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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기장

꿈_2

by 원더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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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나아갈 곳이 없다는 것, 단지 그 이유 때문이었어. 일방적으로 시작된 우리 관계의 끝은 아마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꿈꾸는 것처럼 좋다는 네 말이 내겐 꿈처럼 다가왔어. 너에게 언제까지나 꿈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런데 그거 알아? 너와 더 가까워질수록 내가 너에게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버릴까 봐 두려웠어.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할 때마다 너는 재차 내 손을 잡아주었어. 내가 가보지 못했던 곳을 네가 있어서 함께 할 수 있었어. 궁금한 게 많았어. 아무렇지 않은 내 모습에 놀라기도 했고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늘 생각했어. 그곳의 나는 낯설게만 느껴졌고 빛이 스미지 않는 곳에 숨고만 싶었어.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이제 어디일까. 저기 보이는 곳 그 끝까지 가고 나면 그 너머를 우리는 넘어갈 수 있을까. 그곳에서도 우리는 같이 꿈을 꿀 수 있을까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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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로부터 내가 꿈같은 사람이란 말을 들었을 때, 나와 있는 지금 이 시간이 꿈꾸는 것 같단 말을 들었을 때, 지난번 누군가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어. 그 사람도 내가 꿈만 같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들었을 땐 가장 먼저 계속 그런 사람으로만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을 많이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아. 그냥 그런 존재로 남더라도 괜찮을 만큼. 그런데 참 이상하지? 너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땐 나도 꿈을 꾸는 것 같았어. 분명 흰 구름이 피어있는 아주 높은 언덕 위에 혼자 올라갔는데 눈 앞에 습관처럼 (나처럼) 약간은 찡그린 채 쳐다보는 너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 모습이 구름에 가려 진짜인지 아닌지 분간이 되지 않지만 너의 눈은 떨리고 있고 그 떨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고. 그런 느낌이었어. 너도 그랬지. 앞으로 우린 꿈을 함께 꾸면서 만날 수 있겠구나 하고. 아무도 없는 곳 그곳에서 우리 둘만 꿈을 꿀 수 있겠구나 하고. 서로를 언제까지나 기억했음 좋겠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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