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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요아 Jan 02. 2024

좋음으로 꾸린
보따리

내가 너무 싫은 날에


Epilogue.



  여름부터 겨울까지, 두 번의 계절이 흐르는 동안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썼다. 그렇게 스무 편의 글이 모였다. 언제나 본격적으로 글에 돌입하기 전에 목차를 쓰고, 그 목차를 따라가는 식으로 책을 꾸린 경험을 갖고 있지만 은 ⟪내가 너무 싫은 날에⟫는 달랐다.


  한 치의 오차 없이 곧이곧대로 밟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온갖 변수가 들이닥쳤다. 갑자기 찾아온 소설 청탁에 커다란 기쁨을 느꼈고, 무산된 소식에 커다란 좌절을 겪었다. 잘 살고 있는 집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고, 세상을 향한 냉소를 느끼며 앓기도 했다. 여러 일을 겪으면서도 그리 깊게 땅굴을 파지 않은 건 이 슬픔이 결국 한 편의 글감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확신에서였다. 내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를 명료한 언어로 짚어 쓰다 보면 어느새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만든 방어막도 자연스레 나타날 게 분명했다. 역시나 슬픈 일이 다가와도 잔잔한 일본 드라마를 보며 마음의 평화를 얻었고 낯선 이에게 다정을 베풀면서 시절 인연을 곱씹지 않을 수 있었다.


  글을 쓰며 가장 크게 품은 걱정은 ‘내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를 쓰니까 아무도 공감 못할 내밀한 이야기로만 뻗어나가면 어떻게 하나’ 싶은 마음이었다. 그 걱정을 줄이고 오로지 나의 마음과 조금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책과이음 대표님의 영향이 컸다. “왜 스스로를 싫어하는지에 대한 마음에 집중해 주세요.”라는 대표님의 말을 마음 한편에 늘 기억하며 글을 쓴 덕분에 연재를 하는 동안 독자님들께 많은 편지를 받았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덜 외롭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나를 좋아하도록 만들기 위한 대처방법과 습관이 누군가에게는 잘 맞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 책은 자기 계발서나 실용서가 아닌 에세이인 만큼, 지구에 사는 어떤 이는 이런 마음이 들 때 이렇게 해소한다는 정도로 귀엽게 봐주면 좋겠다. 프롤로그에 적었듯 상담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둥둥 떠다니지 말고 현실이라는 제 자리로 돌아오라고. 나를 향해 온 여러 다정한 말들이 내가 너무 싫은 날에 나를 사랑하는 쪽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나는 그저 나를 하나의 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슬픈 일도 아픈 일도 너무나 많지만 다정하고 좋은 사람도 많아서 그 말이 나라는 체를 거쳐 책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동안 아프고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게 파도처럼 물결쳤지만 나는 나를 좋아하는 법을 나도 모르게 습득하고 있어서 무사히 깊게 들어가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너무 싫은 날에⟫에서 전문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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