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양? 개성?
정현진(지은이), 『토끼전 대 호랑전 : 명절맞이 부침개 대결』(창비, 2025)
훔쳐 먹었던 전의 맛을 잊지 못해 전을 부치기로 한 토끼와 호랑이가 전 부치기 대결을 한다. 심판은 전을 잘 부치기로 소문난 업둥이었다. 업둥이는 토끼와 호랑이에게 맛, 향, 감촉, 모양새, 씹는 소리 오감에 하나를 더 담아내라고 요구했다.
토끼와 호랑이는 자신들을 도와줄 동물들과 팀을 이루어 전을 부쳤다. 토끼는 영양을 가미한 파전을 부쳤고, 호랑이는 개성을 추가한 육전을 부쳤다. 심판 업둥이는 이들 전을 맛보고, 간장과 물을 가지고 오라고 시켰다.
토끼와 호랑이가 정신없이 간장과 물을 찾으러 마을로 갔다가 명절마다 전을 훔쳐 먹던 도둑을 잡으려고 쳐 놓은 덫에 걸려 잡혔다. 경쟁에만 몰두한 나머지 공동체의 질서와 책임을 돌아보지 못한 결과였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이들에게 마을 사람들은 처벌 대신 새로운 약속을 제안한다. 앞으로 전을 부칠 때마다 혼자가 아닌, 함께 모여 전을 부치라는 것이었다.
전은 여럿이 모여 함께 할 때 더 가치가 드러나는 음식인 것이다. 가족이 함께 하면 왁자지껄한 명절 분위기가 제대로 난다. 특별한 기술이 없이 누구나 할 수 있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함께 하기에 좋은 음식이다. 오감에 하나를 더 한 것은 바로 화합이었다. 경쟁보다 협력, 우열보다 어울림이 있을 때 비로소 음식도, 공동체도 그 가치를 드러낸다.
하지만, 명절의 전의 냄새는 비 오는 날 풍겨내는 전의 냄새와는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즐거웠던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누군가에게는 힘든 노동을 생각나게 한다.
부침개 ‘전(煎)’과 고전 문학의 ‘전(傳)’, 대결의 ‘전(戰)’의 동음이의어로, 옛이야기의 해학적인 그림과 서사와 판소리 같은 말 그리고 현대적인 배경을 통해 전통적인 우리의 음식과 명절을 현대적으로 잘 풀어 보여주고 있다.
명절 음식을 하는 일은 가족을 위한 노동이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해서 나누는 행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음식이 중요하다기보다 음식을 함께 하는 행위 그것을 나누는 미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음식에 영양과 개성을 더할 것이 아니라, 화합이 필요하다는 그림책 속 이야기의 울림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