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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Jun 24. 2022

평범의 의미

: 특별하게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나는 너무 평범해』

글/그림: 김영진, (길벗어린이, 2021)




‘나에 관한 글’을 써오라는 숙제를 받은 그린이는 자신에 대해 무엇을 쓸지 고민을 했다. 자신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친구들은 잘하는 것이 하나씩은 있는데, 그린이는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친구들은 남들을 웃기기도 하고, 축구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고, 그림도 잘 그리는데, 자기는 수업시간에 일어나서 책을 읽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텔레비전 속에 나오는 사람들조차 특별하다. 그래서 그린이는 자신은 특별하게 잘하는 게 없는 평범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린이는 남들보다 잘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고, 잘하는 것이 없다는 것은 평범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것은 남들이 잘하는 것에 박수를 쳐 줄 수 있고, 자신이 잘하는 것이 없다고 해서 뒤처지는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평범은 부정과 긍정의 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너무 평범하다’라는 말에서는 부정적인 면으로 사용된 것 같다. 평범한 것에 만족하기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도 이것은 어른의 시선이 개입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평범의 기준이 사회 속에 들어가면서 모호해지는 것 같다. 내가 세워 놓은 기준이든 타인의 기준이든지 간에 만족과 위안을 얻기 위해 아주 뛰어난 소수와 매우 뒤처지는 소수가 아닌 ‘어지간한’ 다수의 중간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기준에 따른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다수인 중간층에 속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 기준을 정해서 평범을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함께 사는 세상 속에서 존재해야 하는 평범이기에 그 기준을 분명히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이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그린이가 담임 선생님의 어려운 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담임 선생님은 ‘세상 모든 사람이 특별하고, 세상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움을 만든다’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의 그 말을 들은 그린이는 자신이 남들보다 잘하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보다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자신만의 기억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서 숙제를 했다. 그린이는 ‘특별’이라는 것이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이 있다는 것에서 자신만의 경험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그 경험 속에서 평범한 자신도 주인공처럼 느껴졌던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 사람마다 사는 모습은 다양하고 특별하다.



그린이는 가족들과 바닷가에 가서 갈매기들에게 새우 과자를 주고, 파도와 놀고, 조개껍데기를 주웠던 것, 할머니가 차려주신 맛있는 밥상, 비 오는 날 할머니 댁 지붕에서 나는 빗소리를 들으며 옥수수 먹었던 일, 할아버지 자전거 뒤에 타고 논길을 달렸던 것, 치킨 냄새가 날 것 같은 낙엽 소리를 느끼는 것 그리고 수학 시험 100점을 맞지 못해 평생을 치킨을 먹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을 쓰는 것으로 자신에 관한 글을 썼다.



이 이야기에서 그린이가 어떤 아이인지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린이는 큰 새우 과자에 신나 하고, 갈매기들에게 과자를 더 주지 못한 것에 아쉬워하며, 할머니 댁 개의 간식도 챙기고, 오이소박이라는 말의 예쁨을 느끼기도 하고, 빗소리와 자전거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천진난만하고, 마음도 따뜻한 아이다.  



선생님은 그린이의 ‘나에 관한 글’을 칭찬하시면서 일어나서 읽어보라고 하셨다. 그린이는 더듬거리지 않고 자신의 글을 읽어나갔다. 그린이가 더듬거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자신만의 글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린이는 친구들의 박수 소리에 자신도 조금 특별해진 것 같았다. 박수는 인정이다. 그런데 망친 수학 시험 때문에 자신의 특별함이 곧 사라질 것 같았다.



아빠는 그린이에게 삶이란 그 평범함과 특별함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면서 평범한 것은 나쁜 것이 아니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셨다. 그린이는 아빠의 말이 어려웠지만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그린이는 아빠의 말을 아빠의 나이가 되었을 때에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그린이에게 평범이란 남들 속에서 튀지 않는 것이고, 특별이란 남들에게 무엇인가를 인정받는 뛰어남이다. 그리고 자신다운 모습은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추억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평범한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닌 그린이만이 가진 소중한 기억 속에 있는 자신이었다. 평범함도 특별함도 자신만의 기준 속에서 먼저 개념이 정리되었다.



반면, 그린이의 아빠의 평범함과 특별함은 세월 속에서 경험한 결과일 것이다. 다수의 중간층에 들어가서 살아가면서 위안을 얻고, 때로 찾아오는 특별함에 기쁨을 얻고, 그런 것들에 안도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평탄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소위 말하는 소수의 상위층과 소수의 하위층은 거센 풍파를 많이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그 어느 중간지점에 속하는 것이 덜 상처받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다수라고 해서 결코 그 속에 속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아빠는 자신이 지내온 시간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평범함도 특별함도 세상의 많은 기준 속에서 먼저 개념을 정리하였다.



그린이는 ‘나는 너무 평범해’라는 것이 고민이었지만, 어른이 되면 ‘나는 너무 평범해’가 위안이 될 수도 있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과 남들의 시선을 받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오늘도 많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지루할 것 같지만, 사실은 저마다의 특별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으로 내가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는 위안이 자신에게 전해지는 것 같다. 세상 속의 기준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 안에서 평범함도 특별함도 정리가 된다면, 오늘 하루가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우리 아이의 한 마디>

그린이는 자신이 평범하다고 했지만, 누구에게나 특별함은 하나 정도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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