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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한 Dec 29. 2020

마주하는 고민-1. 우리 애가 천재면 어떻게 하지?

육아차차 육아 육아 #9

내 나이 이십 대의 어느 날, 에서 소리가 들렸다.

쫄쫄이를 입은 유재석 씨였다.

그는 날  보고는 한참 뜸을 들이 크게 소리쳤다.
"사실... 당신은, 천재가 아니었습니다!"
애써 외면하던 진실을 마주해야 했다.

그래, 난 천재가 아니었다.


시작은 부모님의 착각이었다. 애꿎은 데서 원인을 찾는 못난 소리일지는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자식이 천재이길 바라듯 두 어른 그렇게 자식을 대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리석었던 아들은 근거도 없이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했다. 모두가 진실을 외면하는 가운데 천재가 아니었던 그 아들은 대가를 치르고야 어른이 됐다. 관심사가 재능은 아니라는 거, 빨리 배운다고 잘하는 건 아니라는 것, 얼마 있지도 않은 소질보다는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부딪히면서 처절히 깨달았다.

부모님의 오해가 아니었더라도 같은 시간을 보냈을까? 의미 없는 가정이라 쉽사리 답이 나오지는 않지만, 적어도 부모가 되면 조심해야겠다는 경각심은 생겼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키우면서 삼은 원칙 중 하나는 아이가 뛰어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겸허함이었다. 이건 주양육자인 아내 역시도 전적으로 동의는 바였다. 우린 부모가 콩깍지가 씌어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면 오히려 아이를 망칠 수 있다고 믿었다. 실제로 나도 양친 덕에 실체도 없는 천재 놀음을 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닥치니 쉽지 않았다. 특히나 첫째는 유난히 총명함이 넘쳤다. 가만있어도 이쁜데, 말을 시작하고 생각의 크기가 커지면서 종종 우리는 이성의 끈을 놓다. 예상치도 못한 번뜩이는 답변을 하거나 기가 막힌 레고 조립이라도 하는 날엔 원칙이고 뭐고 간에 온 동네방네 자랑하고 떠들고 다니고 싶었다. 우리 집에 천재가 있다고. 얘 좀 보라고. 사실 우리는 자주 흔들렸다. 그럴 때면 조심스레 되물어도 봤다. 혹시 진짜 천재면 어떻게 해? 

막연하던 고민은 그 똘똘이가 초등학교에 들어 더 조바심이 난다. 이제 금방다. 저러다 십 대가 되고 금세 졸업해서 자기 일을 찾을 거다. 빠른 속도에 비해 정작 아무것도 준비가 되지 않은 현실이 멍하다. 애가 영재 판정을 받고 월반을 하고 훌륭 사람이 될 거였는데 우리가 지원을 못하거나, 혹은 애써 억누 거라면?

물론 그보다는 가능성이 훨씬 높은, 반대 경우를 더 자주 생각한다. 우리의 욕심으로 애를 망치고 시간도 기회도 모두 상실하는. 부모가 아이를 제일 잘 알겠지만, 반대로 가장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니까 갈수록 어렵다.

이젠 목표 설정하기도 쉽지 않다. 좋다 직업들이 예전 같지 않고 훌륭하다는 대학을 나와도 일 구하는  쉽지 않으니. 정답을 정해 골라 집중하는 것보다는 수많은 오답을 피해 가면서 겨우겨우 살아가는 느낌이다. 상황이 이런데 부모 맘대로 어떤 학교나 직업을 정해서 애를 들볶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나마 자기가 평생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도록 잘 인도하는  우리 역할이 아닐까.

이래저래 따져 보니, 그냥 처음 마음먹은 대로 키우는 게 맞다. 어차피 재라는 게 그렇게 쉽게 나오지 않는다. 아이가 가진 재능이 정말 뛰어나다면 언젠가는 드러날 거다. 걸 옆에서 억지로 쥐어짠다고 없던 게 나올 리도 만무하다.





진짜 솔직한 심정으론, 애아빠가 된 것도 아직 어벙한데 얘가 덜컥 천재라면 너무 곤란할 것 같다. 뒷바라지할 여력도 되지 않고 그 천재성을 키울 방향도 마땅찮은데.

애한테는 미안하지만 천재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적당히, 똑똑하니 제 앞가림만 잘하면 됐지, 천재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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