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생겼고, 그것을 풀어내는 것은 인생이 아니라는 것을 깊이 느낀 시간이었다. 그저 견뎌낼 뿐이었다.
문제는 갑자기 나타난 것 같지만, 찬찬히 들여보면 오랜 시간이 걸려 삐그덕거렸던 것들이 내 눈에 나타나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그것이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무지와 노화를 통한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에서 오는 무지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아픈 곳이 드러나는 노화의 과정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와 같은 문제들이 한꺼번에 드러난 한 해였다.
나는 아이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는 충분히 나에게 말을 했지만, 나는 내가 듣고 싶은 데로만 들었다. 나와 다른 아이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또, 올 한 해 수술을 두 번이나 한 친구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 때로는 말보다 곁에 있어주는 것이 힘이 될 때가 있는데, 나는 거꾸로 온갖 말로 그 자리를 메꾸려고만 했다.
미안함이라는 감정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그 감정을 제대로 눌러 담지도 못했다. 그 감정이 벅찼다. 그런데 그 감정을 넘어서는 감정이 있다는 것을 또 다른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지난 7년여 동안 꿋꿋하게 아픈 몸을 잘 견디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일상을 함께 공유하던 사람의 연락 두절은 많은 질문들을 만들어 내게 한다. 그러면서 그것에 대한 답도 내가 마치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친구가 아프다는 선고를 받은 날을 지금도 떠올리면 온몸의 털들이 아직도 선다. 현실감이 없던 그 말소리가 아직도 내 머리 주위를 떠돌아다닌다. 머리가 띵해진다.
친구는 너무 잘 견뎌주었다. 친구가 아프다는 것이 거짓말같이 느껴질 만큼 친구는 너무 잘 견뎌왔다. 나는 한 번도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것이 나의 착각이었다. 친구는 연락을 끊은 채, 수술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다고 해서 어떤 도움도 될 수 없지만, 친구가 느꼈을 그 감정들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는 세상이 야속하고 무서웠다. 신이 있다고 믿는 나에게 정말 신이 있는지 스스로 물었다.
이것들이 올 한 해 내가 가장 힘들었던 3가지 이슈다. 물론,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억울한 소리를 들은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억울한 소리이기 때문에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3가지 이슈는 내가 나를 잘 알고, 상대를 잘 이해했으면 나도 덜 힘들었을 것 같고, 상대에게도 좀 더 위안이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
아마도 그들이 나였다면…….
내 아이가 나였다면 좀 더 다정하고 품어주는 엄마가 되었을 것 같고, 친구들이 나였다면, 좀 더 내가 기댈 수 있는 친구가 되어주었을 것 같다.
올 한 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해였다고 생각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폭탄처럼 내 앞에 터지면서 부족한 내가 보였던 것들이 힘들었다. 하지만 글로 풀어보니, 나의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사람들이 항상 곁에 있었던 같다.
나는 내 짐이 무거워 그들을 바로 살피지 못했고, 그저 나의 슬픔과 고통에 매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짐을 친구에게 나눠지자고 달려들었다. 나에게는 내 짐을 흔쾌히 나눠 들어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언제나처럼 내 편이 되어 나를 위로해 주었다. 이것은 행운이다.
그리고 힘든 순간에 내가 가장 나를 사랑하고 즐겁게 살았던 그 순간들을 마주할 시간들이 선물처럼 찾아오기도 했다. 내가 가장 열심히 일했던 그 일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바닥을 쳤던 자존감이 좀 끌러 올려지기도 했고, 아이와 둘이서 도쿄를 다녀오면서 잊고 살았던 나의 청춘을 꺼내보기도 했다.
2023년 지겹고 무섭고 다시 만나지 말자고만 생각했는데, 그만큼 나는 주변의 도움으로 잘 견디면서 괜찮아지고 있었던 것 같다. 터널 밖을 나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터널 안에 이제 진짜 들어온 것 같다. 이제야 터널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터널 밖이 인생이 아니라, 새로운 터널로 들어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23년도를 시작하면서는 건강에만 관심이 있었다. 이것은 잘 실천한 것 같다. 나는 건강해지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운동도 시작했고, 음식도 신경 쓰고, 영양제도 잘 챙겨 먹는다. 아마도 2022년도에 건강이 많이 안 좋아져서 2023년도에는 건강에 방점을 찍었던 것 같다. 2023년도가 끝나가는 지금에 그것이 오히려 감사하다. 나의 건강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것 빼고는 다 괜찮았던 2022년도였던 것 같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2023년도는 ‘사람’에 대해 ‘관계’에 대해 머리가 터지게 생각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에 자신을 먼저 바로 알아야 된다는 결론을 얻게 된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확히 알았더라면 나는 덜 상처받았을 것이고, 제대로 행동했을 것이고, 상대도 더 이해했을 것 같다.
나이가 들면 많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가 드는 것만 자연스러울 뿐, 여전히 새로운 경험을 통해 배우고 깨우쳐 가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모든 것이 결국 처음인 것은 나이가 들어도 같은 것 같다. 내가 지나온 길이 아니면, ‘나이’는 힘이 없는 것 같다.
세상에 쓸데없는 경험은 없을 것이다. 2023년도 힘든 시간을 통해 내 주변의 소중함을 충분히 더 깨닫게 되었다. 야속하기만 했던 시간 속에서 감사한 마음을 끄집어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