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저자 정란희, 그림 양상용, 『사할린 아리랑』(한울림어린이(한울림), 2023)
1941년 5월, 열일곱 살 흥남이는 사할린 탄광으로 끌려갔다.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자신이 어떤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어떻게 살게 될지도 모른 채, 어쩔 수 없이 끌려갔다.
커다란 화물선에 짐짝처럼 실려 도착한 사할린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지옥 같은 곳이었다. 좁은 통로에 몸을 구겨 넣다시피 하고 들어선 막장 일은 고되었을 뿐만 아니라, 악취, 추위, 굶주림에도 고통받아야 했다. 또, 몸이 아픈 순간에도 일본군의 매질을 견뎌내야 했다. 사방을 둘러봐도 도망갈 곳도 없었다. 사할린에 도착한 순간 인간 흥남이는 사라지고, 조선인 노역자 하나가 늘었을 뿐이었다.
당시 일본은 탄광뿐만 아니라, 벌목장과 철로 공사장에도 조선 사람들을 끌고 가 강제 노역을 시켰다. 어느 곳이나 위험했다. 사고가 나는 것이 당연하게 보일 정도의 작업 환경이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사고와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그들은 조국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어린 흥남이 역시 그랬다.
힘든 순간, 그들은 아리랑을 흥얼거렸다. 아리랑은 잠시라도 그들을 위로해 주었다. 마치 조선을 떠나면서 남기고 온 발자취 같기도 하고,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는 메시지 같기도 했을 것이다.
1945년 8월 15일, 흥남이에게 평생 오지 않을 것 같은 날이 왔다. 조국이 해방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벅찬 감동이 다 채워지기도 전에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만행을 감추기 위해 조선인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이 사할린으로 조선인들을 끌고 갈 때, 조선인들도 일본인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선이 해방이 되자 조선인들은 더 이상 일본인이 아니라, 자신들의 모든 만행을 알고 있는 목격자이자 피해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사할린 그 낯선 땅에서 조선인들은 또 다른 낭떠러지 끝에 서 있었다.
그곳에서 조선인들은 자신들을 데리러 올 조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흥남이도 귀국선을 기다리며, 가족을 떠올렸다. 흥이 돋아 아리랑을 부르며 어깨춤을 추는 어머니와 박수를 치고 계신 아버지 그리고 흥만이에게 손짓하는 어린 동생들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듯하여 흥남이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조국은 이들을 데려오지 못했다. 그들은 그곳에 무국적자로 남게 되었다. 이들은 살아남은 우리의 아픈 역사가 되었다.
빛바랜 그림 같은 그들의 이야기가 사실적인 그림과 자세한 서사로 이 그림책은 말하고 있다. 우리가 이 역사를 잊으면 안 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