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건드리시면 안 되죠
결국 어제 좋은 사람들 덕분에 눈물을 보이고 퇴사를 했으나, 마지막까지 더러운 회사였다.
이모 지인의 회사여서 소개를 받아 입사를 했었다.(절대 낙하산은 아니다) 이번 달에 퇴사자가 두 명인데 대표가 본인의 다른 사업 때문에 바빠서 충원을 하지 못했고, 이모를 데려와서 일을 시킨단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내 후임이 이모라니. 게다가 이모는 작년에 퇴직을 하셨다.
인원을 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다른 직원이 문제 제기를 했고, 대표 지인 중에서 급하게 도와줄 사람을 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직장 동료가 우리 이모가 오는 것 같다는 추측을 조심스레 전했을 때도 '에이, 설마 그런 일이 있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분이 내년 4월까지 8개월 정도 계셔주신다고 들었을 때도 그렇게 오래 계시는 걸 보니 우리 이모는 절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내가 대표를 과소평가했다. 가정사도 좀 엮여서 퇴사 날까지 나에게 비밀로 했다고 하는데, 이게 맞는 말인가요. 수요일까지 근무였기 때문에 오만 정이 떨어져서 나가는 회사이지만, 월요일 화요일 마음의 정리를 하면서 어느 정도 미화가 되고 있었는데 결국 남은 건 환멸뿐이다.
퇴사 확정을 지은 지 두 달 만에, 퇴사하는 날 대표와 면담을 가졌다. 세계여행을 사유로 퇴사하는데, 출발이 언제인지 물어봐서 11월 초가 예정이고 두 달 정도 준비해서 가려한다고 했더니, 준비하는데 2개월이나 필요하냐고 본인은 내가 추석 지나고 바로 떠나는 걸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또다시 나에게 쏟아냈다. 자기는 해외연수를 갈 때 전날까지 일하다 갔다고, 바쁜 상황에서 그렇게 매정하게 나가야 했냐고. 정말 어이가 없는 사람이다. 본인이 하는 다른 사업에서 9월에 론칭이 하나 있는데, 나는 이 회사를 다니는데 내가 왜 그 회사 것까지 고려를 해야 하는지. 고집 운운하며 나에게 너는 너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정작 본인이 그렇다는 걸 왜 모를까.
이모는 그런 이기적인 사람의 부탁을 나 때문에 거절하지 못했을 거고, 대표는 퇴사를 하고 나서도 나를 거의 후레자식으로 만들었다. 어제는 그 상황이 너무 당황스럽고 퇴사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이 되니까 정신이 들면서 화가 났다. 이곳에 발을 들인 게 실수였나.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지. 직장에 너무나도 좋은 동료들이 많은데, 저런 대표 밑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 본인은 그 좋은 사람들의 가치도 잘 모르고 있을 것 같다. 버틸만한 지옥인 줄 알고 버티고 있었는데 최악의 지옥이었고, 그 수렁에 가족을 대신 볼모로 남겨두고 겨우 빠져나왔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참신한 최악의 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