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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Aug 05. 2023

‘삐약이 엄마’가 된 ‘니양이’

: 병아리의 엄마가 된 고양이, 고양이 엄마를 둔 병아리, 그리고 가족

백희나, 『삐약이 엄마』(2014, 책읽는곰)




검은색 목탄의 느낌이 심술궂은 고양이의 야생성을 더 느끼게 한다. ‘니양이’라고 불리는 이 고양이는 식탐이 많고, 작고 약한 동물들을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니양이가 여느 날처럼, 암탉이 품었던 따스한 달걀을 간식으로 맛있게 먹은 어느 날, 니양이에게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새끼를 품은 어미처럼 니양이의 배가 점점 부풀어 올랐던 것이다. 그 뱃속에서는 달걀 속 병아리가 자라기 시작했다.





병아리가 다 자라자 니양이가 배가 아파왔다. 니양이가 생각할 수 있는 복통의 원인은 똥이었다. 자기 뱃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니양이는 화장실에서 자기 뱃속에서 나온 노랗고 작은 병아리를 만났다. 고양이가 병아리를 낳았다. 니양이는 당황스러웠다. 자신을 엄마로 알고 자신의 품에 파고드는 노란 병아리와의 첫 대면이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니양이가 노란 병아리의 머리를 핥았다. 노란 병아리가 ‘삐약’하고 대답했다. 그래서 이 노란 병아리는 ‘삐약이’가 되었다.



너무 다른 니양이와 노란 병아리에게 검은 얼룩이 공통적으로 있다는 것이 어쩌면 이 우주의 모든 섭리를 초월하는 인연이 서로에게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신밖에 모르던 이기적인 니양이가 ‘삐약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변화되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있던 삶의 중심이 삐약이에게 옮겨갔다. 삐약이에게 깨끗한 음식을 먹어야 했고, 삐약이는 안전해야 했고, 고양이인 자신이 닭 모임에 가는 것보다 병아리인 삐약이가 다른 병아리들과 놀아야 하는 것이 중요했다. 주변의 시선보다 삐약이가 중요했다.





이제 ‘니양이’는 사라지고 ‘삐약이 엄마’가 되었다. ‘엄마’라는 자리가 주는 마법이 있는 것 같다. 누가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라는 자리를 부여받으면, 희생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자신을 지워내면서도 그것을 두려워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고양이와 병아리가 생물학적으로 부모와 자녀 관계가 형성될 수는 없다. 하지만, 니양이가 병아리의 알을 우연히 품어 삐약이를 세상에 내놓은 것처럼, 이 세상에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만나는 가족이 있다. 그리고 그 우연은 사랑하는 마음을 힘으로 서로에게 가족이라는 필연을 만나게 하는 것 같다. 가족이 되는 것은 혈연관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핏줄’보다 더 끈끈한 것은 ‘사랑’ 일 것이다.



학대의 이슈로 가슴 아픈 오늘날 삐약이 엄마가 된 니양이가 더 대견스럽고, 그 가족의 모습이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우리 아이의 한 마디>

못된 고양이가 엄마가 되면서 변하는 것을 보니, ‘‘엄마’란 어떤 의미일까?‘ 새삼스럽게 궁금해졌다.



https://m.oheadline.com/articles/7Hg3401INTXhBFoM0eRcTg==?uid=4f8c6c5e6d91434c8dde0827240053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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