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드러운 정조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화성 행차
윤민용(글)·이화(그림),『1795년, 정조의 행복한 행차』(봄볕, 2023)
정조(재위 1776-1800년)는 조선의 제22대 왕이다. 할아버지가 영조, 아버지가 사도세자, 어머니가 혜경궁이다.
정조는 1795년 을묘년에 어머니의 회갑연을 화성 행궁에서 열었다. 혜경궁과 사도세자는 동갑이어서 사도세자에게도 회갑이 되는 해였으며, 그동안 사도세자의 묘를 혜경궁이 한 번도 찾아오지 못했다는 이유로 혜경궁의 회갑을 화성에서 열기로 한 것이다.
조선 역사상 왕이 자신의 어머니를 모시고 궁궐 밖을 나간 유일한 사건이었다. 한양을 벗어나 화성까지 가는데 7박 8일이 걸릴 정도로 긴 여정이었다.
이 행사의 준비 기간만 해도 2년이었으며, 동원된 사람도 6천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한정된 종이 안에 그려진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그 꼼꼼하고 세밀한 묘사가 이 행사를 준비하는 그동안의 수고로움과 그 행사의 규모를 충분히 느끼게 한다.
이 그림과 글은 ‘원행을묘정리의궤’를 바탕으로 하여 재구성된 것이고, 그림은 화성원행도 병풍과 채색필사본 ‘원행정리의궤도’를 바탕으로 그렸다고 한다. 따라서 역사적인 사실이라는 점에서 그 행차의 의미와 규모에 압도되는 면이 있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처절한 죽음으로 붕당정치 속에서 자신의 왕권에 대한 정통성을 화성 행차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정치적인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그림책에서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효심과 백성을 생각하는 애민의 마음이 먼저 와닿는다.
정조는 이 행사에 백성들의 세금을 쓰지 않도록 하였고, 어머니를 모시고 화성 행궁에 이르는 길의 도로를 정비하는 것부터 이후에 경복궁으로 돌아온 뒤 배다리를 신속히 해체하고, 이 모든 과정을 후대를 위해 기록으로 남기라는 것까지 지시할 정도로 이 일을 시작하는 것부터 마무리하는 모든 것에 이르기까지 허툰 것이 없었던 것 같다.
또, 정조는 화성 행차로 인해 수고한 화성과 그 주변의 백성들을 위해 별시 과거를 치렀으며, 백성들에게 곡식과 소금을 나누어 주고, 80세 이상의 노인들을 초대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뿐만 아니라, 환곡도 탕감해 주었고, 부역도 줄여주었고, 불꽃놀이로 백성들에게 즐거움도 주었다. 정조는 이 행사로 인해 힘들었을 백성들의 수고를 충분히 치하하고 있다.
혜경궁의 환갑 당일에는 정조가 혜경궁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글과 옷감을 창경궁에 보냈다. 혜경궁 역시 당일에는 조촐하게 지내기를 바랐으며,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누어주는 것으로 그날을 의미 있게 만들었다.
이 그림책에는 당시 한양에서 화성까지 가는 길, 그 과정에서 만나는 백성들 모습, 화성 행궁에서 열린 연회의 다양한 모습을 잘 보여주면서 정조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충분히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잘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