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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Jun 26. 2020

세월 참 빠른 사람들에게

고작 30년 인생이 말하는 인생학

2020년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다들 공감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세월은 참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 흔히 사람들은 나이에 비례해 세월이 흘러가는 속도도 빨라진다고 한다. 20대는 20km. 30대는 30km. 40대는 40km의 속도로 세월을 보낸다고 하더라. 왜 그런고~ 생각해보니 이 사회가 정한 틀 때문인 것도 같다. 학창 시절은 시간이 정말 느리게 흘렀던 것 같다. 그 시절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미래에 대한 어떤 기대는 흘러가는 세월에 브레이크를 건다. 말하자면 기대는 흘러가는 세월의 브레이크인 셈이다.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사회가 자유를 부여하는 시기는 만 19세. 우리나라는 만 19세 이상을 성년으로 보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른으로 분류한다. 자신이 누리는 자유에 대한 대가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기라는 뜻이다. 사람마다 환경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이 무언가를 책임질수록 세월이 흘러가는 속도도 빨라지는 것 같다. 말하자면 책임은 세월의 엑셀레이터인 셈이다. 그리고 이 기대와 책임은 언제나 인생의 많은 순간에 찾아오는 허다한 마음이다. 어른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돼 갈수록 자신의 삶을 살기보다는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기 마련이다. 먼 훗날, 60대가 넘어 서고. 자식이 시집 장가가고 자신의 어깨에 놓인 책임의 무게가 덜어진다면, 그리고 죽음 이외에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우리 인생은 다시 차분하게 안전 운전하게 될까? 겪어보지 않아 모르는 세상이다.


또 하나, 인생의 속도를 결정하는 프레임은 기간(其間)이다. 초등학교 6년. 다시 저학년 3년, 고학년 3년(요즘도 이렇게 분류하나?).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방학 2달. 군대 약 2년. 적금 1년, 2년, 3년. 계약직 2년. 공무원 정년퇴직 60세. 임신 10개월. 신정부터 크리스마스까지 1년마다 찾아오는 무수히 많은 날. 연애 Nx100일, N주년. 사람마다 겪는 무수히 많은 기간들이 있다. 그 기간이 다시 찾아왔을 때, 또는 지나갔을 때 보통 우리는 ‘벌써’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더 생각해 보자면 과거에 대한 회상이다. 현재 내가 보내는 시간들은 초 단위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겪는 시간들이다. 하지만 과거에 기억나는 순간들은 시간의 파편들이다. 나는 아직도 고등학교 3학년 때 축구 결승에서 했던 승부차기가 기억난다. 길었던 3일의 체육대회가 전부 기억나는 것이 아니라, 강렬했던 장면만 뇌리에 남아 3일간 겪었던 순간들을 ‘좋았었지’ 라며 기억한다. 이건 좋지 않았던 순간들도 마찬가지다.


앞서 말했던 ‘기간’이라는 프레임과 ‘과거의 어떤 순간’은 때때로 기억을 조작하기도 한다. 그 기간 동안 일어났던 가장 강렬했던 기억은, 그 기간을 통틀어 ‘어떠했다’라고 기억나게 한다. 다시 어떤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두 가지 심리에서 비롯된 생각인데, 하나는 좋았기 때문에 다시 겪고자 하는 생각이고, 하나는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결과에 대한 기대로 하는 생각이다(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 좋았던 기억도, 좋지 않던 기억도 있었던 기간이라면 그 사람의 성향에 따라, 긍정적인 사람이라면 좋았던 기억으로, 부정적인 사람이라면 좋지 않았던 시절로 기억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웬만큼 부정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대체로 사람은 좋았던 시절로 기억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부적정인 사람은 대체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많기 때문에 과거를 미화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도 있겠다(아 물론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어쨌든 과거의 기억은 시간의 파편으로 구성된, 사실은 아주 짧은 순간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회상으로 인해 인식하는 기억된 시간은, 그 기억이 포함된 기간의 전체다. 때문에 과거를 회상하는 것 자체만으로 현재 이 순간까지 지내온 시간들을 보며 ‘참 빠르다’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거가 쌓여갈수록 기억되는 사건이 많아지기 때문에 역시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누군들 붙잡을 수 있겠나. 다만 지금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면 한 번쯤 생각해보자. 미래에 대한 기대 없이 살지는 않았는지. 너무 책임질 것이 많아서 나의 시간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젊게 산다는 것은 어쩌면 나이를 떠나 내 인생을 여유롭게 잘 살아간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잠깐 서서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보자. 흘러간 세월이 얼마나 빨랐는지. 이젠  숨 좀 돌려 갈 때가 되진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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