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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S Oct 24. 2015

댄싱9에 대한 단상

(정영두의 푸가. 위의 사진은 본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그동안 딱히 열심히 고민해 본적은 없지만, 막연하게 상업예술과 대중예술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아이콘, 엠넷의 댄싱나인을 보며 저 잘하는 무용수들 데리고 와서 방송편집으로 댄서를 방송국이 원하는 이미지로 메이킹하고, 1점 2점에 연연하게 만들며, 촉박한 시간 안에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여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늘게 하는 저 프로그램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생각했었다. 엠넷을 위함인가, 무용수들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함인가, 현대무용의 활성화를 위해 자기 한 몸 바치는 이사도라 덩컨의 후계자들인가.


그러나 현대무용에 대해 알수록 우리나라 무용 무대는 좁고, 잘 하는 사람들은 매년 배출되고, 그러다보니 공급 과다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끝없는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력좋은 무용수들이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것이 마음 아프기도 하다.) 자신의 표를 자신이 판매해야 하고, 공연 끝나고 대기실 밖으로 나왔을 때 관객보다 지인이 더 많다면. 공연을 올렸는데 티켓이 팔리는 것보다 초대권을 더 뿌린다면. 실력은 비슷하거나 더 낮은데 인지도의 탓으로 다른 무용수 티켓이 더 팔린다면. 그렇기에 댄싱나인은 댄서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서, 나아가 무용에 대한 관심을 쏟게 하는 수단으로서는 순기능을 했다.


(여기서도 공연에 관해 할 말은 있는데..

일반 관객으로 공연을 보면 정가를 다 주고 보는데 무용수 지인 찬스를 쓰면 통상적으로 반값으로 티켓을 할인해서 살 수 있다는 것이 참..현대무용 팬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지인은 보고 싶었든 안 보고 싶었든 어쨌든 공연을 저렴하게 보고, 팬은 정가대로 본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 한달에 공연보느라 35만원 이상을 써버린 팬의 하소연, 아 물론 베를린필 R석 가격에 비교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lo k sea,

모순적으로 드는 생각은, 아직 현대무용이 일종의 문화적 불모지이기 때문에 내가 그나마 이 가격과 이 퀄리티의 선생님으로부터의 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 뮤지컬이나 유명 뮤지션들의 공연은 이미 향유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티켓값이 굉장히 비싸다. 공연을 올리는 사람들은 피와 땀을 흘리며 올리는 거겠지만. 당신들의 목적과 수고에 감사한다.


아무튼 무용수들이 설 자리가 좁은 레드오션, 현대무용에서 상업예술 또한 나쁜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대중들은 서커스와 같은, 자신들은 잘 못하는 것들을 기대한다는 것. 그리고 그걸 보여주려면 신체부상의 위험도도 커진다는 것. 혹은 인기에 기대 파퓰러한 것들을 추구하다보면 그냥 보여만주는 데에 급급한 안일한 삶을 살게 될 수도 있겠고. 아이고 역시 균형잡기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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