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톡톡톡' '탕탕탕'
이순옥, 『엄마소리』(길벗어린이, 2025)
‘콩콩콩’ 뛰는 심장 소리에 맞춰 ‘톡톡톡’ 엄마의 칼질 도마소리가 리듬을 탄다. 엄마의 마음이 도마소리를 타고 아이에게 닿는다.
아이의 이유식을 시작으로 엄마는 아이를 위해 직접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도마소리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소풍을 준비하기도 하고, 아이의 생일을 축하하기도 하고, 운동회 후에 몸을 보충해 주기도 했다. 한여름에는 더위를 가르고, 추운 여름에는 몸을 녹여 주기도 했다. 일상 속에서 들리던 그 도마 소리가 아이를 위로하고, 안아주었다. 엄마의 그 소리가 아이의 삶을 응원했다.
또, 그 소리는 아이의 하루를 시작하는 초록불이었고, 아이의 심장이 되었다. 아이 몸에 그 소리는 켜켜이 새겨졌고, 도마 위에 수많은 칼자국의 흔적으로 남겨졌다.
아이는 성장했고, 엄마는 늙어갔다. 세월이 흐르면서 변하는 음식 소리만큼 엄마의 손도 변했다. 주름이 늘어났고, 손목에 파스를 붙이기도 했고, 가락지도 하나 끼게 되었다.
그 나이 든 엄마의 손에서 그 시절 시절마다 엄마가 가졌을 그 시간에 대한 마음이 느껴진다. 음식마다 다른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그 시절마다 엄마가 겪었던 일상은 달랐을 것이다. 힘들 때도 있고, 기쁠 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소리를 타고 나오는 자식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한결같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가정을 이루어도 엄마의 도마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자식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엄마의 마음은 여전하다.
그런데 엄마의 도마소리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하다가 결국 멈추는 순간이 온다. 엄마가 자신만을 생각하는 순간이 왔다. 엄마가 아이가 되어 버렸다. 그때서야 비로소 엄마를 위한 도마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엄마를 돌봐주는 사랑의 도마소리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도마의 주인이 바뀌었다.
삶의 어느 페이지에 엄마가 부엌에서 음식을 하고 있는 장면을 떠올리면, 마음이 먹먹하면서 따뜻해진다. 안정감이 들고, 사랑받았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음식을 해 준다는 행위는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엄마는 가족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정성껏 음식을 만드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엄마의 손맛은 사랑이다.
도마 위에서 음식 재료를 손질하는 손,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주황색 소리, 그 상황에 떠오르는 간단한 장면 하나, 그리고 짤막한 마음 한 줄이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엄마가 가족을 많이 사랑했다는 그 마음을 헤아리기에도 충분하다.
가족들 삶의 모든 순간에 엄마의 소리, 엄마의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듣고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