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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Jan 20. 2020

하소연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가게를 보다 보면 손님과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적은 경우로 나의 기분에 따른 불친절이 원인이고, 많은 경우 손님의 과도한 서비스 요구나 무시에서 빚어지는 일이다. 가령 계산하려고 돈이나 카드를 던진다거나 반말을 한다거나 매장 안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경우와 같은. 참을 수 있을만한 일들은 참았고, 지나치다 싶은 일들은 신고를 하거나 대응을 했다. 그래도 명색이 기독교인이라 일생을 죄 없이 살아오셨다는 예수님을 따르는 자의 모범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를 홀대하는 그들을. 그러니까 원수를 사랑하기엔 내 그릇이 너무 작았다. 대충 신경 안 쓰려고 흘려버리거나 참았다. 참는 것은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다 상처를 받는 것이다. 그 상처는 잘 아물어서 조금 더 단단한 피부가 될 수도 있고 곪아 터져 슬프고 아픈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어찌 됐건 많은 시간을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일어난 해프닝들은 어떤 것은 성숙이라 부를만한 흉터로, 어떤 것은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있다.



대게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은 폭력사건이 아니라면 화해시키고 무마시키기 바빴다. 나는 그 과정에서 매번 참아야 했다. 이미 한잔 하신, 또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 그들은 말귀가 통하지 않았다. 경찰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오만, 편견, 아집, 자존심, 열등감으로 가득 찬 그들은 그저 자기 말에 수긍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것뿐이다. 그 쓰레기 같은 행동과 언행에 대응하는 나를 같이 나무랄 사람이 필요한 것뿐이다. 

결국 경찰은 화해를 하라고 권고하지만, 항상 나를 보며 이야기해왔다. 착한 건지 귀찮은 건지 종교심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늦은 시간에 말싸움 때문에 출동한 경찰이 안쓰러워서인지 늘 내가 먼저 사과를 한다. 대부분의 사건은 그렇게 하나의 흉으로 남은 채 일단락돼 왔다.



그들이 행하는 불법과 오만, 무시, 실수. 사실 이것들은 참을 만하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인격을 나무랄 사람은 어디든지 있다. 흘려버리고 넘겨버릴 수 있을 만한 경험, 인내의 시간이 쌓여왔다. 하지만 그 행동과 말에 상처 받은 나에게 도리어 사과를 요구하는 경찰. 시시비비를 가려달라 신고받아(놀라운 것은 신고는 100% 손님 쪽에서 한다) 왔지만, 경찰은 목소리가 큰 그들은 달래고 목소리가 작은 나에겐 사과를 요구한다. 함께 출동한 젊은 경찰이 옳고 그름을 따지려 하지만 나이 든 경찰의 눈총과 손사례에 입을 다문다. 그저 옆에서 이 사건을 가장 빠르게 해결하고 지구대로 복귀하는 방법을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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