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창업시 고려해야 하는 것들
시작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가게의 시작은 엄마의 인생과 관련된 오래된 이야기다. 당시에 나는 어려서 어떤 조건으로 어떻게 계약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엄마도 당시에 선택지가 많지 않아서 이것저것 재고 따질 겨를 없이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두 번의 재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창업과 재계약의 생리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 오늘은 그 과정에서 쌓아온 지식을 나눌까 한다.
아무래도 가장 궁금한 건 돈이다. 한 달에 얼마를 버는지, 월 매출은 얼마인지. 창업비용은 얼마인지, 다른 지출은 얼마인지 말이다. 점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주인이 하루 8시간 주 5일을 일한다고 했을 때, 동시간 1인의 인력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인건비는 500만 원 정도가 나온다. 4대 보험을 포함하면 더 나오지만 우리 점포의 경우 노란 우산 공제나 기타 정부에서 자영업자에게 지원해주는 인건비를 계산해보면 보험료와 지원금이 얼추 비슷하다. 정부가 지원해주는 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알바의 4대 보험 가입이 필수다. 알바의 인건비와 매출에 따른 세금에 관한 부분은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 매출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매장 운영을 하지 않는 이상 상세하게 알고 예측하기가 어렵다. 기타 전기세와 같은 공과금이 월평균 100만 원 정도 나온다. 우리 점포는 40평 규모의 편의점 치고는 큰 매장이기 때문에 냉난방기 사용에 따른 전기세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결론적으로 주 40시간 정도로 워라벨을 충분히 누리며 점포를 운영한다고 했을 때 월 고정 지출을 600만 원 정도 생각하면 되겠다. 그렇다면 수익은 어떻게 계산하면 될까?
편의점은 상품이 다양하다. 상품에 따라 이익률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매출만 보고 순 수익을 계산하기 어렵다. 브랜드마다 상이하겠지만 보통 25-30%의 평균 이익률을 가진다. 주제에서 조금 벗어난 이야긴데, 웬만큼 장사를 말아먹지 않는 이상 재계약 시즌에 반드시 타사에서 제의가 들어온다. 그때 영업사원들이 가장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이 이익률이다. 혹시 30-40%의 이익률을 올리는 매장의 데이터를 샘플로 가져온다면, 이것은 진짜지만 가짜다. 담배 같은 경우에 단가는 약 4500원 상당으로 높은 편이지만 이익률이 4.5퍼센트로 극악의 수준이기 때문에 담배가 수익에 차지하는 비율이 클수록 매출에 따른 전체 이익률이 낮다. 담배의 구성비가 낮은 학군 근처의 점포의 이익률을 가지고 와서 약을 파는 것이니 주의하시길! 재계약은 다음에 더 자세히 다루어 보기로 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매출이 평균 5천만 원 정도일 때(일 매출로 환산하면 약 165만 원) 때 본 점포는 약 28퍼센트의 이익률로 월평균 1천만 원을 번다. 여기서 필요한 중요한 계산이 하나 더 있다. 5천만 원의 28 퍼센트면 1400만 원인데, 400만 원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 부분이 어떤 편의점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다음은 cu, gs, 이마트 각각의 창업 초기 모델들이다.
로열티는 초기 계약 시에는 고정이다. 창업에 드는 비용을 줄이면서 로열티를 적게 할 수도 있고, 창업에 드는 비용의 자기 부담률을 높이면서 로열티를 많이 줄 수도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창업에 드는 비용이 크게 가입비와 상품 준비금, 보증금, 인테리어 비용이다. 이 비용의 부담을 줄이면서(회사 부담) 로열티를 많이 줄 것이냐, 창업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면서 영업에 대한 이익을 최대한 가져갈 것이냐를 정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cu와 gs는 24시간 운영을 했을 때 로열티를 삭감해 주는데, 요즘 편의점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사견이지만, 요즘 편의점은 24시간을 운영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힘들다. 계약 조건만 봐도 24시간을 운영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온도 차이가 크다. 약 5-10퍼센트의 차이를 가지는데 월 매출 5천만 원으로 했을 때 5 퍼센트면 250만 원이다. 약 하루 11시간분의 인건비다. 24시간 운영과 그렇지 않았을 때 시간 차이가 5시간인데,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으면 무조건 손해인 부분이다. 이처럼 로열티는 계약 시 가장 중요하면서 본사와 점주 둘 모두에게 아주 민감한 부분이다. 로열티와 이익률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이마트의 경우엔 로열티를 월 회비로 대신하는데, 매출에 대한 이익을 점주가 모두 가져가는 대신 정해진 만큼의 회비를 달마다 내야 한다. 매출이 높을수록 월 회비를 내는 것이 이익일 것이다. 다만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이 상품의 이익률이다. 실제로 cu와 이마트를 두고 재계약을 고민하고 있을 때 서로 강조하는 부분이었다. cu에서는 이마트 상품의 이익률이 낮은 것을 강조했고 이마트는 충분히 장사가 잘 되기 때문에 회비를 내는 것이 이익인 것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같은 음료수라도 cu는 1400원의 소비자 가격에 원가가 700원이라면, 이마트는 1200원의 소비자 가격에 800원의 원가라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이 경우 cu는 이익률이 50퍼센트인 반면 이마트는 24퍼센트라는 것이다. 같은 5천만 원의 매출이라도 실 수령액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cu를 운영하고 있었기에 본 점포의 이익률이 29퍼센트라는 수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마트에서 주장하는 이익률은 실제 물건을 팔아봐야 아는 부분이었다. 29퍼센트라는 수치도 달마다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이마트에서 제공하는 ‘어떤 점포’의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었다. 때문에 단순히 월 매출(또는 일 매출)만 고려해서 월 회비를 내는 이마트가 나은지, 로열티를 내는 cu나 gs가 나은지 결정하기 어렵다. 최대한 창업하고자 하는 지역(재계약이라면 본인의 점포)과 비슷한 상권의 점포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사해야 한다. 고객에 따라 팔리는 상품도 다를 것이고, 대로변인지 시내 한가운데인지, 관광지 근처인지에 따라 주력 상품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큰 도시라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근처에 같은 편의점이 얼마나 있는지 봐야 한다. 선거구를 나누듯이 회사도 편의점을 지역별로 구역을 나눈다. 당연히 회사 입장에서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겠지만, 이 부분의 조사가 필요한 것은 바로 배차 때문이다. 브랜드 별로 기준은 다르겠지만 같은 지역에 편의점이 일정 수 미만이면 상품을 조달하는 물류차가 자주 오지 않는다. 이 부분은 본인이 재계약을 할 때 로열티 다음으로 많이 고려했던 사항이다. 이마트가 최근 우리 지역에 조금씩 생기고 있는 추세였다. 하지만 계약 당시엔 이 지역에 ‘들어설 계획을 가지고 있다’였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만 배차가 배정되어 있었다. 몇 개의 점포 이상 운영이 됐을 때 배차도 늘어난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 실제로 운영을 해 봐야 감이 오는 부분이다. 현재 우리 점포는 월-토 하루 3번 배차가 배정돼 있고 주일은 2번이다. 아침에 오는 차에 과자, 라면, 음료, 공산품이 들어온다. 두 번째 차는 점심에 아이스크림과 얼음, 냉동식품, 간편식품이 들어온다. 세 번째 차는 20시쯤 유제품과 간편식품을 조달한다. 관광지가 주변에 있어서 여름엔 상품 박스가 회차별로 내 키보다 높게 쌓이기도 한다. 이 많은 상품을 하루에 한 번만 조달한다고 생각하면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물건을 발주할 때 날씨나, 명절과 같은 법정 공휴일과 같은 변수를 고려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때문에 브랜드를 바꾸거나 창업할 때 담당 영업사원에게 배차정보를 꼭 물어보길 바란다.
항상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처음이 쉽다면 십중팔구는 망하는 사업이다. 때문에 고려해야 할, 고려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최대한 많은 정보들을 찾아보고 비교해야 한다. 편의점은 처음 창업 시엔 정해진 조건의 모델이 있기 때문에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이것 말고도 앞서 말한 것처럼 고려해야 할 부분이 충분히 많다. 또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장사가 잘 되건 그렇지 않건 어떻게 알았는지 타사에서 무조건 찾아온다. 충분히 브랜드별로 강점과 약점을 잘 비교해 보고 우리 점포의 상황을 고려해서 재계약을 하도록 하자.
다음 글은 재계약에 관한 우리 점포의 스토리와 개인적인 입장, 재계약의 노하우, 폐업, 업종 변경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