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곁에 있었다

: 관계 속에서 유지된 생명

by 박세미

조원희, 『호두와 사람』(사계절, 2024)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하얀 그림책이 있다. 하얀 바탕 위에 단조롭게 그려진 그림 아래로 써진 글이 명료하다. 한 장씩 한 장씩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하얀 세상 속 그들만의 이야기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개가 있다. 이름도 없는 이 개는 뒷다리를 다쳐 보호소에 있다. 이미 사람에게 상처를 많이 받은 개다. 그런데 이 개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것도 사람이었다. 자신만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약자인 반려동물을 사람들이 지켜주는 행위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개에게 호두라는 이름이 생겼다. 이 개는 다리 다친 개, 유기견이 아니라, 호두가 되었다.



이 개의 모든 순간순간에 사람들이 항상 곁에 있었다. 호두를 차에 태워 다른 사람에게 보내주는 사람, 호두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사람, 호두라는 이름을 지어준 사람, 호두를 보호해 준 사람 등 서로가 서로에게 바통을 건네받듯이 서로의 역할을 이어받아 호두 곁을 지켜주었다. 이 사람들은 호두에게 필요한 것들 중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담담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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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호두에 대한 관심으로 각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춰 호두를 대해주었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호두를 도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진심이 호두에게 좀 더 편안하게 전해졌을 것 같다. 나쁜 사람보다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호두도 본능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호두는 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점점 사람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호두는 ‘언제나 다시 돌아올 집과 다른 개들과 나누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이 바로 이 그림책의 작가이다. 작가는 호두를 만나게 된 1년 4개월의 여정을 그림책으로 그렸다. 호두는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가 많은 사람들을 거치면서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가와의 안전한 거리를 통한 생활이 호두가 사람을 다시 믿을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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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교감이 이루어지고, 그 교감을 통해 서로 위로를 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된 것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호두와 작가도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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