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존 패트릭 루이스, 그림/게리 켈리, 번역/ 서애경, 『크리스마스 휴전』(사계절, 2012)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영국은 전쟁에 참전할 신병을 모집하였다. 신병을 모집한다는 포스터 앞에 섰던 한 청년이 그해 9월 프랑스 동북부의 서부전선에 배치된 300여 명의 군인 중에 한 명이 되었다.
청년은 그 해, 참호 속에서 전쟁을 참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추운 겨울을 맞았다. 그 청년의 서럽고 차갑기만 한 현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메리 공주가 보내온 선물과 어머니가 보내준 편지와 치즈로 잠시 녹는 듯했다.
어머니는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아들이 불러주는 캐럴을 듣고 싶어 하셨다. 어머니의 따뜻한 편지는 시체가 쌓여가는 참호 밖의 세상 속에서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밤, 어둠을 밝히는 독일군의 노랫소리가 영국군 진영으로 흘러들었다. 그 노래는 ‘고용한 밤, 거룩한 밤’이라는 캐럴이었다. 익숙한 멜로디에 낯선 노래가사 영국군 진영을 파고들어, 이 청년도 용기를 내어 ‘저 들 밖에 한밤중에’라는 캐럴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 두 청년의 노래가 전쟁터를 크리스마스 파티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독일군과 영국군이 참호에서 나와 마주 섰다. 이들은 전쟁에 서툰 젊은이들일뿐이었다. 이들은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싶은 청년들이었을 뿐이었다.
독일군과 영국군은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겼다. 기념품을 주고받기도 하고, 이발을 해 주기도 했고, 시체를 함께 수습하기도 했다.
영국군 청년은 그날을 자신의 일기장에 기록했다. 그리고 거짓말같이 다시 전쟁이 시작되었고, 청년은 총에 맞아 죽었다. 내년 크리스마스에 어머니에게 캐럴을 불러 줄 수는 없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1914년 스무 살이었던 영국의 오웬 데이비스의 실화다. 전쟁은 소소한 일상을 파괴한다. 개인의 의지와 결정은 없다. 아군과 적군으로 나뉜 집단 속에 명령만 있을 뿐이다. 사랑으로 모든 것을 품어주는 크리스마스라는 시간이 전쟁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일상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