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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S Dec 12. 2015

2015 춤이 말하다

오늘의 주인공은...

티켓 오픈하자마자 예매했던 것 같은데

내가 무려 1열을 예매했는지는 몰랐다.

티켓받아보니 1열....출연자가 너무 가깝게

보일 것 같아 살짝 당황했지만

역시 소극장답게 앞자리에서 보는 게 좋았다.

윤혜진-예효승-김지호-김영숙-김설진 순으로 나온다.

윤혜진을 댓글로 본 이미지는 그닥이었다.

(티비를 안 보기에)댓글에서는 엄지온부녀에 대해 안 좋은 말들이 보이기에 그저 시집 잘 간 사람같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미지였다.


그런데 공연에서 본 그녀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 내가 생각한 그녀 그 이상이었다.

발레리나는 그래도 신체조건을 타고 나야 하는데, 윤혜진은 천생 발레리나였다. 몸이 가늘었고, 길쭉한 팔 다리가 아름다웠다.


타고 난 것에 만족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했음이 느껴졌다.

몇년만에 복귀했다는데 그 마른 몸 안에 근육들이 알알이 가득 찼더라.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도 자신이 댄서임을 잊지 않고 아이를 안을 때조차 왼쪽 오른쪽 근육을 사용했다고 했다. 걸을 때 조차 라인을 확인하고, 명절에 전 부칠 때도 자세를 잡고. 무대에 언젠가 복귀하겠다는, '나'를 놓지 않았다. 그 아기를 키우며 집에만 올인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 몇년간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아닌가.


현대무용과 발레 두 작품을 보여준다. 사실 윤혜진의 현대무용보다, 발레작품이 그녀에게 더 맞아보였다.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에서 미세스 캐퓰렛의 장면을 보여준다. 캐퓰렛부인은 딸을 잃고, 자신도 죽음을 맞는다. 윤혜진은 현재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그를 표현해낸다.


파란 조명이 켜지고, 긴 검은 가운을 걸친 윤혜진이 춤을 춘다. 점점 그 슬픔의 크기는 커져서-이윽고 울산바위만한 슬픔이 짓누르는 것 같았다. 슬픔은 계속해서 더-더-커지고 윤혜진을 짓누른다. 몸이 순간 작아보였고, 비통함이 대신 무대를 채운 것 같았다.


이게 바로 윤혜진이라는 댄서구나!


본인 스스로는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한을

앞으로 3년이라고 말하던데, 아니다. 3년만 서기에 너무 아쉽고 아까운 댄서다. 지온이엄마라는 타이틀도 좋지만 발레리나 윤혜진도 더 어울리고 아름다웠다.


댄서의 감정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줬으면 좋았을텐데 관객석의 박수가 성급했다. 나는 박수를 치지 못 했다.

예효승은 불수의적 운동을 하는 것 같았다.
안근육까지 이용해서, 안면근육도 힘껏 이용해서.
그리고 손가락이, 지적 아이들 특유의 바깥 아치형으로 휘어지는 그 손가락이어서 보는 내내 신기하다...생각했는데
손에 대해서도 언급해주셔서 신기했다. 손가락으로 몇가지 동작을 해서 보여주시는데, 우와, 연습 정말 많이 했구나 싶었다. 물흐르듯이 손가락을 사용하시더라. 피아노치는 분이셨으면 트릴을 아주 잘 치셨을 거야.


잘 모르던 분이었는데 새롭게 알게 되었다.
비디오와 토끼와 부동산경매가 기억날 것 같다. ㅎㅎㅎ
내가 사는 세계와는 별개라고 생각되었던 댄서들의 삶과 생각을 듣노라니, 우리의 생각과 별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항상 어려운 걸 추구하고 예술적인 것에만 몰입해서 특이한 거 좋아하고 예민할 줄 알았는데, 그런 디테일이야 있을 수 있어도 기본 생각은 다들 비슷하구나 싶은 동질감? ㅎㅎ


다다음주에 이 분이 안무한 작품 보러 간당!

이 분이 보여주신 작품은 빠르고, 쉴새없이 들이치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만큼 어려웠다. 몸도 어렵게 쓰고. 표정까지 사용하다보니 약간은 기형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l'm so tired도 왠지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김지호는 앞구르기 뒷구르기 참 잘하더라. 파쿠르 하려면 낙법도 잘 익혀야겠어. 나도 야마카시, 13구역 인상깊게 봤는데 파쿠르 할 생각은 못 했네.ㅋㅋㅋ


근육바보마냥 무작정 근육을 쓰는 게 아니라 집중력도 필요하고, 공간을 이용할 지략도 사용해야 하더라. (아 논외로 팔에 드러나는 정맥이 부러웠다) 여기에서 저기로 어떻게 갈 것인가? 이런 것들을 고려하며 몸 다치지 않게!
1-3층을 넘나드는 공간장악력은 어떻고.

나는 그래도 꼰대나이가 되었는지, 보면서 몸 안다치게

하라며 내심 걱정이 되었다.


김영숙은 정말 빵빵 터졌다.
우아하고 차분하게 아 너무 재미있으시다 ㅎㅎㅎ

거절을 잘 못하신다지만, 국현무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으시고 여기서 춤을 보여주셔서 좋았다.


'이것은...소소무입니다' 하시면서 동작을 보여주시는데,
진안샘의 한예종 공연이 생각나서 나 혼자 빵터졌다
진지한 장면이었는데ㅜ
'이것은...개구리' 이게 그렇게 기억이 나서.

그러나 계속해서 김영숙 선생님이
'이것은...회두입니다',
말씀하시고 모션을 하시는 바람에 계속해서 웃었다......
죄송합니다..비웃은 것은 절대 아니었어요ㅜㅜ

이소고저, 45도 등이 기억난다.
음과 양의 원리와 팔각. 한국춤에 대해 배웠다.
노래를 어찌나 잘 하시던지, 녹음한 건 줄 알았다.
이 분 공연보니 내년에는 판소리도 배워보고 싶어.

한국무용은 느리지만 참 부드럽고 고운 느낌.

느릴 수록 내공이 많이 필요하지. 어린 사람보다 나이 들어 오래 익은-장 같은 사람들이 인정받겠다 싶었다.

김설진은 연출을 참 잘하시는 것 같다.
지난번 무용학교때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도 다시 느낌.
김설진에 대해서는 설진님의 많은 팬들이 작성해주실 거니까 나는 말을 아껴야겠당 ㅎㅎ

덧+
내 바로 뒤에 앉으신 '본부장님'은 공연 전 시간 포함,
90분 내내 껌을 쫩쫩 씹고 쭙쭙 맛보셨다. 한국껌을 그렇게 소리내며 오래 씹는 게 가능하다니, 그 분이야말로 박수받으셔야 마땅하다. 그는 의지의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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