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운 순간 만들어지는 나만의 세상
이정현, 『내 마음대로』(웅진주니어, 2021)
지루한 내 일상을 그려 놓은 듯 창문 밖의 회색빛 도시가 더 지루하게 느껴지는 그림 위에 다양한 색깔로 '내 마음대로'라고 쓰인 글자가 강물 위로 떠가는 배를 뒤쫓아 가는 것 같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
지루한 일상을 깨고,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펼쳐질 것 같다.
기대감에 부풀어 책장을 넘기기 전에 '나는 내 마음대로 무엇을 하고 있나?' '나는 내 마음대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러면서 '내 마음대로 못한 것은 또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밀려들었다.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한 것도 없는 것 같고, 내 마음대로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내 마음대로 하는 그 무엇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의 혼란한 마음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그림책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가 창문 밖의 풍경을 하나씩 '찰칵' 찍어낸다. 그 찍어내는 화면 안에 구름, 산, 강, 굴뚝, 배, 화분, 비행기가 담겼다. 아이는 그것들이 외롭게 보였다. 그리고 아이가 그것들은 외로울 때 무엇을 하는지 풍선처럼 부풀려진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책장 가득 그들의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외로울 때, 구름은 여행을 떠나고, 산은 그림자와 함께 산책을 나선다. 강은 마음껏 펑펑 울고, 굴뚝은 소리를 지르고, 배는 인어공주가 되어 물속과 물 밖을 오가며 물고기들과도 함께 지낸다. 화분은 새들을 초대해서 수다를 떨고, 비행기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린다.
상상의 세계를 걷어내면 생활 속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구름이 떠가고, 시간에 따라 산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강에는 물방울이 튀고, 굴뚝은 하얀 연기과 열기를 뿜어내고, 배는 물고기가 사는 강을 가로질러 떠간다. 새들이 화분 주변에 내려앉고, 비행기는 파란 하늘에 자신의 자국을 남기며 날아간다.
이러한 일상의 풍경에 자신만의 상상을 불어넣어 생명력을 더했다. 그러고 나서 아이는 자신은 외로울 때 무엇을 하는지를 생각해 본다.
아이는 외로울 때, 그들이 비치는 창문 위에 자기 마음대로 그림을 그렸다. 아이의 손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아이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나쳐버리기 쉬운 외로운 감정을 꺼내서 달래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일상이 주는 편안함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덧대어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 보게 하는 재미가 있다. 특별할 것 없던 오늘이 나에게는 특별한 순간이 있다면, 외롭지 않을 것이다. 외롭다는 감정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내 마음대로'라는 제목에는 '외로울 때는 내 마음대로 상상을 해요'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이 그림책을 처음 마주하고 생각했던 '내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에 대한 대답은 찾지 못했다. 다만, 나의 외로움을 들여다 보고, 내가 상상만으로 내 외로움을 떨쳐낼 수 없다는 것을 할 수는 있었다.
나이가 들면 더 내 마음대로 하면서 살 수 있을 것들이 많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줄들에 묶여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라는 한 마디로도 정리되지는 않지만, 수많은 생각들을 순간 했던 것 같다. 구체적인 생각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 단어가 주는 설렘은 충분히 느낀 것 같다.
상상이라도 실컷 내 마음대로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