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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야 Jul 21. 2021

또다시 위기의 호주.

1년 만에 재개된 Lockdown.

 지리적으로 고립된 이점을 살린 강력한 봉쇄정책을 통해 한동안이나마 일상을 100% 가까이 회복했던 호주도 이번 인도발 변종의 파급력에 고전하고 있다. 또다시 Lockdown이라는 초 강수를 꺼내 들었다. 1년여 만에 돌아온 자택 구금 수준의 봉쇄정책. 이번엔 1년 전보다 한층 더 강력한 규제로 시민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는 중이다.


 모국에서도 다시금 감염자가 1천 명을 육박하면서 사상 초유의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면서 불만이 많이 쌓이고 있다지만 멀찍이서 바라보는 입장에선 그 마저도 부러운 심정이랄까.. 한국은 한 번도 호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강력한 지역 봉쇄조치가 시행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훨씬 더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 해외의 사례(이곳???)들을 찾아보면 조금의 위안이라도 되지 않을까?


 Melbourne이 있는 Victoria 주는 올 해도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여러 번 지역 봉쇄라는 강력한 선제조치를 취하면서 전염병 관리를 해오고 있었고 호주 내 다른 주에서는 간간히 한 두 명 정도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추세였다. 이곳 Sydney에서는 보복 소비심리 덕분인지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듯 외식경제의 가파른 상승추세는 감당이 안될 정도였다. 대다수의 규제들이 해제가 되면서 사람들의 경각심도 덩달아 해이해져가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뜬금없이 한두 명의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도시 동쪽의 해안가 지역에서 번지기 시작한 질병은 시내 중심가까지 퍼지기 시작하고 순식간에 삼엄한 규제들이 다시 하나둘씩 되돌아오다가 결국 위험지역에 ‘Stay home order’라는 행정명령이 떨어졌다. 사람들은 이게 Lockdown 같은 강력한 규제인 건지 아니면 단지 권고사항인 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Covid-19 초기 장장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삼엄한 Lockdown 규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낀 주정부 측에서 다른 단어를 사용해서 민심을 달래 보려는 얄팍한 예상이었던 것 같은데 이것이 지금 많은 전문가들이 초기대응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 사람들이 헷갈려하는 사이에 확진자수는 서서히 늘어갔고 결국 며칠 못가 2주간 Lockdown을 시행하겠다는 발표 했다. 예상대로 회사는 정부 지침에 따라 영업을 종료하고 모든 직원들은 대기상태로 전환된다고 연락이 왔다. 강제 휴가가 주어진 셈이었다.

 주 총리의 광역 Sydney 봉쇄 발표가 있던 시각에 나는 휴무를 맞아 달콤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달라졌다. 급한 마음에 밖을 나서보니 또다시 시작된 사재기 열풍인지 Shopping Centre 가는 도로는 재난영화에서나 보던 광경처럼 차들로 빼곡했다. 없던 공포심이 생겨날 정도였다. 도저히 차가 움직이지 않아 길가에 차를 대고 걸어서 나가야 할 정도였으니… ‘또다시 시작인 가…?’ 싶었다.


 다행히도 이번 규제는 2주간이라는 시간적 제한이 있어서 그랬는지 작년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재기 열풍은 발생하지 않았다. 생활에 필수적이지 않은 상점들은 문을 닫아야 했고 사람들의 이동은 제한된다고 발표는 했지만 사람들은 작년만큼 동요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곳에서도 정부지침을 따르지 않은 사람들은 존재했고 덕분에 동쪽에서 시작된 2차 위기는 어느새 서쪽으로 이동했고 대가족 형태의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곳에서 폭발적으로 번지게 되었다. 이번 사태 이후 매일 아침 주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확진자 수를 발표하고 변화된 규제나 정부 측 지원에 대해 발표를 하는데 간곡하게 꼭 필요한 일이 아닌 이상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부탁하고 있다. 공식적인 자리이기 때문에 비속어나 욕설을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매일 아침 기자회견을 보면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엄청난 분노가. 그녀의 이면에는 말도 못 할 욕설로 사람들에게 집에 좀 있으라고 외치는 모습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정도였지만 사람들은 말을 듣지 않아 결국 2주간의 봉쇄조치는 1주 연장을 발표했다. 이외에 추가된 규제도 훨씬 강도 높은 수준이다. 이제는 거주지에서 10km 이상 나갈 수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크고, 1일 1 외출만 허가되고 상점도 1 가정에 1인만 출입할 수 있으며 심지어 둘러보는 것도 안된단다. 꼭 필요한 물품을 미리 계획을 세워두고 상점에서 신속하게 사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이었다.

 의학 전문가들은 이미 초기에 적절히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최소 2 달은 봉쇄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예상은 한국보다 Vaccine접종을 일찍 시작했지만 아직도 10% 대 의 접종률을 보이고 있는 현상도 한몫을 하고 있다. 덕분에 부작용 우려로 호주에서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까지 했던 AZ사의 제품이라도 접종하라면서 태도를 바꾸는 정부의 모습에 이번 사태의 다급함을 엿볼 수가 있다. 일부 사람들은 영국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Virus와 함께 하는 일상으로의 회복’을 주장하지만 그들은 이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예방접종을 마친 상태이지만 이곳은 낮은 접종률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면서 꿈 도꾸지 말라는 강경한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글을 계속 써가면서 수정하는 사이에도 확진 세는 진정되지 않더니 기어이 봉쇄조치는 연장되었다. 게다가 현재 다수의 확진자가 대부분 몰려있는 지역주민은 지역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지역을 오가야 하는 필수 근로자들은 3일마다 검사를 해야 한다는 조건부 허용과 더불어 기초생활에 필수적인 물품을 파는 상점 외에는 문을 닫으라고 명령하고 심지어 건설현장까지 7월 말까지 공사를 중지시키는 초유의 강경정책을 내놓았다.  

 게다가 이제 겨우 봉쇄조치 해제되고 일상으로 복귀하던 Victoria주 역시 다시금 기약할 수 없는 Lockdown이 다시 시행되었고 오늘 아침에는 결국 South Australia주 까지 Lockdown이 번졌다. 호주 대륙 절반의 주가 봉쇄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셈이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위기의 현 상황에 호주 정부는 부랴부랴 Vaccine을 대량 공수해왔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오직 Lockdown과 Vacccine접종 만이 유이한 대책인 듯한 모습으로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을 뿐이니 이민자들 뿐 아니라 호주 현지 국민들의 시름도 깊어만 가고 있다.


집에서 이제 노을 보는 여유도 생기네…


 객관적인 상황은 작년 위기사태 때 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한 번 겪어본 일이라고 그런 건지 무슨 마음의 상태 변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지나가고 있는 편이다. 작년에는 Covid Blue라고 할 정도로 급격하게 우울감이 찾아와 구석에 처박혀 벗어나질 못해서 체중도 엄청 늘고 무기력에 지배되어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던 반면 이번에는 그래도 나름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차분히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워낙 활동양이 많은 직업이다 보니 확실히 일을 쉬게 되면 바로바로 체중이 늘어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게다가 지금은 하루 한 번의 외출만 허용이 되는 수준에 나갈 수 있는 범위가 제한 적이라서 체중이 늘어가는 건 막을 수가 없는 추세이다. 그래도 그 허용된 한 번의 외출은 아내와 꼬박꼬박 챙겨 나가고 있다. 일어나면 동네 한 바퀴 2-3km 정도 걷고 들어와서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영어시험을 준비한다고 몇 시간 책상 앞에 앉았다가 저녁 준비해서 밥 먹고 나면 두둑한 배를 두들기며 Netflix나 You Tube 돌려가며 시간을 보내다 스르르 잠이 드는 고정적인 일상이 한 달 가까이 반복되고 있는 실생활이다. 그 와중에 꾸준히 책도 읽으려 노력하고, 틈틈이 명상도 하고 미래 계획도 세워보면서 이전의 우울감에 잠식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인데 다행히 이번은 무사히 지나가는 중이다. 다만 처음엔 1 주, 다시 2주, 다시 2주 이런 식으로 자꾸 연장되는 규제에 진이 빠지면서 의욕이 줄어들어가는 게 조금 걱정될 뿐이지만 이렇게 글을 끄적이면서 다시금 감정을 추슬러본다.

 작년처럼 낚시라도 갈 수 있어서 근교로 나가 바닷바람이라도 쐬고 대 자연 속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훨씬 좋겠지만 지금은 창문 밖으로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수준이라… 어릴 적 모국에서 보던 새파란 가을 하늘을 이곳에서는 거의 매일 볼 수 있어 그나마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Wine celler에 차곡차곡 쟁여 두었던 Wine을 한 두병씩 까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나이 먹어 들어가지 지도 않은 영단어를 억지로 머릿속에 우겨넣으며, 매일 아침 늘어지게 잠을 자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만인의 고민인 ‘오늘은 무얼 먹을까?’를 고민하고, 혹시나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매일 정해진 시간 주지사 기자회견을 보고, 평소 잘 마시지도 않던 차를 하루에 몇 번이고 끓여내고, 겨울이라 냉기 가득한 집안에서 옷을 잔뜩 껴입고 한 낮을 지나고 나면 전기세가 비교적 저렴한 밤 시간에 맞춰 온풍기를 틀어 한 방에 부부가 자리 잡고 앉아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면 또 이 규제가 풀리고 다시 불길이 치솟는 주방 한편에서 고기를 신나게 구워내느라 비지땀을 흘리며 살겠지 싶다.

  집에 사람도 방문을 못하게 막아놓은 규제 덕분에 매일매일 24시간을 아내와 부대끼며 한 달이라는 시간을 사느라 서로가 서로에게 버겁기도 하지만 또 그 재미로 이 시간을 지내본다.

텃 밭에 나가 김도 메고, 지인이 던져준 고급 식자재로 호사도 누려본다.





 위기의 시대. 과연 이 길고 긴 싸움의 끝은 어떠할 것 인지… 기약이 없지만 그래도 Pandora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아있었다는 그 희망을 붙들고, 불만이 많은 고국의 사람들에게 훨씬 악조건을 감내하며 지내는 우리의 처지를 알리고 심심한 위로를 전하면서 저녁 밥상을 차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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