿍대로 함께 뛰어서 기록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학급당 아이들이 50여 명 가까이 되는 시루 안에 콩나물 같았던 시절이었는데
그래서 보통 가장 키가 큰 아이들은 짝이 없을 때도 있었는데 나는 뒤에서 2번째로 키가 커서
짝꿍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술래잡기로 단련된 남자아이들은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참 잘 뛰어다니고
체력장은 일종의 놀이 같았던 것이다.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 가을운동회에서 늘 남자들 달리기 시합에서도 1,2등을 다투었기 때문에
체력장에서 달리기는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어릴 때 성장이 여자들이 더 빠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실제로 키가 가장 큰 친구가 여자인 경우도 여러 반에서 종종 있었는데 학기초라서
짝꿍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안 가지고 있었는데 체력장을 진행하면서 보니깐
제법 키도 크고 여자애가 다부진 모습이 뭔가 이상했는데.. 느낌이 안 좋았다.
달리기 측정 라인에 둘이 서 있는데 출발을 지시하는 선생님이 우리 쪽을 보면서 말하는데
달리기 기록 안 나오면 훈련 2배로 해야 한다
응? 이게 무슨 말이지 생각할 틈도 없이 짝꿍이 재빨리 대답한다
선생님은 재차 육상부 자존심이 있지 잘 뛰어라. 말을 했다.
아 맞다. 우리 학교에 육상부가 있었는데 내 짝꿍은 여자부 선수였던 것이다.
근데 실제로 뛰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달리기를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자 아이인데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탕!
출발 신호에 맞추어서 뛰기 시작했는데..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짝꿍이 내 앞에 있는 것이었다.
이를 악물고 달렸지만 이미 자세가 무너져서 쫓아가지 못하고 지고 말았다.
반 친구들은 노래를 부르듯이 약 올리기 시작했다.
여자한테 진 유일한 남자라는 놀림은 그 후로도 한 달은 간 것 같다.
짝꿍이 잘못한 게 없었지만 그냥 얄미웠다.
아니 그전까지는 관심을 안 가져서 몰랐는데 정말 신체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몰래 육상부 훈련하는 것을 봤는데 정말 열심히 훈련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육상이라는 스포츠가 비인기 종목이기는 하지만 그 시절 배고픔을
탈출하는 통로로 복싱과 육상이 맨몸으로 할 수 있는 스포츠이다 보니 다른 스포츠와 달리
들어가는 돈도 적어서 인기가 많았다.
그렇게 나는 우리 반에서 유일하게 여자 아이에게 달리기를 진 사람으로 기록되었다.
그날 이후
학교를 등하교할 때 걸어본 적이 없다. 항상 뛰어다녔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뛰어다녔다.
덕분에 고등학교 때 잠깐 육상부 대표로 전국체전 서울 대표 대회에 나가서 입상하기도 했다.
나중에 고등학생일 때 우연히 도서관에서 그때 짝꿍을 다시 만난 적이 있는데
초등학교 때는 그렇게 커 보이던 친구가 사실은 작은 친구였던 것이다.
아니구나. 내가 커 버린 거구나.
그때 달리기에서 졌던 나, 네 덕분에 그 후에 달리기를 꽤나 잘하는 사람이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