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단계 성장하게 하는 주변의 도움
곽윤숙(글), 릴리아(그림), 『별일 없는 수요일』(샘터사, 2025)
가영이는 호원초등학교 3학년이다. 얼마 전에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가 있던 동네에서 다른 동네로 이사를 했다. 그래서 가족들이 가영이의 하교를 도왔다. 수요일 단 하루, 가영이는 버스를 타고 혼자서 하교하기로 했다.
가영이의 첫 수요일 버스 혼자 타기 도전이 시작되었다. 초등학생이 혼자서 버스를 타는 것은 충분히 긴장되는 일이다. 가영이는 버스 뒷문 앞에 앉았다. 자신의 목적지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영이가 잠깐 조는 바람에 내려야 할 곳을 세 정거장이나 지나버렸다. 가영이는 ‘괜찮아’ 주문을 걸면서 그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으려고 했다.
놀란 가영이에게 뒷자리 아저씨는 전광판에 나오는 글자를 읽지 못하냐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이의 놀란 마음이 두려움으로 꽉 채워지는 순간이다. 다행히 그 아저씨가 내리면서 가영이를 버스 기사님에게 부탁하면서 그 두려움이 안심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운전기사님은 가영이에게 자신의 바로 뒷자리로 오게 했다. 가영이가 버스 안에서 움직이는 동안, 한 아주머니는 가영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도와 주웠고, 어떤 언니는 가영이에게 말을 걸며 사탕을 건넸다. 버스 안의 어른들이 가영이를 대견해하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같은 버스 안에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영이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하나로 이어졌다. 가영이가 내려야 하는 ‘서유동문화회관’ 정류장에 도착할 때까지 이들의 마음은 모두 하나였다.
버스에서 내린 가영이의 손에 하얀 막대기가 쥐어져 있다. 그 막대기가 ‘촤라락’ 펴지면서 가영이가 무사히 버스를 내린 것에 더 깊은 안도감이 찾아온다. 팔을 휘젓는 가영이를 놀린다는 친구들의 모습, 자신의 발걸음을 세던 가영이의 모습, 가영이의 안경을 칭찬하던 버스 기사의 말, 후각과 청각으로 기분을 드러낸 가영이의 생각, 그리고 자세하게 상황을 묘사하듯 보여주는 서사가 하얀 막대기 그림 위로 다시 한번 빠르게 지나간다.
가영이가 목적지를 지나치고 내리지 못한 것은 누군가에게는 ‘별일’이 아닌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영이에게는 커다란 ‘별일’이었고, 그 ‘별일’이 주변의 도움으로 ‘별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앞으로 가영이가 혼자서 버스를 탈 수 있는 일상을 만들어 준 것이 될 것이다.
‘별일’은 상대적이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서 그 ‘별일’은 트라우마처럼 남기도 하고, 경험으로 기억되어 일상을 파고들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극복은 함께 사는 세상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온정이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 속에서 한 단계 성장 된 자신을 발견한다. ‘별일’이 성장의 또 다른 말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