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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기장

엄마

내가 사랑하는 사람

by 원더보이


가족은 내게 항상 아픈 존재였다.


이번엔 엄마였다.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자주 아팠다. 실제로는 아마 건강한 편이었을 테지만, 엄마를 염려하는 내 마음이 더 컸다. 엄마가 속이 아프다거나 건강 검진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할 때면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또 이상한 마마보이였다. 평소에 엄마 껌딱지는 아니었는데 “엄마”라는 말에 눈물부터 터지는 아이였다. 언젠가 교회에서 부모님께 영상 편지를 보낼 때도 나는 “엄마”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그 말을 꺼낸 뒤 바로 펑펑 울었기 때문이었다. 그때가 엄마라는 말, 존재가 처음으로 내게 아프단 걸 처음 알았던 순간이었을 거다.

난 어느덧 엄마의 나이가 되어가고, 엄마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오늘은 자취방으로 돌아갈 때, 현관문 앞에서 엄마가 배웅해 줬다. 평소라면 내 시선은 온통 밍구를 향할 텐데, 이상하게 엄마를 보고 싶었다. 문을 닫기 전 슬쩍 올려다본 엄마는 자다 일어난 것처럼 부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단 1초, 엄마의 얼굴에서 웃음이 퍼져 나갈 때 내 마음엔 따거운 공기가 들이찼다.

분명 어딘가 본 적 있는, 엄마의 웃는 얼굴은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외할머니의 얼굴과 똑 닮아있었다. 외할머니가 우리 가족이 돌아갈 때만 보여주는 얼굴, 웃고 있지만 아쉽고 슬프고 외로워 보이는 그런 얼굴.

엄마에게서 똑같은 얼굴을 본 건 처음이었다. 아마도 이제 그 얼굴을 한 엄마를 더 자주 보게 될 거란 예감도. 엄마와 엄마의 엄마. 엄마는 외할머니의 나이가 되어가고 있었던 거다.

그런 생각을 하니 더 조급해졌다. 얼른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엄마가 아프지 않고 진짜 마음껏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언제나 어색할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도 아프지 않은 아들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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