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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디노 김작가 Oct 05. 2020

"엄만 보지도 않았으면서..."

사춘기를 혹독하게 체험하고 있는 엄마의 푸념


그래 난, 내가 잠들 시간이 다가오면 ...

아이의 방에 문을 열고 들어가 잠들었으면 창문 단속과 이불을 덮어주고 나오고,

켜져 있으면 "그만 자, 일찍 일어나서 해"라고 말한다. 그리고 11시 전에 안방 불 끄고 잠을 청한다.

(혹자는 이런 내가 너무 관심 없는 엄마로 보일 테지만, 이런저런 방법 다 써봤는데 이 방법이 서로 편했다.)



지금도 딸아이의 방에 밤늦게 불이 켜져 있으면 ‘공부하고 있겠지.’ 대신에… ‘또 불 켜 놓고 자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오늘도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간다.




참 꿈이 많은 고1인 일똥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늘 파묻히었는 걸 좋아한다. 마치 심마니가 깊은 산속에서 산삼을 찾았을 때처럼, 나에게 일주일에 서너 번은 이런저런 정보성의 DM을 보내는 딸이다.


엄마인 나는 일 똥이 와 겪는 모든 것이 처음이다. 처음 젖을 먹였고, 열나는 아이를 안고 새벽에 영유아 전문 응급실로 뛰어가 본 것도 처음이며, 해외출장 간 사이 아이가 입원하여 돌아오자마자 안고 울어본 것도 처음이었다. 물론 초등학교 입학을 처음 시켰고, 중학교, 고등학교 교복도 처음 입혀보았다. 그러니 뭐든지 일똥이와는 처음인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 아이들은 나의 유년시절과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하면 세 딸들은 “그때 랑 지금이랑 완전 다르잖아요. 이제 그만 말해요.”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이런 ~~


난 그래도 엄마의 이야기를 수십 번 들어도 처음 듣는 것처럼 들어줬는데… 가끔 추임새도 넣어주면서 말이지. 근데 이 딸들은 핀잔만 준다. 그러면서 만화 ”검정고무신”은 어찌나 좋아하는지…





부모로서 아이의 공부와 성적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 아닐까. 어느 날 일똥이에게 “그만 자고 공부 좀 하지. 난 집에서 보는 너의 모습은 자고 핸드폰 하는 모습뿐이다~~”라고 했더니,

“공부하거든요. 언제는 원하고 잘하는 거 찾아서 하라면서요. 근데 엄마는 내가 공부하는지 안 하는지 신경도 안 쓰고 보지도 않았으면서,”라고 소리를 지르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 원참,



신경 안 쓰는 부모가 있던가. 단지 너무 신경 쓰는 티를 내면 부담감을 느낄까 봐 지나가는 말로 한 번씩 건넨 “공부 안 해”라는 말이 아이의 공부나 일상생활엔 신경도 안 쓰는 것처럼 보였단 말인가.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화가 났다. 어떻게 키웠는데... 저런 말을 들어야 한단 말인지… 며칠 동안 머릿속이 복잡하고 아이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이것이 사춘기인지는 모르지만 이놈의 사춘기는 길고도 길다. 나의 사춘기가 아닌 자녀의 사춘기를 처음 겪는 나와 남편에겐 이런 말을 들을 때면 기운이 빠져버린다. 그냥 내버려 두고 싶다. 그때 나의 어머니와 대화한 것이 떠올랐다. 내가 화가 나 친정어머니에게 막 쏟아부을 때면 늘 “너도 그랬어. 네가 기억이 안 나는 거지. 그때 내가 너랑 네 동생에게 더 다정히 못해준 게 자꾸 생각난다.” 이게 부모의 마음인데 그때 내가 깨닫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화를 냈던 것처럼 나의 딸도 지금 부모인 우리의 마음을 이해하긴 힘들 것이다.




아이들과의 이런 크고 작은 감정싸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음을 늘 깨닫는다.

그리고 다만 기도할 뿐이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한다.



‘그래, 너 잘났다. 

시집가서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너도 똑같이 느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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