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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S Jan 20. 2016

조종훈 고금고

2015 AYAF 공연예술분야, 조종훈 고금고 / 대학로 예술극장


이렇게 좋은 공연을 만원(도 안 되는) 헐값에 봐도

괜찮은걸까,
보고 오는 길에 연주자에게 미안함마저 들었다.

2015 AYAF 선정작 국악,

조종훈의
고금 고



생각없이 봤/갔다가

여운이 찡하게 남는 그런 것들이 있다.
나에겐 바람이 분다와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 그것이다.
오늘 연주도 그럴 것이다.

타악기는 항상 관심 밖의 악기였다.

몇개는 음도 없고, 쨍쨍거리기나 하고.
그 자체로 순수하게 악기같지 않고, 전체를 뒷받침하거나
클라이막스에서 빵!하고 터뜨려주거나
오케에서 소리를 깔아주는 역할만 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아, 악기 배우고 싶다!
라고 할 때 그 악기가 타악기인 경우는 흔치 않다.

타악기는 주로 이름 자체,
즉 드럼이나 젬베같은 고유 명사로 불리는 편이다.
악기는 주로 멜로디가 있는 관현악기를 통칭하고.

그걸 봐도 얼마나 타악기를 악기라고 생각않는지 싶다.

그런데 오늘 연주로 인해
타악기가 악기인 걸 다시금 알게 됐다. 실감했다.




개인적으로 오늘 공연에 얼마나 기대를 안 하고 갔냐면,
극장이 어딘지 몰라
불 꺼진 아르코 소극장 매표소에 앉아 기다렸을 정도였다.
일곱시 반이 되었는데도 아무도 안 오길래

아니 아무리 늦게 게이트오픈해도 30분 전엔

사람이 좀 있는데 여긴 뭐가 너무 없어서...
그제서야 검색하고 대학로 소극장으로 갔다.

대극장은 앞에 앉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데
소극장은 앞에 앉는 걸 줗아해서
그래도 오늘도 맨 앞, 맨 중간에서 봤다.
막 막 기대없이 온 사람답지 않게
고개 끄덕여가면서 적극적인 경청도 했다 ㅋㅋ




장고에 대한 설명과 연주가 어우러진 렉쳐콘서트 같았다.
최근에 본 렉쳐 퍼포먼스였던 국립현대무용단의
춤이 말하다보다 훨씬 나았다.
국현무 춤말은 렉처 퍼포먼스를 표방하면서, 뭐랄까?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러면 컨셉을 스토리와 퍼포먼스, 휴먼 라이브러리와

 퍼포먼스 뭐 이런 식으로 했어야지 싶다.

그나마 김영숙 선생님이 춘앵무와 한국무용 동작을
설명해주셔서 거기에서 렉쳐 느낌이 났는데,
오늘 조종훈의 고금고에서는 장고의 유래,
본인이 장고의 기원을 찾아 떠난 광시성 이야기, 사진,
현지 소수민족이 연주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셨다.
그런 이야기 하다보면 자기 이야기는 안 할 수 없지.
설명이라는 다소 딱딱한 내용과
본인이 궁금해했던 건 무엇이었는지의 부드러운 내용이
잘 어울려 재미도 있고 유익한, 균형잡힌 공연이 됐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것은 설명을 들으면서
질문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럴 시간이 없었던 것
장고의 조롱박형, 청자형 등
이런 디자인별로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나무 재질과 도자기 재질 장고는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가죽별로 소리는 또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했다.
뭐....이건 강의가 아니라 공연이까요ㅜㅜ


설명의 수준을 고심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같은 사람은 장고인지 장구인지

궁채가 뭔지 채편이 뭔지 모르는데,
또 공연에 오는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다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니.



Y가 말하길 나이가 드니 국악이 이젠 좋아진다고 했다.
소리만 지르는 것 같았던 판소리가, 우리네 삶 같고,
종묘제례악을 들으면 지루했었는데
이제는 특유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느껴진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할머니같아.

생각했는데 나도 나이가 들어서 국악이 좋아진 건지,
조종훈 연주자님이 작곡과 연주를 아름답게 하셔서
좋아보이는 건지, 나도 참 좋았다. ㅎㅎㅎ
(아 그런데 장고연주자는 뭐라고 부르나요..)





첫번째 곡, 고금고금은 장고가 고수같은 노릇을 한다.
장고 연주하시다가 막 입으로 추임새도 넣고.
그레고리안 성가 같았다.

밑도 끝도 없고 박자도 모르겠고.
국악이 오히려 서양종교음악이나 현대음악이랑 비슷해.
현대음악 듣는 거 힘들어하는 편인데 이 곡은 싫지 않았다.
박자도 잘 모르겠고 곡도 서주와 변주 이런 것도 없는데도
지루하지 않고 편안하게 들었다.
가야금도 주법이 다양해서

줄을 튕기기도 하고 뜯기도 하고
비브라토를 넣기도 하고 글리산도도 한다. ㅎㅎ
가야금소리가 끈적이는 느낌인 게, 참 듣기 좋았다고 하면
그래도 내가 한국인이라 팔이 안으로 굽는 건가 : )


두번째 곡, 시간여행도 좋았다. 생황과 피아노가 나온다.
실물로 생황 본 거는 쇼케이스 이후 처음.
이건 한국식 팬플룻같은데, 금속재질이다.
아쉬운 건, 피아노 소리가 별로였다ㅜㅜ 눅눅한 소리가 나
피아노 연주가 별로였다는 말은 아닙니다.


세번째 곡이 리강이었는데,

중국 10대 절경 중 한 곳이라는 리강에 가보고 싶어졌다.
사진을 배경으로 해서 음악을 같이 들려준다.

여기서는 죽훈이라는 악기가 나온다. 신기해.
대나무통에 구멍 뚫어 오카리나처럼 분다.

이 곡에서는 재즈밴드의 즉흥처럼 한 악기가
도드라지는 것이 아니라
각 악기가 대등하게 자기가 할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였다.
두런두런 어부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시작한다.


곡은 천천히 조용히 시작하다가 점점 빨라지고 커지며
마무리되는데,

하류로 갈수록 넓어지고 평온한 물길 아닌가?
이것은 상류로 거슬러가는 리강의 연어인가 싶었다.ㅋㅋ


네번째 곡이 오늘 공연의 주제이기도 한 고금고.
내심 장고 혼자 독주 악기가 될까 싶었는데 가능하더라!
전체적으로 악기 3개를 사용하시는데
이때 사용한 장고가 가볍고 경쾌한 것 같아서 제일 좋았다
자신의 기술과 기량을 죠큼 보여주신 느낌.

신나고 흥겨웠다.


마지막 곡은 바다라는 곡이었다.
왠지 공무도하가가 생각나면서(고대에 물과 관련된
안타까운 노래라는 거 외에 주인공도 다른 노래지만)
참 마음이 안쓰러우면서도 쓸쓸하고 슬펐다.

전체적으로는 장고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된 시간이었다.
장고 연주 주법도 다양해 손가락을 쓰기도 하고
장고 가죽을 긁기도 하고 가장자리를 때리기도 하고.

곡도 다양한 악기들과 함께 한 덕분에 집중도 잘 되고,
이 악기와 저 악기가 만나 어떤 음악이 되는지
비교해 볼 수 있었다.
한 악기가 작아지면 한 악기가 커지고,
한 악기가 현란하게 연주하면 다른 악기는 반주하고.

악기가 돌아가며 선율을 연주하는 서양음악과는 달리,
각 악기가 서로를 보완하는 조화의 느낌이었다.
이게 국악의 멋인가? 히히.
국악을 더 알아보고,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 처음으로.

설명을 하면서 연주하는 거라
실제 공연은 한 3-40분 정도 하는 것 같다.
공연시간은 70분이라고 되어 있는데 80분 좀 넘게 했고.
나머지는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설명을 해주시는데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설명도 조근조근 조리있고 흥미롭게
하셔서 더 귀기울여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관객이야 눈 휘둥그레져서 관람하고 왔겠지만
오늘 무대 조명이랑 배경 스텝 고생했을듯 ㅎㅎ)


아무튼 관람료가 절대, 네버 아깝지 않고

심지어 감동후불제였으면 공연에 지불한 금액보다
더 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하는 공연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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