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청룡을 맞이하며

: 글쓰기에 대한 확신을 갖기를 바라며

by 박세미

어제 잠자리에 들 때만 해도 새로운 마음으로 무언가가 나를 가득 채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산이라도 올라갈 기세였다. 초침의 미세한 움직임에 새해가 되었다. 그 단 일초의 시간으로 나는 새로운 나를 다독였다.



그런데 현실은 어제와 다를 바가 없었다. 남편은 출근하지 않았고,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해가 중천이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평상시보다도 더 늦게 일어나 나의 하루는 누군가가 내 시간을 싹둑 잘라간 것 같았다.



간단히 토스트, 달걀 스크램블, 바나나, 커피로 늦은 아침 식사를 했다.



그리고 시어머니와 친정 부모님께 전화로 새해 인사를 드렸다. 새해 오후에 드리는 새해 인사는 하기 싫은 숙제를 억지로 하는 것을 들킨 기분이 든다. 서로를 생각하는 새해 덕담이 오가기는 했지만, 새해 아침의 기운찬 새로운 기분은 들지 않는다.



아침에 늦게 일어난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콧물도 나고 목도 칼칼했다. 오랜만에 찜질방에 갔다. 새해 아침부터 좋지 않은 나의 컨디션에 주는 선물이었다.



찜질방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무질서하게 자리 잡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고 보니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게 길을 내주는 나름의 규칙이 있는 것 같았다.



찜질방 안에서는 뜨거운 공기와 많은 땀을 느끼는 것 이외에 지루할 만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말하는 것도 힘들었고, 핸드폰을 보는 것은 어리석게 느껴졌다. 나는 가만히 누워서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내볼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올해가 청룡의 해라는데 나에게 청룡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청룡은 동양철학에서 성장과 시작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활력 있고, 에너지 넘치게 도전하고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이러한 기운이 전해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행운을 바라면서 올 한 해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막연하게 어떤 사람으로 살자는 것보다 나의 성과가 눈에 보이는 것이 올 한 해 나를 잘살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 같았다.



생각이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면서 내가 자존감이 많이 내려갔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그저 잘 살았다는 칭찬을 나에게 해 줄 수 있을 텐데, 지금 나는 나에게 나를 매우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올 한 해 나에게 나를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과라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하지 않고, 시도하는 행위 자체를 인정해 준다면, 내가 더 작아질 일은 없을 것 같다.



머릿속에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했으면 하는 일 등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났다. 그러면서 속으로 혼자 놀랐다. 1년이라는 시간 안에서 내가 다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을 정도로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아직은 내 속에 열정 같은 불씨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먼저, 규칙적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하나만 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긴 호흡으로 1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하나만 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두 가지 일만 일단 목표로 삼아 올 일 년을 보내는 것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할 것 같았다.



일주일에 단편 한 편을 완성하는 것을 올 한 해 동안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고 싶고, 1년을 두고 긴 호흡의 장편을 써보고 싶다.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주부예요’라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 내가 주저리주저리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하자 듣고 있던 사람이 ‘그럼, 작가네요’라고 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했다. 나는 다양한 방법으로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지만, 작가라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다.



나는 글을 쓰는 전공자도 아니고, 글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을만한 글을 쓴 적도 없다. ‘작가’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프로다운 모습이 없다.



올 한 해 내가 두 가지 일을 이루어낸다고 해서 ‘제가 작가예요’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최소한 글을 쓰는 것에는 진심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지금도 내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다. 자격이라고 말하기에는 거창하지만, 나 자신에게 먼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마음을 인정받아야 하는 부분은 있는 것 같다.



글을 쓰는 것으로 내가 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글을 쓰는 행위야말로 내가 동네를 산책하는 기분으로 하는 일이다. 길을 걷다 보면 주변이 보이기도 하고, 반가운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만나기 싫은 사람을 외면하기도 하는 것처럼, 글도 쓰다 보면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도 하고, 잊고 지낸 것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불편한 감정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뜨거운 땀을 닦으며 개운한 마음으로 나왔다. 내일부터 새로운 나의 도전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보려고 한다. 다를 것 없는 일상이 흘러가면서 나는 어느새 성장해 있을 것이다.



청룡의 해, 잘 부탁한다.

나의 결심과 목표도 꼭 이룰 수 있기 바라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행운과도 같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https://headla.it/articles/oXujPwtILtQD0Y0y5hI1mQ==?uid=4f8c6c5e6d91434c8dde0827240053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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