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드나무 Jun 17. 2020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해야만 하는 내가 가진 직업처럼 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책임져야 하고, 그 책임을 회피했을 때 나의 삶에 큰 문제가 생기는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당장에 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하면 기분이 좋고 어떤 식으로든 감정의 해소를 돕는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하지 못하면, 감정을 해소하거나 지친 몸에 휴식을 부여하려고 했던 일이 오히려 하고 싶은 정도에 따라 일상에 지장을 주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가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경계가 모호한 일이 있다. 글 쓰는 일이 나에겐 그런 일이다. 따지고 보면 언젠가 글 쓰는 행위만으로 먹고살고 싶기 때문에 이 일은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글쓰기보다 지금 내가 가진 직업을 계속하거나 발전시키는 일이 금전적으로 더 편안한 생활을 보장하기 때문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리고 때때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안 들어서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도.

 

지난 한 주간, 그리고 오늘도. 쓰다가 도중에 멈추었다. 그렇게 생긴 백지에 제목만 저장된 글이 벌써 다섯 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글로 다 담아내지 못해서 멈췄는데, 도저히 매끄럽게 생각이 연결되지 않더라. 사실 나는 그 이유를 안다. 카페의 마감시간이 다가와서 그렇고,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 그렇고, 배가 고파서 그런다.

 

오늘도 나는 돈 때문에 하고 있는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해야만 하는 일을 두고 고민한다. 그리고 그 고민을 엎은 것은 배고픔과 피곤함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