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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Jul 01. 2023

때가 되면 날 거야!

: ‘날아오른다!’

박현민, 『도시 비행』(창비, 2023)




물결이 일렁대듯이 바람에 흔들리듯이 그려진 그림이 불안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나는……

보도블록 틈새에 핀 민들레.


언젠가 나도 

날아오를 수 있을까?


피할 수 없어. 


매일 견디는 거야. 


밤이 춥고 무서워도. 


비가 쏟아져 눈앞을 가려도.


나는 기다리고 있어. 


소란한 날에도.


고요한 날에도.


겁내지 않고 똑바로 볼 거야. 


나에게 오는 모든 일들.


날아오른다!



빌딩 앞 가로수 아래 핀 민들레 꽃이 읊조리는 말이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민들레다. 이 민들레가 자기의 아래서 위로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올려다보고 있다. 



보도블록 틈새에 피어난 민들레는 사람들에게 짓밟히고, 동물의 오물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온갖 시끄러운 소음, 뜨거운 햇살, 검은 어둠, 시야를 가리는 빗방울, 소란스러운 낙엽, 조용히 세상을 덮어버리는 눈발, 공룡처럼 다가오는 애벌레의 공포 속에서도 민들레는 푸른 하늘의 비행기처럼 자신도 날아오를 그날을 버텨냈다. 



그 인고의 시간 끝에 민들레는 한 여자 아이가 한 아름 불어대는 바람결에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화려한 도시를 떠나 하얀 민들레가 까만 하늘 위에 펼쳐진 하얀 폭죽처럼 높이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민들레는 하늘을 날고 나서 다시 보도블록 위에 사뿐히 내려앉아 꽃을 피울 준비를 했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당연한 듯 하지만, 각자의 삶에 몰입하다 보면 다른 이의 입장을 놓치는 일이 많다. 자신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다른 이에게는 커다란 일로 다가갈 수도 있다.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세상을 민들레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같은 것을 바라보는 시점의 변화가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보게 한다. 



민들레가 말하는 것들이 우리의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서 계절이 변하고,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그 속에서 새로운 날을 꿈꾼다. 그리고 그 새로운 날은 언젠가 한 번은 올 것이다.  






<우리 아이의 한 마디>

민들레의 시점에서 바라본 도시가 내가 본 도시와 너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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