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으로 상대 팀의 몸을 맞혀 아웃시키면 되는 거야'
이명애, 『휘슬이 두 번 울릴 때까지』(사계절, 2004)
네모 반듯한 주황색 선이 운동장 한가운데 그려졌다. 선생님이 주황색 공을 ‘탁탁’ 튀기며, 세차게 호루라기를 불어 아이들이 모이게 했다. 같은 반 아이들이 둘로 나뉘어 피구 경기를 시작했다.
규칙은 선생님의 호루라기가 두 번 울릴 때까지 공으로 상대 팀의 몸을 맞추는 것이다. 자기 손안에 공이 들어오면, 5초 안에 상대를 향해 공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공을 맞은 사람은 주황색 선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 네모 반듯한 선 안쪽에 몇 명이 남아 있는지가 이 경기의 승리를 좌우한다.
규칙은 간단하다. 늠름하게 공을 잡은 ‘윤’이 먼저 공을 던졌다. 누군가를 향했을지 모르는 그 공의 움직임에 아이들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검게 그려진 아이들 무리 속에 주황색 공은 태양이 하늘 아래로 뚝 떨어지듯이 뜨거운 열덩이가 아이들 속을 ‘훅’ 헤집고 다니는 것 같다.
제일 먼저 맞은 아이는 ‘최’였다. 어느 순간 맨 앞에 서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앞선다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이 아닌 순간이다.
그 뒤로, 주황색 공은 달리기가 느린 아이, 안경을 써서 시력이 안 좋은 아이, 겁이 많아 한껏 웅크리고 앉아 있는 아이, 모든 것이 서먹하고 낯선 전학생 아이, 공을 피하려고 하다가 경황이 없어 금을 밟은 아이, 손을 다친 아이, 피해 다니는 무리에서 혼자 떨어져 모퉁이에 서 있던 아이, 누군가의 방패가 된 아이, 상대에게 붙잡힌 아이, 덩치가 큰 아이, 친구를 도우려고 머뭇거린 아이, 공을 잡아보려고 용기를 냈던 아이에게 던져졌다.
공격하는 아이가 아니라, 공격을 당하는 아이의 모습에 집중하게 되는 그림책이다.
주황색 공을 잡은 아이들은 5초도 되지 않은 그 짧은 순간에 공에 맞을만한 아이를 찾아내서 있는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 공에 맞은 아이들의 모습과 주변 아이들의 모습이 정지된 화면처럼 보이지 않는다. 공을 맞은 아이가 공을 맞고 아파하거나 창피해하는 그 감정과 주변 아이들이 우왕좌왕하면서 공을 두렵게 느끼는 그 감정이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전달된다. 그래서 장면마다 공에 담겨 있는 아이들의 힘과 공을 피하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어쩌다 보니 살아남아 공을 잡게 된 아이가 긴 5초를 모두의 시선 속에서 보냈다. 그 아이는 결국 공을 하늘을 향해 던졌다. 그리고 선생님의 호루라기가 두 번 울렸다.
주황색 선에서 아이들이 점점 멀어지면서 긴장과 두려움 속에 있던 검은색은 점차 아이들의 색깔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특히, 마지막에 하늘로 공을 던진 아이가 자신의 공에 아무도 맞지 않은 것에 대해서 뿌듯해하는 것 같다.
누군가를 맞혀야만 자신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시간제한도 없고, 정해진 선도 없고, 규칙도 없이 던져지는 현실 속의 공격성을 피구 경기에서 5초 안에 던져지는 공격성으로 마주하는 것 같아 생겼던 불편한 마음이 조금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누군가를 맞혀야만 자신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는 피구 경기에서조차 하늘로 던진 주황색 공은 또 다른 선택지가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