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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기장

밍구 건강 관리 프로젝트

밍구와 나, 2023년 가을에

by 원더보이
김밍구 씨(벌써 7세)

휴가 기간 동안

내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바로 ”밍구의 건강 관리“에 열중하는 것이었다.

내가 일을 하는 동안에는 2주에 한번 집에 올까 말까 했는데, 그럴 때마다 체크한 밍구는 어땠나.

부모님이 매일 산책을 시키고 애를 먹어가며 양치를 가끔(아주 가끔..) 시킨다고는 했는데

밍구를 다루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이빨에 치석이 가득 생기고 하얀 솜에 귀지가 가득 묻어 나오는 걸 보아도 부모님을 무턱대고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내가 쉬는 동안에 더 바쁘고 확실하게 움직여야 했다. 매일 양치를 시키겠다는 내 결심은 곧 매일의 약속이 되었고 실제로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양치를 시킬 수 있었다.


사실 매일 밍구와 전쟁을 치르며 혹여 밍구가 나를 싫어하진 않을까 걱정도 됐다. 하기 싫은데, 있는 힘껏 혀로 칫솔을 밀어내는데, 자꾸 양치를 시키는 내가 미울 수도 있지 않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동시에 내가 지금껏 자신에게 해왔던 매일의 행위가 사실 본인에게(본견에게*) 아무런 고통이나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알지 않을까, 지금은 모르더라도 이런 시간이 켜켜이 쌓이다 보면 알게 되고 결국엔 나를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도 하게 됐다.


오늘도 자기 전, 나는 밍구와 전쟁을 치렀다.

도망가는 밍구를 붙잡아다 큰방 침대 위에서 양치를 시키고 귀 안을 깨끗이 닦아냈다. 조금씩 사라지는

치석과 하얀색에 가까운 솜을 볼 때면 이상하게 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배가 부른 것 같기도 했고.


매일의 행위가 끝난 뒤

여전히 꼬리를 흔들며 나를 빤히 바라보는 밍구를 보면서 영원히, 가능하다면 가능한 만큼 영원히 아프지 않고 같이 지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끝까지 지켜주고 챙겨주고 보살필 테니.


밍구와 나


(ps. 내가 모르는 어떤 곳에서 밍구의 건강이 나빠지고 있는 건 아닐지 괜한 걱정도 들기 시작했다. 이젠 나의 오래된 건강염려증이 나를 넘어서 밍구에게까지 향하게 된 것 같다. 뭐. 밍구를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사랑하니까 당연한 일이다. 밍구야 이런 형을 이해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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