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F is Earth 2
https://earth2.io 지난 2020년 11월, ‘어스2’라는 이름의 가상 토지 거래 사이트가 등장했습니다. (게임이나 메타버스 플랫폼이란 수식어를 붙이기엔 손가락이 부끄럽습니다) 이 웹사이트엔 별 다른 것은 없어도 구글 지도와 흡사한 위성지도 그리드를 볼 수 있었고, 유저들은 실제 지구를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재현한 가상의 토지를 10mx10m 크기의 타일 단위로 구매하고 거래할 수 있었습니다. 뭔가 새로운 땅따먹기 놀이 정도의 재미있는 시도였습니다, 사람들의 투기 심리가 눈덩이처럼 구르기 전 까지는요.
어스2의 타일 구매 화면 예시 :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한국, 미국, 북한 구매자들이 나눠 소유하고 있다. 어스2가 Reddit과 같은 커뮤니티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자, 타일을 구매하려는 참여자들이 늘어났고, 이 현상은 곧 ‘우리 집이 있는 곳의 가상 타일을 구매해 볼까?’하던 초기 참여자들까지도 ‘뉴욕, 도쿄의 번화가와 중심지를 선점해서 비싸게 팔아야겠어!’라는 투자심리로 이끌게 됩니다. 여기에, 새로운 투자처라면 덫인지 꿀인지는 발부터 넣고 나서 살펴보는 열정적인 한국인들이 가세하기 시작합니다. ‘방구석에 앉아 클릭만 하세요, 몇 천 원으로 서울과 뉴욕의 땅에 투자할 수 있어요.’라니, 환상적인 투자 종목이 등장한 겁니다. 게다가 이미 미국에서 서비스 중이라면 - 한국처럼 사기꾼을 위한 제도적 보호장치가 많은 나라는 아니니까 - 폰지 사기를 의심하며 망설일 시간도 아깝네요!
21년6월 기준, 어스 2의 국가 부동산 시가총액 상위 11개국의 리스트 투자라면 죽고 못사는 한국인들은 참전과 동시에 곧 어스2 운영진의 VIP가 됩니다. 21년 6월 기준 시가총액 1위인 미국의 시가총액이 약 3600만달러(한화430억)인데, 실제 사이즈로는 약 100분의 1정도 크기인 한국의 시가 총액이 약 1700만달러(한화200억)에 달하는 것만 봐도 한국인들의 어스2에 대한 관심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어스2 가상 부동산의 총 시가총액은 약 1억8천만달러(한화2100억원)에 달합니다.
만약 당신이 올해 초 어스2의 한국 타일에 투자했다면 그것은 최고의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1월 초 한국 타일의 평균 가격은 1.16달러에 불과했지만, 6월엔 30달러를 돌파하며 반년도 안 되어 수익율이 약 2500%에 달했으니까요. 12월 현재 Earth2 웹페이지에 공시된 한국 타일의 평균 가격은 49달러입니다.
2021년 1월 3일 ~ 6월 17일까지의 한국 타일 평균 가격 그래프 어스2의 타일 거래 금액이 수십억 원 이상 치솟기 시작하자, 21년 초 어스2의 경영진은 웹페이지에 그들의 원대한 비전은 총 3단계로 구분되며 그저 타일뿐인 지금은 Phase 1에 불과했다는 내용을 공개하였습니다. 즉 지금은 아무것도 없이 지도에서 땅따먹기 하는 기능 뿐이지만, 곧 타일에 자원의 개념을 부여하여 자체적인 경제 구조를 만들 것이고, 이후 그 타일들을 기반으로 3차원 지구를 직접 구현하여 수익형 건물도 짓고 광고판도 붙이게끔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일단 소유권부터 팔고 그게 활용될 메타버스는 이제 몇년간 차차 만들겠다는 의미였죠.
어스2가 밝힌 비전 로드맵 사람들의 투기 심리와 함께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투자 규모, 뭔가 비저너리한 경영진의 로드맵, 다층화 되는 타일의 벨류 구조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것을 안정적인 투자 종목으로 인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스2의 통계를 따로 갈무리 해 주는 서비스가 생겨났고, 사람들은 펀드를 구성해 계획적으로 타일을 매수했습니다. 어스2의 업데이트 추이와 계획을 분석해서, 어디를 언제 매수하고 언제 팔아야 할지 전략을 만드는 전문가들이 생겼습니다. 이들 투자 전문가의 개인 컨설팅을 받기 위해선 이제 백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불이 붙으면 끝장을 보는 한국의 특징이 또 발휘가 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위험성
어스2가 공개된 지 약 1년이 되기 전, 사람들은 이 거대한 폰지 사기와 혁신적인 투자 수단의 중간에 있는 서비스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제가 몇 개의 이슈로 요약해 본 어스2의 위험 요소입니다.
소유권 보증 시스템의 부재 : 유저가 어스2로부터 디지털 자산인 타일을 구매하였다는 사실의 증빙은 Earth2에서 제공하는 계정 정보만이 보장해 줍니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어스2가 악의 또는 불가항력에 의해 서비스를 종료하게 될 경우 구매한 자산의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신뢰가능한 지불/환불 체계 부재: 어스2의 타일 구매를 위한 결제는 페이팔이나 신용카드로 가능하지만, 수익을 인출하려고 할 경우 운영진에게 ‘이메일’을 통해 직접 개인정보를 작성해 보내야 합니다. 이후 담당자의 메일 답변을 받고, 가상 마스터카드를 발급하여 그 카드에 본인의 달러를 송금 받는 형태로 인출이 가능합니다. 어스2의 자산은 2차 시장이나 거래소를 통해 환전할 수 없으며, 유저의 자금 인출은 사실상 회사가 통제 아래 놓여 있습니다.
핵심 컨텐츠의 부재: 어스2가 초기 바이럴에 성공한 이유는 추천인 코드 프로모션을 통해 5%의 리워드를 분배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곧 3년차에 접어드는 어스2는 여전히 실제로 유저가 참여할 수 있는 경험과 서비스의 형체가 없습니다. 유니티 엔진 기반의 엉성한 CG영상을 가끔 공개하며 마치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개발되고 있는 것 처럼 포장할 뿐입니다.
CEO의 신뢰성: 창립자인 Shane Issac의 배경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습니다. 그는 2018년 TipeME Holding Pty Ltd라는 회사를 창립 했으나 그 경력을 Linked in을 비롯한 매체에서 직접 삭제하였습니다. 이런 ‘발자취 제거’는 자신을 추적할 수 있는 정보들을 미리 삭제하는 전형적인 Ponzi 사기꾼들과 유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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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스 2는 사기인가요?
여전히 이 게임, 아니 웹사이트는 Core Value가 없습니다. 유저들은 본인이 토지를 소유한다는 착각을 경험할 뿐, 사실은 아직 있지도 않은 게임의 유료 아이템에 현금을 쏟아 붓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심지어 게임사는 서비스를 종료해도 환불 의무가 없다고 하는데도 말입니다.
불안 요소에도 불구하고 어스2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공급하는 유동성에 기대어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DRONE이라는 게임 개발 팀을 인수하였고, 바이낸스의 시니어 디렉터였던 Omar Rahim을 전략 어드바이저로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에센스’라는 채굴가능한 자원 체계를 도입하였으며 이를 토큰화 하기 위해 폴리곤 스튜디오와 파트너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혹자는 10년 전 1만개의 비트코인이 피자 2판과 교환되었던 사건을 거론하며 어스2의 잠재력이 실제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위에서 지적된 한계들은 어스2에서 실제로 토큰 이코노미가 작동하기 시작한 후에는 해결 될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결국 어스2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또다른 P2E 성공 사례로 남거나, 심지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거듭날지도 모릅니다. 다만 제가 확언할 수 있는 것은, 비트코인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목적에서 탄생했지만 이 타일 조각들은 투기 심리를 흡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유사한 카피캣들
어스 2의 대성공이 확인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상부동산을 판매하려는 서비스가 탄생했습니다. 저는 그것들을 그다지 눈여겨 보지 않고 있었지만, 글을 작성하는 오늘 한 K-메타버스 플랫폼이 공개 직후 한 달을 채우기도 전 갑작스럽게 종료되어 좀 더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세컨 서울’의 이야기입니다.
세컨서울
http://map.2ndseoul.com 세컨서울의 접근은 어스2와 지극히 유사했습니다. ‘가상부동산’, ‘메타버스’, ‘NFT’라는 키워드로 무장하고 있었고, 웹사이트엔 서울을 타일처럼 나눈 그리드 맵이 있었습니다. 멋진 비전과 3단계 페이즈에 대한 설명이 있었지만 결국 결과물이 게임인지, 소셜미디어인지 뭔지 만들어낼 서비스의 실체에 대한 설명이 없었고, 개발 진척사항도 없었습니다. 앗, 똑같네요! 세컨 서울이 ‘한국판 어스2’라는 명예로운(?) 닉네임으로 세간의 주목을 끈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세컨서울이 보여준 그리드 맵 세컨 서울의 3단계 페이즈 비전. 앞으로 1년이면 완성이 될 예정입니다. 가상부동산+메타버스+NFT 테마의 신규 투자처가, 심지어 서울이라는 슈퍼패스 키워드를 이마에 달고 나타나자 모두가 환호했습니다. 투자 전문가들은 타일 구매 또는 주식 매수를 권고했고, 투자자 커뮤니티와 정보를 나누는 채팅방이 생겼습니다. 세컨서울은 ‘청약’이라는, 한국인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표현을 사용하며 타일 에어드랍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소식은 어스2의 성공 사례와 한데 묶여 여기 저기 소개되었고, 믿음직한 국내 기업의 K-메타버스 도전을 사람들은 그다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세컨서울의 운영진들도 이만한 관심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세컨서울의 웹사이트를 살펴보고 난 뒤 이들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이 제시하는 메타버스 안에서의 이해관계자 생태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컨서울 생태계 세컨서울이 사용자와 광고주, 심지어 투자자까지 포함한 선순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비전은 매우 이상적이고, 따라서 아주 어려운 과제입니다. 사용자와 광고주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심도 깊은 관찰과, 유기적인 메커니즘은 구상 단계부터 필수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 생태계를 어떻게 작동하게 만들 것인지, 그리고 왜 그 과정에서 블록체인이 중요한지 언급하지 않습니다.
다 계획이 있지만 그저 깜빡하고 넣지 못했을 뿐일까요? 그렇다면, 광고 비즈니스를 내세우면서도 최소한의 TAM(Total Addressable Market) 추정이나 트래픽을 확보할 방법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어째서일까요? 플랫폼의 End-Picture는 도대체 어떤 모습을 만들고 싶었을까요? 투자자는 어떤 것을 근거로 이들의 성공 가능성을 추정해야 했을까요?
세컨서울의 개발팀 : 성함은 임의로 삭제했습니다
세컨서울의 개발사, 엔씨티마케팅의 C레벨 창립멤버들 4명 중 3명이 마케팅 전문가 출신이라는 독특한 맥락을 고려하면, 핵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서비스를 런칭하고 투자를 받으려는 상황에 대해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추측컨데 이 정도 깊이의 기획으로는 자기 설득의 허들을 넘지 못했을 것이고, 일반적인 상황에선 이 수준으로 홍보하며 투자를 받으려는 시도를 할 수 없었을 거라고 추측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몸담고 있는 배경을 좀 더 살펴보았습니다. 엔씨티마케팅의 모회사는 ‘엔비티’로, 모바일 환경에서 고객들로 하여금 광고에 노출되게 하고 그 광고 수익의 일부를 혜택으로 돌려주는 형태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캐시슬라이드’와 ‘애디슨 오퍼월’이 대표적인 서비스입니다. 이처럼 이 회사의 역량은 철저하게 ‘모바일 광고’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들의 기존 사업의 이력과 회사의 핵심 역량을 토대로, ‘가상부동산’이란 컨셉을 포함한 이 플랫폼의 순환구조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게 되는 지 추정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을 것으로 예상 됩니다.
1) 현실 지역의 상업적 가치(유동인구)와 타일의 가격, 타일의 광고 단가는 서로 비례 관계에 있다.
2) 타일에 광고를 의뢰하면 지불된 비용 중 일부가 리뷰를 작성한 고객들에게 지급된다.
3) 고객은 리워드를 위해 열심히 리뷰를 작성하고, 이것은 타일과 플랫폼에 축적된다.
4) 타일에 광고한 가게의 리뷰가 늘면 방문자가 늘어 가게의 매출도 높아진다.
5) 해당 타일의 가치와 가격이 증가하며 타일의 투자자(소유자) 역시 이익을 얻게 된다.
6) 선순환(=플랫폼 생태계)이 완성되었다!
세컨서울은 정말로 이 선순환적인 플랫폼을 잘 만들어 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을 성공시키는 것은 합리적인 구조가 아니고 사용자입니다. 이 둘은 맞닿아 있지만 의외로 인과관계에 있는 요소들이 아닙니다. 합리적으로 잘 설계했다고 해서 반드시 유저들이 플랫폼 안의 생태계에 자리잡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초기 타일을 구매한 투자자들의 묻지마식 투자는 회사에 유동성을 제공해 줄 수는 있어도 플랫폼의 독자적인 자생력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투기심리에 편승한 타일의 거래 시스템, 타일 가치 구조를 설계하다가 본질에서 너무나 멀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이 플랫폼에 블록체인이나 NFT가 활용될 필요는 없어 보이고, 이 플랫폼이 소위 말하는 메타버스가 될 가능성도 없습니다. 그저 현실서울의 장소와의 플랫폼 내 연결성이 메타버스의 기준이라면, 배민이나 네이버지도, 티맵도 메타버스입니다.
하지만, 세컨서울 공개와 동시에 엔비티는 메타버스, 가상부동산, NFT 테마 유망 회사가 되었습니다.
메타버스, 가상부동산 등 혁신 테마주로 엮이며 주가 펌핑이 시작 7월 이후로 하락세를 이어가던 주가는 세컨서울 발표와 함께 대폭 반등
그런데
갑작스럽게 12월 30일 목요일 오후에 세컨 서울 웹페이지에 서비스 종료 안내가 공지됩니다.
공개된 버전 자체가 없는데 ‘베타’로 바꾸어 표현하는 문장이 재미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제 냉소적인 뇌는 냉소적인 가설을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1) 이 프로젝트의 본질은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가게 리뷰 플랫폼이고, 트래픽에 기반한 광고가 핵심 BM임
2) 참신한 아이디어로 출발했으나 실제 플랫폼 메커니즘에 대한 구상, 구체적 개발 로드맵은 없었을 것
3) 메타버스, NFT, 블록체인, 가상부동산 키워드는 오직 마케팅 목적으로 사용했을 것 — 왜? 요즘은 당연히 그렇게 하기 때문에! 요즘 메타버스 안하는 회사가 없으니까!
4) 타일이란 이름의 디지털 자산을 공모하여 초기 투자 및 바이럴을 얻으려 함
5) Piloting도 아닌 Market tapping 정도로 의도 했는데 예상을 넘는 어마어마한 관심, 예치금을 받게 됨
6) 본사 수준에서 사업화 및 프로젝트 Scale-up이 뒤늦게 결정
7) 매일 이어질 수많은 초기투자자들의 관심과 요구를 감당할 수 없어 잠정 종료 및 환불
회사에 찌든 저의 이런 유치한 추정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판 어스2도 아니고, 따라서 타일 팔아서 한탕 하려는 폰지 사기꾼도 아닙니다. 그저, 다소 뻔하다면 뻔한 플랫폼 비즈니스에 ‘가상부동산’요소를 더했고, 약간의 과대 포장을 한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문제는, 이 마케팅이 오히려 너무 잘 먹혀 들었고 자칫 역풍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가상부동산 플레이어들
정작 세컨서울은 어스2의 아류작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메타버스+가상부동산+블록체인’ 테마로 묶인 ‘웹사이트’는 굉장히 많습니다.
이들 '가상부동산' 플레이어들은, 디지털 공간을 창조해서 그 지분을 파려는 게 아니고 현실 세계 복사본을 팔겠다며 세일즈 포인트를 잡는다는 점에서 디센트럴랜드 등 '가상세계' 플레이어들과 분명히 다릅니다. 전자는 아무것도 없이 현실 부동산이 가진 가치, 인식의 복사본을 차용해 와 디지털 껍데기에 감성 가격을 붙여 팔겠다는 것이고, 후자는 내보이려는 가상 세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역량과 가치를 증명해 나갑니다. 전자는 투기심리를 최대한 쉽게 실제 결제로 연결시키기 위해 결제모듈과 타일 시스템을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지만, 후자는 핵심가치를 제시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된 경제 구조와 활용성이 있는 어플리케이션부터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트윈코리아, 메타렉스, 메타버스2, 더마르스 등 - K메타버스 유망주가 많아 든든합니다!
이 서비스들의 상당수 웹페이지를 찾아가 보면, 아직 개발된 게임이나 체험 가능한 버전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알쏭달쏭한 전체 로드맵에 비추어 봐도, 현재 진척도는 10%도 되지 않는데 펀딩부터 시작한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참여 멤버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거나 심지어 닉네임만 제시하기도 합니다. 아예 다른 업종의 회사이거나, 이제 막 탄생한 신생 회사인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고 심지어 법인 등록도 안 된 팀도 있습니다. 이들은 멋진 비전을 제시하는 웹사이트와 로드맵 1장 외엔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어떤 것도 개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상부동산’이라는 디지털 자산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합니다. 현실에서 ‘부동산’ 자산이 형성해 온 무형의 가치와 그에 대한 신뢰성을,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멋진 버즈워드와 함께 투영시켜 투자심리를 끌어내려 하는 것입니다.
정말 투기 조장이나 한탕주의와 무관할까? 그저 메시지 전달의 차이일 뿐일까?
과장광고에 대한 우려
야, 사기도 아닌데 왜 벌써 네가 난리야?
종종 사람들은 사기로 판명나지 않은 크립토 관련 프로젝트의 과장 광고나 모방 행위에 대해 비판을 자제하라고 권합니다. 그들의 조언에는 ‘재미있는 시도를 하다 보면 그 정도는 용서 받을 수 있다’는 논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서비스들에 대한 저의 우려는 과도한 홍보 자체에 대한 원론적인 지적은 아닙니다. 그럼 개인들의 책임만이 있을 이런 투자 행태에 왜 제가 나서서 참견일까요?
- 최소한 우리의 상식의 공감대에서 이처럼 실체와 실현 가능성이 부재한 프로젝트가 투자를 유치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경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피해자가 생기면, 크립토 업계에 대한 불신과 현실 규제의 강화라는 망치는 업계 전체에 적용되며, 선량한 기업가들까지 피해를 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과대포장이나 모방 행위는 아예 근절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들의 순기능은 없을까요? 어떤 문제가 더 숨어 있을까요? 이에 관한 몇 가지 의견이 더 있습니다.
Hype은 초기 단계의 업계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새로운 산업이든, 초기 단계에서는 이런 과대포장과 카피캣의 난립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초기 단계에 있지 않습니다. 유동성과 관심은 충분하고, 블록체인과 그 응용 서비스들은 현실에 안착하고 있습니다.
돈을 버는 것 자체가 혁신과 성공의 지표로 여겨지면 안됩니다. 지금 크립토 커뮤니티 안에는, 거대한 유동성 안에서 빨리 제 몫의 부를 쟁취하는 것이 승리인 것처럼 여겨지는 문화가 존재합니다. 혁신가들이 그들의 기여의 대가로 부를 얻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혁신가 흉내를 내어 눈먼 부를 얻는 것은 이와 다릅니다. 돈부터 끌어 모으고, 그 후에 혁신을 하겠다는 접근을 인정하는 문화가 만연해진다면 누구도 혁신을 꿈꾸지않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진짜 혁신이 드라이브 할 시기입니다. 업계의 변화는 예전에 비해 훨씬 현실과 맞닿은 지점에서 발생하며 더 이상 숨겨지지 않습니다. 일부의 악의적인 행동과 기만은 업계 전체의 신뢰도와 직결됩니다. 이런 신뢰도 문제는 크립토 업계의 현실 안착을 방해하고, 규제의 강화를 유발합니다.
기만행위가 ‘재미있는 실험’으로 포장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재미있는 실험을 왜 다른 사람의 돈으로 하는 것일까요? 과대포장과 한탕 해보려는 사기꾼들에게 돌아간 관심과 유동성은 진정성 있는 혁신가들의 발목을 잡습니다. 넘치는 유동성의 중심에서 이런 시도가 많아질수록, 진짜 혁신가들이 받아야 할 애정과 보상의 몫은 줄어들고, 결국 업계 전체의 가치가 손상됩니다.
여전히 대부분의 존중받는 프로젝트는 진정성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편에선…
요즘은 기존의 관념을 깨는 프로토콜에서의 진짜 혁신과, 유동성 장에서 한 탕 하고 빠르게 엑시트 하려는 가짜 혁신이 어느 때 보다 혼재되어 있어 보입니다. 이런 회색 지대의 시기엔 전문 투자자들 뿐 아니라 그저 공부하는 저 같은 소시민까지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저 비전만 보고 믿어주고 웃어주는 것 만이 답은 아니며, 새로운 시도라고 해서 무조건 응원하는 게 답은 아닙니다. 서로 다 알고 지내는 작은 커뮤니티라 하더라도 자유롭게 비판하고 또 당당하게 반박할 수 있는 문화도 필요해 보입니다.
네?
“당신이 욕하는 그 밈코인같은 아류 서비스가 대박나서, 세상을 바꾸는 메타버스의 기폭제가 되면 어떻게 책임을 질 거냐”구요?
긴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