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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야 Apr 23. 2021

홍수 나더니 어느덧 가을.

코로나도 힘든데 홍수까지...

 이 곳에 글을 쓰려고 시간을 내기가 쉽지가 않은 것 같다. 최소한 한 달에 한 편이라도 글을 쓰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했던 거창한 목표는 어디로 가버리고 이제는 분기에 한 편도 간당간당하달까..

 2020을 마무리한다며 새해 벽두에 글을 하나 올린 이후에 또다시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다시금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애초 계획은 호주 이민 초장기의 일들을 정리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하나씩 글감을 정하고 한 편씩 완성시켜보자는 취지였는데 이민에 관련된 글은 여전히 과거에서 멈춰있고 시간을 훌쩍 건너뛴 지금 현재의 시드니를 살아가고 있는 일상이 주를 이루고 있게 되었다. '호주로 이민을 간다고??'에 관련된 글도 여전히 구상 중이고 완성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계속되고 있어 조만간 다시 글을 써보지 않을까 싶다.


  초의 시드니는 연말 휴가 시즌과 겹치면서 한가하기에 그지없는 비수기에 가까운 매출을 보이는 것이 이전까지의 관례였다. 물론 관광지에 관련된 Hospitality 업체들은 초성수기라고   있지만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휴가를 가버리는 시기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시내에서 영업을 하는 식당가는  숨을 고르면서 나아가는 시간이라고   있겠다. 하지만  해는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잠깐 주춤하는 듯싶던 매출이 2에 접어들면서 다시금 폭등하기 시작했다. 지금 일하는 식당이  해로 개업한  3 차가 되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자리를 잡은 건지  근래 달성했던 매출액을 보면 개업 초기 성수기 때와 비슷한 매출을 보이고 있으면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작년 말쯤 승진을 하게되어 이제 주방의 이인자로 Head chef 일을 보조하면서 전반적인 주방 직원들을 관리하는 새로운 역할이 추가가 되었는데 여전히  자리는 main dish들이 나가는 grill section 맡겨 두면서 추가된 업무들까지 감당하려니 부담이 훨씬 커졌다. 게다가 이제는 어느덧 40 근접한 나이가 되다 보니 흔들림 없을  같았던 체력이 점점 쳐지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쉬는 날이 되면 예전처럼 낚시나 camping 같은 여가생활을 즐기기보다 그저 집에서 잔뜩 늘어져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고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욕구만 높아져 갔다. 이대로 그냥 고꾸라질  없다는 의지로    등록해둔 Gym에서 간신히 두어 시간 운동하는  그나마 대견한 일이라고 손꼽을  있는 휴일의 일정이랄까... 이래저래 체력적으로 여유가 없다 보니 정신적인 여유까지 사라지면서 해야  일들을 자꾸만 미루게 되고 있는 요즘이다.

 

 오랜만에 글을 쓰다 보니 핑계 아닌 핑계를 대느라 서문이 길어졌지만 최근 이 곳 시드니의 상황을 다시금 정리 해자면 제목과 같이 50년? 100년? 만에 찾아온 홍수 덕분에 호주 대륙 서쪽 해안가에 위치한 지역에서 역사적인 홍수 피해를 입었다.  지난여름 즈음에 한국에서도 기습적인 폭우가 이어지고 기록적인 홍수로 피해가 컸다는 소식에 주시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현상들이 이곳 남반구에서도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 걱정을 했던 날이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곳 지구 반대편에서도 이상기후의 피해가 여지없이 지나갔다. 한 동안 호주 답지 않게 맑은 하늘을 볼 수 없는 날들이 길어진다 싶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폭우가 시작되더니 유래 없던 기록적인 수준에 이르러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곳 현지 소식들을 확인하다가 가장 인상 깊었던 피해는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한 곳이 홍수에 떠내려가는 화면이었는데 더군다나 그 날은 그 집주인의 결혼 날이었다는 소식이었다. 지역 곳곳이 침수피해는 물론이고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면서 집을 덮치거나 소형 Tornado가 발생해 여러 가구의 지붕이 떨어져 나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그 와중에도 야속하게 폭우는 계속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지난 수십 개월 동안 Covid-19으로 인한 갖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국경을 걸어 잠그고 극단적인 격리조치 및 지역 봉쇄 대처를 통해 겨우 전염병을 통제해 일상을 회복했나 싶었는데 이번엔 홍수라는 자연재해가 호주 서쪽 해안 지역에 살고 있는 많은 지역 주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기르던 가축도, 집안 살림살이도, 차도, 사람도, 심지어 집마저도 떠내려간 역대급 홍수 피해로 한동안 호주는 그렇게 들썩였다.

 한국에서도 이 재난이 전해졌었는지 한동안 연락이 없던 지인 몇몇이 연락이 와서 안부를 묻기도 했다. 다행히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나 근무하는 회사가 위치한 곳에는 큰 피해가 없이 지나갔다. 가장 큰 피해라면 앞마당을 개간(?)해서 일궈낸 텃밭의 작물들이 난장판이 난 정도랄까?

 

 이 와중에도 회사의 매출은 여전히 매서운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서 이제는 초과근무가 일상이 되다시피 한 상황이고 국경을 폐쇄하면서  COVID-19 사태 초기에 유학생을 비롯한 임시비자 거주자들이 이 나라를 떠난 뒤 시작된 구인난이 정점에 이르러 이런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최근엔 한인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더 이상 한인이 아닌 네팔 쪽 친구들이 손님 접대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호주 최대 도시라는 Sydney도 이런 상태인데 중소도시 혹은 농업이 주요 산업이 되는 외곽 도시들의 경우엔 인력난이 오죽할까 싶다. 호주도 Covid-19 Vaccine이 유포되기 시작하고 인구가 많이 않은 덕분에 올해 안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AZ Vaccine 접종 후 두 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어 안정성을 문제로 지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심지어 영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 나라의 태생적인 특성상 AZ와 기술제휴로 호주 내에서 약품이 생산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예방접종 계획을 세운 터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올 해도 국경 개방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나마 현재는 이웃 국가인 New Zealand와는 Travel bubble이라는 조약으로 조건부 왕래가 가능하도록 허가하였고 연 말 즈음에는 Singapore를 기점으로 자가격리 없이 해외로 오갈 수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하지만 전 세계적인 전염병에 극도로 보수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이 나라의 대응방법을 보면 여전히 국경 개방은 아득하기만 하다.

  반대로 이 같은 보수적인 조치를 통해 현재 이 곳은 Covid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국내 발생은 전무한 상태이고 해외에서 귀국한 자국민에서만 간헐적으로 감염자 보고사례가 들려오고 있다. 호주 국민들은 일상생활을 회복한 상태고 제한 조치나 규제사항들은 대부분 보류된 상태이다. 덕분에 내수경기는 대부분 회복이 되었고 식당들은 손님들로 넘쳐나고 우리 같은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뼈가 녹아나고 있다.

 서서히 비구름이 걷히고 다시금 예전 호주의 파란 하늘이 돌아온다 싶으니 불쑥 가을이 왔다.  그 와중에도 한국 못지않게 집 값은 치솟고 있고, 집도 절도, 영주권조차 없는 서러운 이민자의 삶도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내년이면 어느새 이 곳에 건너온 지 10년이 되는 해가 된다. 학생 신분으로 시작해 직장을 구하고 경력을 쌓고 또 나를 필요로 하는 Sponsor를 찾아 Working Visa를 받고 또 새로운 Sponsor를 찾아 Visa Transfer도 해야 했고. Sydney에서 시작해 Canberra까지 이사를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긴 여정을 거쳐 이제 영주권 신청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마지막 조건을 채우기 위해 영어 시험을 치르고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만들어야 하는 게 큰 부담이긴 하지만... 끝까지 쉽지가 않은 영주권이랄까?


 


 필요한 영어점수를 따고 나서 차분히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지난 시간을 반추하며 한동안 멈춰있던 호주 이민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지금 상황에서는 직장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부담감이 많아 여유가 없는 상태라서 글을 써 내려가기가 쉽지가 않다. 짧으면 한 달? 길 면 세 달 정도 후, 다시 이곳에 글을 쓰게 되는 시간이 되었을 때에는 지금보다는 밝고 활기찬 소식들로 이어갔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또 버텨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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