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였던 그 남자는
알콜중독자였었다.
그에게 풍기는 끈질긴 술내.
그 냄새에 어린 나는 깊은 잠에 빠져 들기도 했다.
가끔은 그냥 잠으로
가끔은 아주 심연으로
나를 밀어넣었다. 스멀스멀 다가와서
그 남자를 넘어서고 싶었고
혹은 그 남자를 피해 달아나고도 싶었다.
하지만 큰 산 같던 그 남자를 벗어나는 것은 매번 실패였다.
그는 마치 큰 바위 산 마냥 내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체념한 나는 그냥 멈추어있기도
분노한 나는 주먹을 휘두르기도.
늘 졌지만
시간은 자애롭게도 흘러가 주었다.
시간이 지났고
나는 커졌고, 그 남자는 작아졌고.
이젠 그에게 감사를 표한다.
큰 바위산 같던 그는 이젠 큰 바위가 되었다.
작은 달팽이같던 나는 이젠 큰 사람이 되었다.
큰 사람이 된 나는, 큰 바위가 된 그 남자를 발판삼아 딛고 올라섰다.
그래서 더 멀리 볼 수 있다. 내가 그에게 감사를 표한다.
내려다보니 그는 어쩔수 없이 바위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어쩔줄 몰라 술에 취해 빙빙돌다 그 자리에 쓰러져 굳어버린 것을.
굳어버려 나에게 딛고 설 바위가 되어준 그 남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인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