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안경으로 세상을 보고 있을까?

: 개성과 선입견 사이

by 박세미

빅토르 벨몬트( 지은이), 용희진(옮긴이), 『넌 어떻게 보이니?』(미래아이, 2025)




토마스의 모든 가족이 모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토마스의 동생, 외삼촌, 숙모, 누나, 사촌 동생, 삼촌, 토마스까지 모두 11명이다. 이들은 기다란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반려견 오레오와 새장 속 새 한 마리도 그들 곁에 있었다.




토마스는 색맹이다. 색깔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토마스에게 보이는 세상은 남들과 다른 빛깔의 세상이다.



그런데 토마스만 그럴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이 세상이 모두 똑같아 보일까?


그렇지 않다. 시력이 나쁜 할머니의 세상은 뿌옇고, 과학자 엄마의 세상은 숫자로 판단이 되고, 어린 동생에게 세상은 너무 크고, 화가인 숙모에게 세상은 인상파가 뿌려 놓은 그림 같다. 그리고 삼촌에게 이 세상은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놓아야 하는 곳이기도 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아빠에게는 게임 속 픽셀로 이 세상이 보이기도 한다. 또, 할아버지의 세상은 자신의 젊은 시절이 깊게 녹아들어 있고, 편리하고 신기한 현대 문명이 밀고 들고 와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반려견인 오레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보인다.



이들은 함께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로가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나 달랐다. 각자만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같은 상황에서 서로가 다르게 바라보는 세상이 개성 있게 잘 그려져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글을 따라가지 않아도 긴 설명 없이 상황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그 끝에 ‘나는 어떨까?’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화가인 숙모에게 눈길이 갔다. 어설픈 피카소의 그림 같은 화가 숙모의 시선 속 세상이 인상적이었다. 형체가 분명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각자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 것만 같았다.



또, 시댁 식구들 속에 이방인처럼 앉아 있는 숙모의 모습이 마음이 쓰였다. 이제 결혼한 지 20여 년이 가까워지고 있는 나조차도 시댁 식구들 속에 있으면 이방인 같을 때가 있다. 나를 누구누구의 엄마나 당신 아들의 아내 혹은 자신의 동생 아내로 자리매김하여 대하는 것이 내가 누구인지에는 전혀 관심 없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기도 하다. 나의 집안 일과 나의 집 안에서의 역할 이외에는 나에 대한 관심이 없게 느껴져 서운하기도 하다.



그래서 숙모에게 마음이 끌렸던 것 같다.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우리 아빠의 모습이 보여서 웃음이 났다. 식구들이 모두 모이면 베트남 전쟁부터 시작하는 우리 아빠의 이야기는 허공에 퍼진다. 그러면서도 최신 핸드폰을 좋아하는 우리 아빠의 모습이 할아버지의 그림에서 이해가 되었다.



자신들이 이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다 해내며 살았던 그 시간을 그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자식들이 열어주는 현대 문명의 편리함은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해 그것을 이용하는 기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우리 아빠를 느끼고 이해하게 되었다. 동시에 나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떠벌이고, 새로운 것에 아이처럼 좋아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저 시간이 흘러 노인이 된 것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일 것이다.



자신의 경험 속에서 확연히 다른 안경을 쓴 채로, 함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을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인데, ‘함께’라는 말로 묶으며, 같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그림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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