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미 Apr 20. 2024

빛나고 특별해지는 순간

: 의자 틈에 핀 꽃처럼

잠깐 쉬려고 의자에 앉았다. 한숨 돌리고 보니 내 곁에 가녀린 친구가 있었다.

의자 사이를 비집고 나온 노란 꽃이었다.



한참을 그 꽃을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나의 시선이 그 꽃에 조심스럽게 머물었던 것은 그 가녀린 줄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작은 꽃송이 때문이었을까.



그 꽃의 무엇이 나의 시간을 멈추고 그것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했는지 처음에는 잘 몰랐다.



내가 그 꽃을 피해 조금 옆으로 옮겨 앉기까지는 말이다.



내 눈에 자연이 담기기 시작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알아가게 되었다. 그것은 이 세상에 무엇 하나 쉽게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배경에 지나지 않았던 자연이 키워내면서 성장해 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가녀린 꽃도 두터운 땅을 뚫고, 힘겹게 씨앗에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리고, 꽃을 피웠을 것이라는 생각 먼저 들었다.



그런데 이 꽃은 땅을 뚫고 나와 의자라는 또 다른 관문을 넘어섰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던 것 같다. 게다가 누군가가 이 꽃을 보지 못하고 앉았다면, 이 꽃이 뭉개졌을 것이다라는 생각에 위험까지 감수해 내면서 이곳에 꽃을 피웠다는 것에 더 조심스러운 시선이 머물었던 것 같다.



분명, 역경을 마주하는 것은 기쁜 일은 아니지만, 그것을 잘 넘어서면 그것으로 더 빛나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무언가가 더 특별하다는 의미가 부여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많은 들꽃 가운데 피지 않고, 의자 틈 사이에 핀 가녀린 꽃이 한없이 고마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대에 맞는 언어 사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