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이야기가 들려주는 생선들의 외모 이야기
글 이월, 그림 이종균, 『멸치 대왕의 꿈』(키즈엠, 2015)
옛날 옛적, 동해 바다에 삼천 살 된 멸치 대왕의 묘한 꿈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꿈의 이야기를 세세히 듣지 않아도 이 꿈을 그린 민화 같은 그림에서 그 꿈의 묘한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반달이 등장하는 검은 밤하늘 아래 멸치 대왕이 하얀 파도 위를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하고, 눈 내리는 구름 아래 한가롭게 앉아도 있다. 그리고 하얀 바탕 위 반쪽짜리 붉은 태양 아래 멸치 대왕은 땀을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앉아도 있다.
멸치 대왕은 이 묘한 꿈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궁금하여 꿈풀이를 잘하는 동해 바다에 사는 망둥이를 데리고 왔다. 그리고 그 망둥이에게 극진한 대접을 해 주었다.
망둥이는 멸치 대왕의 대접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멸치 대왕의 꿈은 앞으로 멸치 대왕이 용이 될 것을 보여 준 것이라고 했다. 망둥이 옆에서 망둥이의 해몽을 들은 가자미는 멸치가 용이 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자신만의 꿈풀이를 시작했다.
멸치 대왕이 파도 위를 오르내린 것은 위로 치솟았다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어부의 낚싯바늘에 걸리는 것을 뜻하며, 눈이 내리는 것은 멸치구이에 뿌려지는 소금을 의미하고, 밤하늘의 서늘함과 태양의 뜨거움은 멸치구이를 위해 불을 피우는 부채질을 뜻하는 것이라고 했다.
멸치 대왕은 가자미의 해몽에 화가 나서 가자미 뺨을 세게 쳤다. 그 힘이 너무 세서 가자미의 눈이 한쪽으로 몰려버렸다. 가자미는 너무 놀라 철퍼덕 주저앉았다.
그런데 하필 가자미가 메기 머리 위에 주저앉는 바람에 메기 머리가 납작해지고 말았다. 이 상황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병어는 웃음을 참고 참다가 입이 아주 오그라져 버렸고, 물고기들의 변한 모습에 배를 잡고 웃던 새우는 너무 웃다가 허리가 굽어 버렸다. 그날 이후 바닷속에 생김새가 이상한 물고기들이 많이 살게 되었다고 한다.
물고기의 모습을 자세히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물고기들의 모습이 개성 있게 그려졌다. 눈이 몰리고, 머리가 납작해지고, 입이 합죽이가 되고, 허리가 휘었는지 진짜 모습을 찾아보게 한다.
뿐만 아니라, 작고 힘이 없어 보이는 멸치가 대왕이라는 설정도 의미가 있다. 처음부터 힘도 가지고 있고, 권력도 쥐고 있고, 돈도 많이 있는 사람이 더 성공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질투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성공한다면, 질투가 선을 넘어 화가 날 수도 있는 것 같다. 멸치가 용이 되는 것에 화를 내는 가자미의 모습도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가자미의 분노가 메기, 병어, 새우의 모습까지 바꾸어 놓았다. 바꾸어진 모습이 우습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을 것 같다.
또, 멸치 대왕이 들으면 기분이 좋을 말을 한 망둥이와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이야기한 가자미의 모습에서 충신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황에 맞춰 자신의 의견을 잘 풀어놓는 지혜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깔깔거리며 가볍게 웃다가 그 끝에 묵직한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옛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