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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요아 Jul 31. 2023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기분이 들 때


나라는 사람은 나도 모르게 불평불만을 사람들에게 잘 늘어놓는 편인가 보다. 어디선가 받은 설움과 당혹스러움은 말하거나 쓰지 않고서는 도저히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 의사에게 형식적으로 받은 "요즘 스트레스는 어떠세요?"라는 물음에는 다음 환자 분들이 많아 시간을 끌 수 없으므로 그저 그렇다는 답만 내놓지만, 사실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나 많아서 당최 잠에 빠르게 들기도 어렵다.


열 번의 심리 상담을 종결하며 최근 이주 동안의 나의 감정 기복을 체크하는 결과에서도 상담 전이나 후나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는 비슷하게 나왔다. 선생님은 아쉬운 표정으로 스트레스는 변함이 없네요…… 라고 혼잣말하셨고 나는 선생님이 그동안 내게 쏟은 정성에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그건 선생님의 잘못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나를 스트레스받게 하는 요인은 다양했으나, 그 요인에 선생님과의 상담은 한 톨도 들어 있지 않았다. 결국 나는 나를 좀먹는 무엇들에 대해 털어놓는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 입주민과의 트러블이 생겼어요. 입주민과의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없지만 나름대로 차근하게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그분이 허락도 없이 메시지를 캡처해서 단톡방에 올려버렸어요. 사람들은 당연히 허락도 없이 메시지를 올린 그분을 곱게 생각하지 않았고요. 개인적으로 풀면 되는 이야기를 허락도 없이 공론화하며 저를 몰아세운 그 모습이 슬프고 안타깝고, 때로는 화나기도 해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것뿐이 아니에요. 이건 정말 사소한 일이기는 한데……


모두가 저를 사랑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저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요즘 자주 만나요. 저보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저를 떠나는 사람도 있고요. 사람들은 흔히 이유 없이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유 없이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하는데 저는 아니에요. 모두가 저를 완전하게 사랑하지는 않더라도, 저를 미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어찌하면 좋…… 까지 이야기하려다가 말을 입 안으로 다시 담았다. 누군가를, 그게 상담 선생님이라 하더라도 감정을 내뱉는 창구로 여겨서는 안 되니까 소리를 내지 않았다. 선생님은 그 모습이 안타까운지 너무 참아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결국 나는 다시 불평불만을 하나도 빠짐없이 늘어뜨렸다. 물론, 집에 가는 길에 후회를 한 건 덤이다.


사랑받고 싶다고 크게 외쳐봤자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외려 스스로에게 사랑을 주는 편이 더 사랑을 빠르고 정확하게 받을 수 있다는 걸 잘 알면서 나는 오늘도 속으로 애정을 갈구한다. 내가 조금 더 마르면, 조금 더 예쁘면, 조금 더 똑똑하면, 조금 더 현명하면, 조금 더 활발하게 책을 내고 활동하면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냐는 질문을 쏟아내려다가 이것 역시 불평임을 염두하고는 입안에 담아 오물오물 씹는다. 문득 그런 말이 떠오른다. 어디선가 타인이 내게 건네는 사랑과 자신이 자신에게 건네는 사랑을 받는 만족도는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애초부터 자신을 사랑하기보다 혐오하는 쪽이 더 편했던 사람에게는 사랑을 어떻게 자신에게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도 어렵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기분이 드는 아침이다. 아침부터 이런 기분을 느끼기란 참 어려운데, 대체로 '내가 너무 싫어!' 하면서 일어나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사랑받고 싶어!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라고 외치면서 일어나기란 드문 일인데 오늘은 그 드문 날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서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거짓말! 이라고 소리칠 거면서 왜 이렇게 사랑을 달라고 애원하는지 모르겠다. 모두에게 하이라이트만 있는 건 아닌데 자꾸자꾸 내 삶은 하이라이트만 등장했으면 좋겠다.


오늘도 특별한 날, 내일도 특별한 날, 모레도 특별한 날. 그렇게 특별한 날을 계속해서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의 방법 밖에 없다. 매 순간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수는 없으니 내가 나를, 내가 나를 불완전하게라도 사랑해야 한다. 툭 튀어나온 뱃살도 귀엽다고, 가끔 깜빡하는 나도 인간적이라고, 어느 날은 한 줄의 문장도 쓰지 못하는 나를 그럴 수 있다고 보듬어줘야 한다. 팔을 뻗어 다른 팔에 슬며시 올려놓는다. 나는 나를 사랑해, 나는 나를 사랑해. 당연히 사랑…… 까지만 이야기해도 거짓말! 이라며 내 마음이 버럭버럭 소리 지르는 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나는 나를 사…… 거! 사랑…… 거! 아무래도 앞 글자를 조금씩 늘여서 다음 말을 덮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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