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조영지, 『달항아리』(다림, 2020)
억척네는 일본인 지주 집의 식모였다. 일본인 지주의 수집품 중에 달항아리가 가장 귀하다고 생각한 억척네는 공들여 달항아리를 닦고 또 닦았다. 나라를 빼앗긴 억울한 시대에 일본인 지주 손에 들어간 달항아리가 자신과 같은 처지처럼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
억척네는 해방이 되면서 지주 집에서 달항아리를 들고 나왔다. 활짝 핀 목련을 달항아리에 꽂아두면 목련 향이 달항아리를 가득 채웠다. 달항아리는 억척네에게 보물 항아리가 되었다.
전쟁이 나자 그 보물 항아리는 억척네를 살리는 달항아리가 되었다. 세 아이와 피난을 갈 수 없었던 억척네는 달항아리에 쌀과 감자를 숨겨 놓았다. 마지막 음식을 달항아리에서 꺼내면서 억척네는 한참이나 달항아리를 쓰다듬었다. 그것이 이들의 마지막이었다.
수많은 시간이 흘러 달항아리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박물관에 놓였다. 달항아리는 더 이상 억척네가 일본인 지주 집에서 소중하게 들고 나왔던 뽀얗고 고운 달항아리가 아니었다. 여기저기 세월의 얼룩이 잔뜩 묻은 달항아리가 되어 있었다. 그 달항아리는 그 수많은 시간 동안 억척네를 기다렸다.
긴 시간의 역사가 사실적인 그림과 상징적인 그림 속에 짧은 글로 소개되고 있다. 일본인 지주의 집의 모습, 인민군이 억척네 집에 들이닥친 상황, 사람들이 피난을 가는 모습은 사실적으로 보인다.
반면, 사방으로 뻗어 있는 나뭇가지가 달항아리에 비친 모습은 마치 달항아리에 금이 간 것 같다. 이 균열은 전쟁 이후의 시련을 극복하면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삶을 표현한 것 같다. 또, 아파트 위에 떠 있는 달을 투영한 달항아리의 모습은 산업화와 도시화된 시대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세 아이를 지키고 키워낸 억척네의 삶은 그 시대를 살았던 보통 사람의 모습일 것이다. 시련의 역사 속에서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낸 사람의 이야기를 달항아리를 통해서 다시 돌아보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