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타공판 속의 불편한 현실

: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by 박세미

글 요안나 올레흐, 그림 에드가르 봉크, 『두 점 이야기』(사계절, 2024)




이 그림책은 사계절출판사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민주인권그림책’으로 함께 출간한 논픽션 그림책 시리즈(전 8권) 중에 한 권이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가지고 있는 차별, 불평등, 이주노동, 성역할 등의 사회적 문제를 사계절 출판사와 권정민, 서현, 소복이, 이명애, 오소리, 장재은, 정진호, 조원희, 최경식, 홍지혜, 한성민, 요안나 올레흐, 에드가르 봉크 등 국내외 13명의 작가들이 함께 그림책으로 담아냈다.




『두 점 이야기』는 여자와 남자로 상징한 분홍 점과 파랑 점이라는 두 점으로 남녀의 성 역할의 변화를 설명해 주고, 그것에 따른 독자들의 생각을 묻고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질문 앞에 나는 성 역할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멈칫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질문 옆으로 그려진 분홍 점과 파랑 점의 명확한 관계가 내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보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검은색 타공판을 내 손에 쥐어주면서 추상적인 내 생각들에 대한 해답을 비춰보게 해 준다. 타공판은 총 100개의 구멍이 뚫려 있어서 타공판을 그림책에 가져다 대면, 분홍 점과 파란 점의 개수를 쉽게 셀 수 있다. 100개의 구멍이 퍼센트를 의미한다.



던져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한적인 시간과 공간의 조건에서 분홍 점과 파랑 점의 배열로 표현하고 있다. 책장의 맨 위에 던져진 질문을 따라 내려가면, 시간과 공간이 제시되어 있고, 그 옆으로 분홍 점과 파랑 점의 배열로 그 내용을 그려내고 있다.


던져진 질문들은 정치 참여, 경제권, 가정 폭력 가해자 등 사회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지만, 이 질문들 속에서 발생하는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은 역사 속에서 현재는 많이 개선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질문들이었다. 또, 이런 생각은 분홍 점과 파랑 점의 배열된 그림을 보면, 이들이 적절하게 뒤섞여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검은색 타공판을 분홍 점과 파랑 점이 배열된 그림 위에 가져다 대보면,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빗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전히 아직도 남녀 차별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검은 타공판 속에 단순한 그림이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성 역할의 변화가 과거에서 현재까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아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1964년 프랑스에서 은행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 배우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유와 평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라는 국가에서 얼마 전까지 여자가 은행 계좌를 만들기 위해 남편의 허락을 받았어야 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제목 없음.png



과거에서 시작된 질문들이 현대로 오면 올수록 ‘설마’라는 생각이 들지만, 검은색 타공판을 갖다 대는 순간 ‘아직도’라는 아쉬운 생각이 고개를 든다.



성차별의 문제는 과거의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에 여성과 남성이 50 대 50의 비율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다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현재도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는 것을 생각해 보게 하는 것 같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는 방법을 찾아보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온 누리에 평화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