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힘들 때 함께 눈물 흘리고, 내가 기쁠 때 누구보다 좋아해 주는 존재가 가족이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당연히 서로 이해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서로에게 상처가 될 때가 있다.
어려서 형제들과 수도 없이 싸웠고, 부모님께 수도 없이 혼나면서 그 서운함이 몇 시간 가지 않았다. 싸우는 것도 당연했고, 화해하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서부터는 각자의 생활에 치여 싸울 일도 피하게 되고, 서운한 일도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가 한 번 어떤 일로든 한 번 서로의 참았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드러나면 그것의 시작과 마무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게 되었다. 그저, '가족'이라는 근원적인 이유로 다시 그 상처를 덮을 뿐이다. 이것이 해결책으로 좋은 방법인지 나쁜 방법인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본능 같다. 가족이라는 말이 갖는 인간의 회기 본능을 자극하는 힘인 것 같다. 그래서 가족은 끊어내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끊어낼 수 없는 인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