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
글 고희영, 그림 에바 알머슨, 번역 안현모, 『엄마는 해녀입니다』(2017, 난다)
제주에서 태어난 고희영 작가는 우도 해녀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물숨’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그리고 고희영 감독의 글에 감동한 스페인 출신 화가인 에바 알머슨이 우도를 방문하여 해녀들의 삶을 그림으로 담아냈다.『엄마는 해녀입니다』는 이러한 이들의 만남으로 탄생했다.
이 그림책 안에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등장하는 해녀들의 삶을 품고 있다. 꽃테왁을 안고 물 위에 떠 있는 엄마의 모습과 바닷속에서 욕심을 내다가 죽을뻔한 설정이 서로 닮아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숨만큼 바닷속에 머물면서 바다가 주는 만큼만 가져온다는 해녀들의 철학이 드라마와 그림책을 모두 지배하고 있다.
이 그림책은 할머니, 엄마, 나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치는 해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할머니처럼 살기 싫었던 엄마는 바다를 떠났지만, 결국 숨비소리가 그리워 다시 돌아와서 할머니처럼 해녀가 되었다. 또, ‘나’는 해녀 할머니와 엄마의 삶을 지켜보면서 해녀들의 삶을 이해하고 익히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활짝 미소 띤 파도와 파랗다기보다 푸르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바다의 색깔이 예측할 수 없는 바다의 모습을 온화하게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 바다는 시커멓고 거칠기만 한 곳이 아니라, 해녀들을 품고 해녀들의 일상을 살아가도록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또, 해녀 할머니는 빠글빠글한 머리에 짙은 염색을 하고, 얼굴에는 파도만 한 주름이 깊게 파인 채, 등은 굽고 자세는 꾸부정할 것 같다. 그것이 험난한 바다에서 살아온 인생의 훈장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할머니의 삶이 힘들어 보여 도시로 떠난 엄마를 생각해 보면, 할머니의 해녀로서의 삶은 분명 녹록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그림책의 해녀 할머니는 그렇지 않았다. 할머니의 얼굴에는 주름 하나 없었고, 노란 머리에 분홍 핀을 꽂은 예쁘게 꽂고 있었다. 발그스레한 볼이 할머니를 더 젊어 보이게 하는 것 같다.
해녀 할머니에 대한 편견을 깨 주었다. 젊어 보이는 할머니 해녀의 모습은 풍파를 견뎌내는 해녀로서의 삶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것 같다.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라는 할머니 해녀의 당부는 해녀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안전한 공기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숨비소리로 호흡을 조절하며, 바다가 주는 만큼만 가져오는 해녀들의 약속이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다.
자신들의 파도를 해치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자신의 인생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욕심을 내려놓고, 세상이 허락하는 것에 감사할 줄 알면서 살아가라는 인생의 당부가 담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