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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현 Aug 26. 2021

유령의 피난

단편 소설(4)

4. 비둘기낭 폭포에서               

 





 “헌데 아직까지 소식은 없는 건가?” 

  익배는 갑자기 초조함을 느끼며 팔짱을 끼며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가 있는 산장은 하늘다리보다는 비둘기낭 폭포에 더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는 자신의 조직이 위험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폭포에 고여 있는 물을 보며 자신의 상황이 고여 있는 것은 아닌지, 푸념도 해보고 있었다. 그는 부하 한명과 함께 폭포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부하는 숨을 죽이며 이익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소식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부하가 고개를 숙이며 몸을 떨면서 말했다.   

  “역시, 당한 것 같군. 박정서 그 놈은 보통 놈이 아니야. 홍혜주인가 하는 계집도 경찰이 아니던가.” 익배는 손으로 총을 쥐었다. 

  “그......그렇...... 습니다.” 부하는 조심스레 대답했다.

  “그렇다면 시간 끌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아마 여기로 곧 들이닥칠 테니까, 뭔가 준비를 해야겠다!!” 

  익배는 정서와 혜주가 오면 함정을 파서 죽일 생각이었다. 긴 시간 동안 부하들에게서 연락이 없으니, 잠자코 기다리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정서와 혜주는 마차를 타고 달려서 비둘기낭 폭포에 도착했다. 먼 곳에서 왔으니, 폭포를 한번 쯤 감상해보고 싶었다. 폭포로 가는 길은 벚꽃도 피어있고, 소나무도 보이며 곳곳에 현무암의 흔적들을 보였다.  

  정서는 화산폭발 후에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현무암 협곡을 보면서 절망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망이 찾아오고 그것을 이겨내었을 때 더욱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될 수 있다. 그 무언가가 되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지금 자신의 절망을 씹어 삼키면서 새로운 삶을 찾겠다는 자신의 희망도 현무암 협곡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혜주야, 이번에 꼭 이익배를 잡아서 우리의 누명을 벗자!” 

  정서는 혜주의 손을 꼭 잡았다.

  “물론이지!” 

  혜주도 기뻐하며 말했다.

  정서와 혜주는 폭포를 나오면서 이제 익배가 있는 곳으로 향하며, 권지현이 알려준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하늘 다리 가는 길에 있는 산장은 하나 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는 길에 활짝 핀 벚꽃이 일렬로 뻗어 있는 것을 보면서 비록 잠깐이지만 모든 것을 잊고 혜주와의 낭만을 즐기고 싶은 시간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익배를 찾고 자신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 받아야 하는 절실한 시간이었다. 유령의 피난 조직원으로 지금까지 어둠을 삼키며 살면서 혜주와의 사랑을 지켜왔지만, 숨어서 만나야하는 것도, 숨어서 하는 사랑도, 이제는 종지부를 찍어야만 하는 것이다. 정서는 산장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어느 정도 보냈을까?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계속 기다리기가 그랬는지 한 번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어차피 자신은 아직은 조직의 일원이라고 생각해주는 조직원이 있지도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리더인 이익배는 없는 것 같으니, 자신은 유령의 피난의 조직원으로써 들어가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어차피 수월하게 자신의 생각대로 백기수도, 권지현도 모두 붙잡지 않았던가. 지금 들어가도 문제될 것은 없는 듯 했다. 정서는 혜주에게는 기다리라고 하고 혼자서 들어가기로 했다. 헌데 방심은 금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승리를 취하기 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끼이익~~”

 문이 열렸다. 정서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뒤에서 산장 주변에 숨어 있던 이익배와 부하들이 튀어 나왔다. 

  “하하하하, 참 오랜만이로군, 여기엔 어쩐 일이지?” 

  이익배가 기다렸다는 듯 여유있게 말했다. 

  “아, 임무를 마치고 조직원이 돌아온 것이 잘못된 것인가?” 

  박정서는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수작 부리지마라!!” 이익배는 팔짱을 꼈고, 자신의 부하들을 보았다. “여기에 있는 이 많은 인원을 네가 상대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면 해봐라!” 그는 부하들에게 여유 있게 손짓했다. 

 



  


  

  부하들은 여러 명이 한꺼번에 박정서에게 달려들었다. 모두 칼을 꺼내 들었다.  정서도 칼을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정서는 모두와 싸울 기세를 펼쳐 보이면서 칼을 휙휙 손으로 휘두르다가 곧장 뒤로 돌아서 산장 문 안으로 숨어들었다. 그는 급하게 문을 잠갔다. 그러고는 산장 안에서 시간을 벌기로 했다. 어차피 잡힐 것이 뻔한 것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았더니 뒤쪽에도 문이 있었던 것이다. 정서는 급하게 뒤쪽 문으로 나왔다. 계속 앞으로 뛰었다. 얼마나 길을 뛰었을까. 하늘다리에 도착했다. 하늘 다리를 건너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늘다리는 200m정도 되는 길이였다. 대략 중간지점 쯤에 도착했다. 헌데 거기에 나타난 것은 바로 이익배였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여기에서 쓰이는 것일까? 익배를 보자 놀란 정서는 뒤로 도망가려고 했으나 뒤에는 익배의 부하들이 있었다. 순간이었다. 뒤에서 강하게 내리 치는 그 무언가를 맞았다. 박정서는 다리 위에 나뒹굴며 기절했다. 

  “됐군. 잡았어!” 

  익배는 소리쳤다. 

  “역시 리더는 이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았군요.” 

  부하들 중 하나가 말했다.

  “뻔한 거 아니냐. 데려와.” 

  익배는 미소를 지으며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어디로 갈까요?” 

  부하들은 기절한 정서를 데려오며 말했다.

  “명성산으로 가자. 그 곳이 나을 것 같아.” 

  익배가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혜주는 정서가 기다리라고 해서 혼자서 지켜보다가 정서가 함정에 걸린 것을 보고는 곧바로 정서의 뒤를 추격했다. 그러나 혼자서 정서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에는 정서가 어디에서 붙잡혔는지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아야만 했다. 하늘 다리로 가서는 행방을 알 수가 없었지만, 다행이 붙잡혀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정서가 익배에게 잡힌 것을 확인한 것이다. 혜주는 도현에게 편지를 써서 지금의 상황을 얘기한 다음에 정서를 구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정서와 혜주와 도현, 이렇게 셋은 참 오래된 친구였다. 도현은 혜주를 좋아했었다. 그가 정서하고 친구가 된 것은 혜주가 정서를 조금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혜주가 정서를 정말 좋아한다는 감정이었던 것이었는지 알고 싶어서 혹은 선의의 경쟁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이었을 것이다. 자신도 혜주에게 마음을 얻고 싶었던 마음, 그는 정서를 알아가면서 의리를 나누고 싶은 친구라는 각별한 감정도 느꼈다. 그런 어른스러운 느낌을 지니면서도 그 생각을 지켜나가던 것이 그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었을까? 다만, 도현은 앞치마를 너무 좋아해서 그쪽 방면으로 일을 시작했다. 정서와 혜주는 칼을 쓰는 법도 총을 다루는 법도 익혔다. 물론 그들이 그렇게 익혀나간 기술들을 도현에게 얘기하면서 도현도 자연스럽게 그런 기술들을 익혔다. 그러나 앞치마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칼을 쓰지만 다른 쪽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혜주는 도현에게 부탁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물론 경찰에게 연락할 수도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정서의 목숨이 더욱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급하게 도현에게 편지를 썼다.           


 

  도현아!

  지금 정서가 붙잡혔어. 

  지금 이쪽으로 와줄래. 여기는 비둘기낭 폭포에서 하늘다리로 가는 길 사이지만

  비둘기낭폭포에 더 가까운 곳이야. 

  도움이 필요해.

                                     혜주가.       

 

  혜주는 이 편지를 마부에게 부탁했다.           

  



  


 


   도현은 금수정에서 온 편지를 보고는 자신의 일을 잠시 휴업 했다. 친구들이 너무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나갈 준비를 하면서 자신이 왜 혜주의 운명을 짊어지지 못했는지 자기에게 혜주하고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자신이 범인이라고 얘기하고 자신도 짊어질 수 있다는 것을 왜 그런 일들이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았는지 운명을 탓했다. 

  그는 이미 화적연에 있다가 혜주가 보낸 긴급한 편지를 보고는 허겁지겁 비둘기낭 폭포로 향했다. 도현은 비둘기낭 폭포로 가다가 혜주가 보낸 마부하고 만났다. 마부가 편지를 주었고, 도현은 편지를 읽었다. 그리고는 혜주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들었고, 그곳을 향해 마차를 타고 급하게 달렸다.           

  “한도현! 한도현이지 너!” 

  갑자기 나타난 도현을 보고는 혜주는 깜짝 놀랐다.

  “어. 왜?” 

  도현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니 어떻게 알고 여기를 온 거야?”

  “이미 편지를 보고는 내가 가서 도와야겠다고 생각하고 화적연으로 달려왔지. 그런데 너희들이 벌써 화적연에서 일을 끝내고 비둘기낭 폭포로 갔다고 해서 여기까지 온 김에 화적연을 둘러보고 싶어서 화적연을 구경하고, 비둘기낭 폭포로 가는 중에 네가 보낸 마차의 마부를 만났고, 그가 건네준 네가 쓴 편지를 보았어.” 

  도현은 헝클어진 앞치마를 손으로 다시 붙잡았다.

  “그럼 상황을 대충 알겠네!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시간은 없어. 정서가 지금 유령의 피난에게 붙잡혔어! 빨리 구해야만 해. 정서를 데리고 어디론가 떠났는데 그중 몇 명이 다시 비둘기낭 폭포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거든. 두 명 정도 되는 것 같더라. 거기 애들 붙잡아 족쳐서 정서가 있는 곳을 불게하고 구출해야겠어!” 

  혜주는 정서가 위험하다는 생각에 다급해졌다. 

  “알았어. 그 곳 위치 알고 있지?” 

  도현이 물었다. 

  “응 날 따라와!”

  도현과 혜주는 서둘러서 아까 정서가 함정에 빠졌던 산장으로 돌아갔다. 도현은 산장 주변을 살펴보았다. 혜주는 이미 보았지만, 도현은 미리 살펴보지 못했다. 도현은 자신이 준비한 칼을 앞치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총을 꺼내들었다. 일단 안에 인원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혜주가 두 명이라고 하였더라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했었다. 그리고 입구가 두 군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것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다. 

  “똑똑똑......” 

  도현은 정문을 두들겼다.

  “누구지? 누가 장난치는 건가? 문을 노크할 만한 사람은 없잖아.” 

  이익배의 부하들은 정서를 붙잡은 것에 승리를 취한 것에 자만한 탓인지, 혹은 지금 이 상황에서 전혀 긴장감은 없었다. 그저 장난이라고만 생각했었던 것일까. 그들은 그저 노크소리가 들린 문, 정문으로 다가가서는 문을 열어주고 말았다. 문이 열리자마자, 도현은 총을 겨누었다. 그들은 총을 보고는 기겁을 하며 서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도현은 총을 하늘로 쏘고, 곧바로 열려있는 문으로 들어갔다.

  “움직이지 마라!” 

  도현은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 앞치마하고는 전혀 안 어울리게 말이다

  도현은 혜주의 말대로 익배의 부하들은 두 명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기겁을 했다. 당황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총을 집을 생각을 나중에서야 했는지 손이 총으로 갈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모두 총을 땅에 버리고 무릎을 꿇어!” 

  도현은 총을 잡지 않은 나머지 손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나머지 두 명은 서로 쳐다보더니만 저항을 포기하고 총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꿇고 있는 이익배의 부하들에게 총을 겨누다보니, 총은 바닥 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때다 싶었는지 벽 뒤에 숨어 있던 이익배의 부하 하나가 나와서는 도현을 향해서 총을 꺼내들었다.

  벽 뒤에 숨어 있던 놈의 총은 도현의 정면을 향했지만 도현의 총은 바닥을 향하고 있었고, 도현은 상대적으로 불리했다. 도현의 머리에는 땀이 흘렸고 얼굴은 굳어졌다.           

  총소리가 들리자마자, 혜주는 뒷문을 발로 세게 차서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총을 겨눈 채 천천히 살피면서 들어갔다. 모퉁이를 돌아서자 도현에게 총을 겨누는 놈을 발견하고는 총을 겨누고 있는 부하의 등 뒤에서 발차기 실력을 번개같이 발휘해서 때려눕혔다. 

  “휴우, 한 명이 더 있었군.” 

  혜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두 명은 자신의 동료가 자신들을 도와주러 올 때는 웃음으로 변했다가 혜주가 기절시킨 것을 알고는 다시 표정이 파랗게 질려있었다. 

  “자, 이제 정서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 

  도현은 총을 집어넣고는 자신의 앞치마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총은 한번 쏘면 죽음이지만, 칼은 왠지 천천히 고통을 느끼게끔 해주는 상징을 표현하는 듯 보였다. 혜주는 기절한 놈을 밧줄로 묶고는 나머지 두 명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서는 바닥에 있는 총을 따로 챙겼다.

  “내 인내심은 그다지 좋지가 않다......” 

  도현은 부하들 중 한명의 머리카락을 베고는 칼로 뺨을 그어버렸다. 

  “살려만 줘 제발, 명성산이야! 명성산에 있어!” 

  이익배의 부하 두 명은 동시에 대답했다. 

  “명성산 어디인지 말해?” 

  혜주가 총을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명성산으로 올라가서 얼마 안 되는 곳에 산장이 있어. 그 부근에 하나 밖에 없으니까. 금방 알아 볼 수 있을 거야.”  

  이익배의 부하 중 한명이 두 손을 하늘로 들었다. 도현과 혜주는 손을 하늘로 들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손을 들었고, 손을 든 자신의 동료를 본 나머지 이익배의 부하 한명도 손을 하늘로 들어버렸다. 도현과 혜주는 서로 쳐다보더니만 둘 다 한명씩 등 뒤를 쳐서 기절시켰다. 도현과 혜주는 밧줄로 둘을 꽁꽁 묶어버렸다. 마차는 두 대가 있었다. 하나는 혜주와 정서가 타고 온 마차와, 하나는 도현이가 타고 온 마차였다. 혜주와 정서가 타고 온 마차의 마부를 불러서 이익배의 부하들을 경찰서로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돈을 더 많이 주었다. 그리고 도현이가 타고 온 마차를 타고는 곧장 명성산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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