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한 Dec 30. 2020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냉정과 열정 사이

육아차차 육아 육아 #10

지난 주말엔 두 녀석 사이가 유독 좋아 보였다. 아침부터 서로의 놀이에 기꺼이 참여하더니 급기야 늦은 점심을 먹고는 속닥거리다 자기네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우리를 찾지도 않고 낄낄거리는 웃음만 가득하기에 아내와 커피나 한 잔 하고 여유를 부리려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파국을 맞이했다.

"엄마, 동생이 또 억지 써."

"아냐 엄마, 누나가 먼저 마음대로 했어."

아이들은 싸우게 마련이지만, 둘의 다툼은 지나치게 다른 둘의 성향 때문일 것이다.


첫째는 따지자면 고양이에 가깝다. 도도하고 냉정해 보이지만 덜렁거린다. 우리 누구도 고양이와 직접 동거한 경험이 없어 이 특징이 공존할 수 있나 싶은데 주변의 집사 지인들 말로는 가능하다. 우리 집 고양이도 그렇다.

기본적으로 도도한 그녀는 한 번씩 과하게 냉정하기까지 하다. 대게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하거나 주로 동생이 어이없는 제안을 할 때 나타나는 싸늘한 표정은 우리도 모르게 '냉정한 년'이라 중얼거리게 니까.

그런 반면에 잘 흘리고 까먹고 칠칠치가 못하다. 밖에서는 특유의 인상과 똘똘함으로 야무지다는 평가를 받지만 우리는 그게 얼마나 잘못된 평판인지를 알고 있다. 늙어가는 어미아비보다도 떨어지는 기억력으로 벌써부터 자기 물건의 위치를 찾아 헤매는 걸 보면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둘째는 철저히 개다. 심지어 생김새도 강아지상이다. 사람 좋아하고 다정하고 장난기가 가득하다. 리 집 반려견은 워낙 무뚝뚝해서, 때론 아들이 더 강아지 같다 여겨질 때도 있다. 지어 극도로 흥분한 상태엔 엉덩이 근처 어딘가에 꼬리가 보이기도 한다. 정말이다. 

누나보다 훨씬 더 애교도 많고 스킨십도 자연스러운, 다정다감하고 온화한 아이다. 다만 그게 과하다 보니 감당이 안 될 때 있다. 집에 키우는 개가 시도 때도 없이 핥아대고 매달리면 아무래도 부담스럽지 않겠는가. 럼에도 자랑하자면, 모두가 부러워마지 않는 딸 같은 아들이다. 물론 우린 딸이 워낙 냉정해서, 결국은 본전이긴 하지만.

당장 드러나는 특징들이 이렇듯 정반대라 보기에 신기하고 재미있다. 그런데 보는 우리나 그렇지 당사자들 입장은 좀 다르다. 틀어지는 지점에선 서로를 당최 받아들이지 못한다. 큰 아이는 동생의 치근덕거림이 과하다고 호소하셈이 서툰 여섯 살을 귀찮게 여긴다. 한편 둘째는 절대 봐주지 않는 누나의 승부욕에 매번 상처 받고 늘 자신의 과오가 지적받는 걸 속상해한다. 개와 고양이는 서로 언어의 차이가 있어 합사가 힘들다더니 딱 그 짝이다. 이제 좀 컸다고 잘 놀기도 하지만 그런 만큼 본격적으로 의견을 갖고 다투는 게 잦아졌다.

그래 봐야 세상에 자기네 둘 밖에 없는데, 엄마 아빠는 이제 더 이상 동생을 만들어 줄 생각도 없는데, 저렇게 싸워대면 어쩌나 싶게 부딪히기도 한다. 많은 남매들이 서로를 남보다 못하게 여기는 일이 많기에 걱정될 때도 많다. 저 날카로운 녀석이, 자기 동생이 언제까지 누나 바라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한 번씩 안타깝다. 둘째 역시 지지 않으려고 덤비는 걸 보면 그래도 남자애라고 저러나 싶어 황급히 뜯어말린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보면 아무래도 첫째의 역할이 크다. 상성을 따져도 둘째가 손해 보거나 상처 받을 수밖에 없는데, 원체 순한 탓에 여 덤비더라도 반란 초기에 진압되는 경우가 대부분다. 주로  결말은 앙칼진 고양잇과 동물께 친히 발톱을 세워 꼬리와 귀를 축 늘어뜨린 갯과 동물 마구 할퀴어 대는 걸로 끝난다. 동물의 질서에 인간이 관여해서는 안 되겠지만, 도저히 안쓰러워 못 견딜 지경이  우리가 중재에 나선다. 황이 그러다보니 첫째가 혼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엔 머리가 커졌다고 부쩍 섭섭해하고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져댄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가 좀 심했다니까? ?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이 죽이 맞으면 지난 주말처럼 한도 끝도 없다. 한껏 기분이 좋어서는 부모도 못 들을 귓속말로 의사소통을 하니까 벌써 둘만의 비밀도 있는 모양이. 대체가 간이 없다. 이게 문제다. 애인의 친밀감 원수지간의 증오를 오기는 건 너무 미친 사람 널뛰기하는 거 아닌가. 바라기는 그 감정의 고저가 적당히 튀면 좋겠다. 치게 과하거나 메마르도록 부족하지 않은 평온한 감정으로. 리고 게 가능하다면 그 평화가 부디 오래갔으면 좋겠다. 

왜냐고? 마 아빠는 더 이상 너희에게 다른 형제자매 줄 생각이 없기 때문이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주하는 고민-1. 우리 애가 천재면 어떻게 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