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습관이 있다. 사람을 만나면 그를 매력 있는 사람과 매력 없는 사람으로 나누는 것. 그 습관은 비단 타인뿐만 아니라 내게도 적용되는 일이었고 그래서인지 지금 내 모습은 원래 내 모습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지금의 나는 매력이 하나도 없어 보였고, 과거의 나는 매력이 충만해 보였다. 상담 선생님께 지금 내 모습은 진짜 내가 아니라는 변명을 했다. 선생님은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는데 혼자서 살이 찌고 동화를 한 줄도 못 쓰고 회사에서 쓴 글은 자꾸만 반려당하는 내 모습은 진짜 내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다. 어딘가에서 상을 받고 키보드에 손만 가져다 대면 글이 나오고 바지 중에 가장 작은 사이즈를 고를 만큼 얇은 허리를 가졌던 내가 얼마나 굉장했는지 철 지난 자랑을 했다. 어른이라면 성숙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스스로와의 약속도 잊은 채 지금의 내가 얼마나 별 볼일 없고 불쌍한지 떠들었다.
선생님, 제가 리추얼을 하고 있거든요. 책 읽고 글 쓰는 리추얼인데요. 그게 한 달마다 신청이 마감된단 말이죠. 그런데 다음 달에는 이번 달만큼 사람이 몰리지 않아요. 아무래도 제가 매력 없다는 사실을 들킨 것 같아요. 실은 요즘따라 매력이 없어졌다고 생각하기는 했어요. 원래 매력이 없었는데 그걸 몰랐나 싶기도 하고요. 책이 팔리지 않는 이유도 제가 매력이 없어서는 아닐까요. 직업은 에디터인데 제대로 된 사진을 찍지 못하는 저도 매력이 없는 것 같아요. 나는 내가 매력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하나씩 짚었다. 선생님은 가만히 듣다가 조용히 한 마디를 냈다. 요아 씨, 기준이 높은 사람이군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가장 최상의 기준을 스스로에게 적용한다는 얘기였다. 돌이켜 보면 그랬다. 완벽하지 않을 바에는 시작하지 않는 쪽이 나아 보였고, 미숙한 모습을 보일 바에는 차라리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았다. 살이 찌면 약속을 취소했다. 제대로 된 글이 나오지 않으면 아예 다 지우고 들춰보지도 않았다.
제 눈에는 매력이 충분해 보여요, 라는 어투로 이야기하시는 선생님의 앞에서 괜한 딴청을 피웠다. 귀엽다는 말에 귀여운 건 강한 게 아니잖아요, 저는 센 사람이 되고 싶단 말이에요, 라 반박하고 이게 살이 찐 거면 이전에는 소멸 직전이었냐는 이야기에 손사래를 쳤다. 머릿속은 매력 있어 보였던 이전의 나와 매력이 하나도 없어 모든 걸 망친 내 생각으로 가득 찼다. 매력이 없으니 이것도 못했고, 매력이 없으니 저것도 못했고…….
나는 내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대면서, 그러니까 아무리 애를 써도 팔로워 수가 제자리를 맴돌거나 좋아요가 일정 수량에 도달하면 더는 넘지를 않는 일에 대해 생각하면서 결국 그 모든 것은 내가 매력이 없어서라는 결론으로 마무리지었다. 회사에서의 워크숍을 간 때는 그즈음이었다. 내가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던 때. 워크숍에서 뜬금없이 나의 숨은 매력을 발견한 건 아니고 다만 동료와의 이야기에서 내 생각을 조금은 고쳐먹어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동료는 "제가 염세적인 성격인데요. 염세는 될 일도 안 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낙관이 좋은 건 그 때문이 아닐까요. 안될 일도 되게 하니까."라는 말을 했는데, 그 혼잣말 같은 중얼거림이 내게 닿았다. 될 일도 안 되는 염세적인 태도, 나는 내 매력에 대해 염세를 품고 있었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마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정도의 매력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말도 안 되는 기준을 스스로 들이밀었다. 이제는 낙관적인 태도로 내 매력을 바라봐야 할 때였다.
갈구해 듣는 칭찬은 빠르게 휘발되어 다시 칭찬을 바라는 것처럼 매력 없다고 말하는 내게 아니에요, 당신 매력 있어요, 라며 정해진 답을 듣는 것은 역시나 빠르게 사라지는 게 아닐까. 잔상을 오래 남게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매력이 있다고, 아니 애초에 사람이 왜 매력을 가져야 하냐고 반문할 필요가 있었다. 매력 있어 보이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그렇다고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점을 꺼내 매력 없다고 짚지 않고 내가 매력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특징을 짚어봤다. 아무리 고민해도 모두 내게는 없는 것이었다. 나는 차갑고 세 보이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꼈고, 집필하는 순간부터 베스트셀러를 따 놓은 작가에게 매력을 느꼈다. 동화책을 낸 동화 작가들을 부러워하고 동경했다. 내가 지닌 점들에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법한데, 이미 내가 가진 능력은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고 매력이라 여기지 않았다.
사람들도 전부 이런 지는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는 왜 매력이 없을까, 하면서 고민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건 다음 달 월세는 어떻게 내야 할까 와 더불어 취업이 안 되면 어쩌지 싶던 이전의 내 고민을 떠올리면 그보다 조금 더 배부른 고민이니까. 다만 우리가 과거를 너무 미화하지 않기를 바란다. 스스로의 최전성기로 여겼던 감염병 시대 전의 나도 지질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일기장을 펼쳐보니 이유 없이 누군가를 미워하고 타인의 아픔을 쉬이 넘기고 친구들의 경사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지 않았더라. 그 측면에서 나는 이전보다 더욱 사려 깊어졌고 타인의 고통을 소홀히 하지 않게 되었다. 마음 깊이 사랑을 채웠고 나를 스쳐 지나갈 단 한 명의 사람에게도 정성을 다했다. 그래, 그거면 됐다. 매력은 뒷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