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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디노 김작가 Oct 06. 2020

이똥이가 살아가는 법

둘째들의 성향이던가



아침이면 욕실, 식탁, 아이들의 방에서 한 옥타브 올라간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옷 좀 입지 말라고!!" "기침할 때 왜 입 안 막아!!"


아침을 준비하다 방이나 집안 곳곳 어디서든 분주한 아침을 깨는 듯한 소리가 날 때면

나의 앵그리 지수가 조금씩 올라간다.


"왜 그래?, 그냥 언니가 입게 놔둬." 처음엔 아주 평온하게.

"그냥 놔두라고. 너도 엄마가 입으라고 하는 옷 안 입잖아. 왜 언니에게 짜증 내면서 얘기해!"


이런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당사자인 이똥이는 아주 평안히 자신의 일을 해나간다.







이것이 둘째들이 타고난 성품 아닌 능력이 아닐까.

문제의 발단은 그녀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평온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둘째.


이똥이에게는 특히 미안함이 더 많다.

임신했을 때 나 스스로 스트레스가 심해서 정말 태교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리고 태어난 이후, 일똥이의 시샘 아닌 시샘으로 살아가고 있을 때 때아닌 동생이 태어났다.


그로 인해 이똥이는 커가면서 언니에게 말로 약간의 무시를 당하고,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 함께 다니고 있는 동생은 11세가 되더니 이젠 슬슬 맘 약한 언니에게 버럭버럭 하곤 한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에게 건네는 나의 말들도 따뜻함보다 잔소리로 들리는 말이 많아지니

그런 점에서 이똥이에게 나 역시 더 미안한 맘이 든다.


샌드위치처럼 여기저기서 눌려지지만 개의치 않고 꿋꿋이 자신의 일을 해 나가는 이똥이가

사실 일똥이보다 더 대견해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아빠의 사랑을 조금 더 많이 받아 누리는 혜택이 있다는 건 비밀~


눈치 있게 알아서 처리하고, 준비성도 남다르고

자신의 먹을 것은 철저하게 챙겨두는 이똥이.


그녀가 우리 집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절대 언니에게도 동생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제일 약해 보이고(몸집 아닌 성격이 ^^) 순해 보이지만

자신의 것은 꼭 챙겨두는 똑순이로 살아가는 이똥이가 대견하다.







아이들을 가만히 보며 생각에 잠긴다.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감정적인 말싸움을 벌이다가도

어느새 둘 또는 셋이 모여 낄낄거리며 장난치고...



또 어떤 날엔 세 자매만의 이벤트로 우리 부부를 깜짝 놀라게 할 때면

'벌써 이렇게 자랐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렇게 딸만 셋을 낳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키우면서 아직도 많은 실수를 하고 상처를 주고받지만,

셋이서 치고받고 하는 동안

부모인 우리가 또 알지 못하는 세 딸들만의 시간과 자매애가 쌓여가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건 그렇다 치고, 제발 아침시간엔 조용히 준비하면 안 되겠니, 딸들아~ 


"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주리라~"


나때 가수인 해바라기의 "사랑으로" 가사처럼

세 딸들이 서로에게 어두운 곳에서 늘 손을 내밀어 힘이 되어주는 자매들로 자라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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