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누구입니까”
권정민, 『당신을 측정해 드립니다』(사계절, 2024)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를 어떻게 설명할지에 대해 순간 머뭇거리게 된다. 사람을 설명한다는 것은 참으로 복잡한 일이다.
그런데 당신의 모든 것을 측정해 보면, 이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측정은 문제 해결의 시작이며, 그 결과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의미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신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기초, 심화, 종합의 단계로 측정하고 이를 통해 당신의 의미를 찾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양한 고양이들이 ‘당신’이 되어 등장한다. 측정의 굴레에 따진 고양이들 모습을 보며 웃다 보면, 어느새 그 안에 사람을 대입하게 된다. 그림 속에서 생활 속에 수많은 것들을 재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그래서 움찔거리게 된다.
먼저, 기초 측정의 단계에서는 신체의 각 부분과 기능을 살펴볼 수 있다. 무게와 키, 부피, 시력, 두개골의 크기, 코의 길이와 너비, 발가락뼈의 구조, 피의 성분, 그리고 피부색에 이르기까지, 생물학적이고 물리적인 요소들을 측정한다. 이러한 측정을 통해 성격이나 운명까지도 점치게 된다. 마치 관상을 보거나 유전자를 통해 자신의 신체적 특징을 규정짓는 것처럼 말이다.
더 나아가 심화된 측정에서는 체력, 순발력, 지구력, 집중력, 사고력, 어휘력 등을 점검한다. 이러한 것들이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 달릴 수 있는 능력, 돌발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처하는 태도, 외국어로 소통하는 기술, 실패에도 다시 도전하는 끈기와 같은 요소들을 측정한다.
뿐만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올라가는 것도 측정한다. 같은 사다리를 올라가는 것처럼 보여도 누군가에게 그 사다리를 부러져 있기도 하고, 누군가에는 한 칸 한 칸이 넓기도 하고, 좁기도 하다. 또, 누군가에는 앞만 보고 올라가느라 옆을 보지 못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올라가는 누군가에게 밟혀서 제대로 올라갈 수가 없다.
하지만 모두가 사다리를 오르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쉽게 줄을 타고 빠르게 올라가기도 한다.
끝으로 종합 측정 단계에 이르면, 측정에 익숙해져 도구 없이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한다. 측정의 중독의 단계 같다. 하루 종일 누군가를 측정하고, 누군가에 의해서 측정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지내는 것 같다.
측정하는 요소는 하루의 근무 시간, 식사의 양과 질, 생활 속 도구의 사용 시간, 땀의 양, 품위 유지 비용,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 잠 못 드는 밤의 길이, 그리고 자신에 대한 만족도 등이다. 이것은 삶의 크고 작은 요소들을 스스로 측정하고 점검해 보는 태도는 자기 이해를 깊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이처럼 측정을 통해 숫자로 표현하고, 그에 따라 줄을 세우는 것이 편리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차별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불평등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고양이들의 모습에 웃다가도 마음이 불편해지는 지점이 생긴다. 사람을 잘 알기 위해 시작된 측정이 결국은 사람을 평가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게 된다.
편리하고 간단하다는 것에 몰입되어 중요한 것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은 수치로 표현되는 대상도 아니고, 분석의 대상도 아니다. 사람은 그 존재 자체로 이미 충분히 의미가 있어서 존중받을 대상이다. 따라서 사람은 이미 모두가 평등해야 될 이유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