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모르는 것을 찾을 때, 관련 도서를 찾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기보다는 유튜브로 먼저 찾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혀를 찼다. 아이들의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의 표현이었다. 우려였다.
혀를 찼던 내가 여행을 준비하면서 유튜브에서 정보를 얻고, 인기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서
실컷 웃기도 했다. 유튜브는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알고니즘이라는 장치는 내가 찾기도 전에 나의 관심을 쫓아 친절하게 새로운 영상을 제공해 준다.
어느새 나도 유튜브의 세계로 들어갔다. 영상을 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일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관심도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다. 왜냐하면 유튜브를 만드는 사람들은 전문가들도 있었지만, 그보다 나와 같은 일반인도 많았기 때문이다. 또, 구독자가 1000명을 넘기면 수익도 발생한다고 하니 ‘혹시나’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해 보고 싶은 막연한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나의 얼굴을 드러내고 내 생활을 공개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희미한 꿈으로 간직하기만 했다.
8년 동안 ‘책끌림’이라는 그림책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책끌림 활동의 큰 줄기는 한 달에 세 번 그림책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 내용을 1년 단위로 문집으로 발간하는 것이다. 이 활동을 꾸준히 한 덕에 많은 그림책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맞는 말인지에 신경을 많이 썼고, 그림책으로 어린이들과 활동하는 것에 몰두하기도 했었다. 나는 그 두 가지에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정답을 찾는 그림책을 보는 것도 싫었고, 그림책 활동을 하면서 유치원 선생님처럼 어린이들을 대하는 것은 더 싫었다. 책끌림에 활동을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한 발 늦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 나보다 먼저 동아리에서 탈퇴했다. 나보다 그들이 먼저 동아리를 떠났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두 명만이 남았다. 그중 한 명이 나였다.
그래서 우리는 둘이서 우리가 해 보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해 보기로 했다. 누구 눈치도 보지 말고, 우리가 보이는 대로 자유롭게 떠들어보자고 했다.
나는 그때 그림책에서 그림을 보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아이를 위해 그림책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림책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림책은 글뿐만 아니라 그림의 역할도 큰데, 나는 그림은 무시한 채로 글만 읽었다. 내가 그때까지 접해왔던 문학도서를 읽는 것으로 그림책을 생각했다.
운이 좋게도 동아리에 남아주신 한 분은 그림 보는 눈이 뛰어났다. 글이 없는 그림책으로 한 달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림에 나의 시선이 닿기 시작했다. 그 시작점이 된 그림책이 에런 버커의 '머나먼 여행'이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그림을 쫓아가면서 만들어지는 서사에 마음을 뺏겼다. 그림책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 그 기분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림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동아리에 한 명, 두 명 사람이 들어오고 동아리 활동이 자리를 잡으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문집으로 만드는 것에 애정을 갖게 되었다. 우리가 만들어 온 활동을 기록하는데 의미를 크게 두었다. 그리고 이제는 기록을 넘어서 소통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방법으로 유튜브를 떠올렸다.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함께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무모한 용기가 생겼다. 우리끼리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해 보자는 용기가 생겼다. 6-7년 함께 온 세월의 무게가 믿음과 배려로 우리들 사이를 메워주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유튜브 하는 것에 큰 욕심을 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서로를 다독이고 서로 밀어주면서 꾸준히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생겼다. 새로운 일을 한다는 부담감을 서로 나누어 갖고, 숨이 차지 않게 웃으며 천천히 가다 보면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알 수 없는 자신감 같은 것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저질러 보자!
나와 유튜브 세계에 손을 잡고 들어선 사람들은 모두 4명이었다. 모두 살림하는 전업 주부였고, 아이들 때문에 그림책을 보다가 이제는 자신들을 위해 그림책을 보게 된 사람들이다. 우리도 무엇인가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 유튜브를 해 보자고 했다. 정말 마음만 있었다.
파이팅을 외치고 우리가 처음으로 한 일은 우리가 나눈 토론을 정리하여 10분 정도 길이로 다시 토론을 하는 것을 녹음하는 것이었다. 편집을 어떻게 할지 몰라서 10분으로 정리해서 다시 토론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음성 녹음을 하였다.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그 음성파일을 우리 동아리 카페에 올리고 유튜브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렸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무도 유튜브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가 유튜브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포기할 마음이 바로 고개를 들어 유튜브는 우리의 수다 속으로 사라질 것 같았다. 우리끼리 머리를 맞댈 일이 아니라, 할 수 있을만한 사람을 찾아보기로 했다. 우리가 1년에 내는 회비로는 유튜브 만들 사람에게 수고비를 줄 수가 없기 때문에 공짜로 유튜브를 만들어줄 사람을 찾아야 했다.
우리는 곧 적임자를 찾았다. 나의 아들이었다. 유튜브 경력은 없지만, 코딩 전공의 영재원 출신의 나의 아들이라면 유튜브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코딩과 유튜브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는 무식한 아줌마는 절실한 마음으로 아들에게 들이밀었다.
아들은 유튜브를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영상 파일이 아닌 음성 파일을 만들어 놓은 것을 기막혀했다. 결국 아들은 이것저것 찾아가면서 유튜브를 만들어 냈다.
2024년 8월 17일 8시 17분 유튜브에 ‘책끌림 수다 – OFFICIAL’이라는 채널의 첫 영상이 올라갔다. 유튜브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시작이 반이라는 마음으로 뛰어들었다.
아들과 남편이 구독자가 되었다. 영상을 보는 내내 기분이 이상했다. 신기했다. 물론 아쉬운 점은 너무 많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설렘과 앞으로 무엇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벌써 우리가 무엇인가를 이룬 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게 했다.
남편은 영상을 보고 나서 담담하게 한 마디 했다.
“이걸 누가 봐? 자기들끼리 기록하려고 만든 거야?”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그 말에 마음이 더 내려앉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도 담담하게 “볼 사람은 보겠지, 이제 시작이야!”라고 답했다. 알 수 없는 내 미래를 미리 단정하기는 싫었다.
아들은 자신이 만들었는데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 역시 이 유튜브를 만든 것을 정말 나를 아끼는 친구들에게만 말했다. 그런데도 창피했다. 이 영상이 너무 아쉬운 점이 많았고, 내 친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영상 주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책끌림 우리끼리의 잔치로 끝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관심을 가질 사람들은 많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스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시선을 붙들만한 영상기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도 현재 가지고 있는 큰 문제다.
친구가 우리의 영상을 보고 카톡을 보내왔다.
"明日所有的花都来自今天的种子"
중국어를 모르는 나에게 중국어로 써서 보냈다. 영상에 대해 어떻게 느꼈을지 너무 궁금해서 번역기를 돌려 보니, "내일의 모든 꽃은 오늘의 씨앗에서 온다"라고 떴다.
유튜브를 하면서 책끌림만의 목표를 이야기했을 때가 떠올랐다. 우리끼리 세운 목표는 돈을 많이 벌어서 우리끼리 싸우고 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 목표를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런 날이 진짜 올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재미있게 해 온 일을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해 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삶에 활력이 되었다.
꼭 무엇이 되어서가 아니라, 함께 재미있게 갈 수 있다면 행운인 것 같다고 서로 다독이면서 용기 내서 해 보자고 했던 날이 소풍날처럼 들떠 있던 그날의 분위기가 친구의 글 귀에서 묻어나는 듯했다.
그림책에 발목이 잡힌 '머나먼 여행' 그림책을 봤던 그날처럼, 우리는 또다시 유튜브라는 통로를 통해 새로운 세계로 그림책을 들고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